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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정동진 2002 있잖아, 꼭 한번은 드라마나 신파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서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고 싶었어. 닭한마리에 맥주 두캔을 사들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 두장을 끊어서 밤새 느릿느릿한 속도로 달리면서 우리 참 많은 얘기 했던거 같아. 밤새 해도 모자를 듯했던 우리 얘기는 졸음에 못 이겨 2시간만에 끝나버렸지만- 나 아직도 네가 나에게 해준 한마디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입김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창문을 통해 자는 너를 바라보던 나의 눈도 기억하고 있어. 이른 새벽에 도착한 정동진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고, 해변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한숨도..
첫 배낭 여행이었다. 남들은 대학생때 다 했던거,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가- 부장님이 눈감아주셔서 회사엔 거짓말하고 2주 휴가를 받아 갔던 여행이다. 처음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의 숙박료를 주고 카오산 로드의 한 게스트하우스 푹 꺼진 매트리스위에 몸을 누이게 된 여행이었다. 친구와 단 둘이 하는 첫 여행이었고, 다행히 중간에 한번도 싸우는 일 없이 서울에서 다시 보자며 수랏타니 터미널에서 헤어졌다. 처음 가 본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작은 세 개의 섬이 하나의 작은 해변이 이어주고 있는 꼬 낭유안 섬. 그 아름다움에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고, 그 후 약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았다. 다시 가보니, 한적하니 사람도 없던 아름다운 해변에 사람 지나다닐 만한 틈도 없이 훌러덩 벗고 누워있는 사..
내가 먹고 싶었던건, 캬라멜 라떼였다. 늘 먹고나서 그 단맛에 후회하면서도 끊임없이 주문대앞에 서면 캬라멜 라떼를 외치게 되는데, 이날도 예외도 아니었다. 점심먹고 다시 회사가시는 삼촌차를 얻어타고 집 근처 몰에 내렸다. 올때 어디서 무슨 버스를 타야하는지 그 전날부터 버스타임테이블을 펼쳐놓고 작은엄마가 하도 열심히 알려주셔서 근처 지리도 꽤찼겠다,, 거리를 보아하니 뭐하면 걸어갈만한 곳이기도 했다. 몰에 가서 한국에선 잘 못입게 되는 '드레스' 열심히 구경하다가 목이 말라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I'm gonna have one tall Caramel Latte" 라고 나름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못 알아듣는 제스쳐없이, 오케이- 라며 잔돈을 거슬러 주고, 이름불러주면 옆 테이..
처음- 언니한테 놀러가던 2002년. 월드컵열기가 한창 한반도를 달굴즈음... 인천에서 출발해, 나리타를 잠깐 들러, 시카고를 거쳐, 피츠버그로 날아갔다. 고등학교 사회책에서나 보던 '피츠버그'에 관해 내가 알고 있던 얄팍한 지식은 고작 철강의 도시, 카네기가 사업성공한 도시, 앤디워홀의 고향 그리고 하인즈 케찹의 본고장- 이 정도 였다. 나름 미국의 한 시골로 간주하고 갔었는데, 이 작고 오래된 도시가 나는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공항에 앉아있으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며 떠날 채비를 하는 '떠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면세점 쇼핑은 잘 안하는 관계로 살거 몇개만 딱 사고나면, 사람 적은 공간을 찾아 자리잡고 앉아 음악을 듣거나 공항 서점에서 산 책을 읽는다. 얼마나 긴 시간을 앉아서..
Day Trip One + (Powell st.- SFMOMA - Ferry Building - Aquarium - Laurel St.) 늦은 아침 커피를 마시고 Sutter st. 와 Powell st. 모퉁이에서 내려서, 마켓 스트리트 끝까지 걸어갔다.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파웰 스트리트 양 쪽, 유니온 스퀘어 사방으로 이미 전세계에서 왔음직한 다양한 관광객들이 좁은 길거리를 포진하고- 연신 샵들 기웃거리랴, 케이블 카 사진찍으랴, 케이블 카 타려고 줄 서랴, 유명 백화점 들락거리랴 바쁘다. 유니언 스퀘어 사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기념품샵. 알록달록,, 어쩜 저렇게 몇년이 지나도록 바뀌질 않는거냐! 그 바쁜 관광객들 틈에 섞여, 내가 하루를 시작한 곳도 파웰-하이드 라인의 첫 출발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