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e Vavin 


그에게 전화가 온 것은 이미 아홉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거실 소파에서 책을 보다가 문득 선잠이 들었는지 진짜 울리는 전화소리조차 꿈속에서 울리는 듯 몽롱하기만 했다. 

Oui?  반가운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밤의 공기를 부드럽게 헤쳐놓았다. 

살짝 무거운 머리를 흔들고 집을 나서니 농축된 여름밤의 향기가 거리에 가득해 아찔하기까지 하다.  

카페 안에 자리한 마지막 손님들은 여전히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시끌벅적하다. 

잘 지냈어? 자동차 열쇠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십삼년만이었다. 오랜 여행을 끝내고 온 그의 얼굴을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O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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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날은 늑장을 부리다 점심까지 먹고나서 집을 나섰는데, 퐁피두 센터 가는 길에 시테섬을 지나다가 바라본 모습이다. 

금방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건물들만 반짝 반짝 최선을 다해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마치 선택된 자라도 된 양... 으쓱거리듯이 ... 

내 쪽엔 비치지 않는 햇살이 왠지 탈락된 인간같아 서운하다. 


낮과 밤이 존재하는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처럼 명암이 갈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왠지 지금 내가 여기 서 있는 것조차 비현실적인 일같이 느껴진다. 

잠시 다른 공간에 끼어있는 듯한 느낌... 

다시 구름이 햇살을 가로막고 세상은 잠시 어둠... 

해를 등지고 서서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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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오후 2014.04.10 2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밤풍경인가요?
    밤이라면 장노출사진일듯 한데,
    마치 조명에 비추고 건물을 찍은듯한 느낌입니다..^^

    • isygo 2014.04.14 15: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마도, 오후 3-4시쯤 이었던것 같은데..
      비가 오다가 갑자기 구름사이로 해가 나서.. 저 부분만 햇볕을 받아 묘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이내 구름속으로 사라져버려 아쉬웠지만...

  2. 어느오후 2014.04.14 16: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아 그랬었군요.^^

 

 

 

비 오는 날의 로망.

짧은 바지에 방수되는 신발을 신고...

새로 산 우산 펴들고

갓 내린 커피향이 짙게 내려앉은

카페에 앉아 주변 소음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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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na’s Hot Chocolate 앙젤리나 초콜릿 


1903 오픈한 앙젤리나 카페는 진한 쇼콜라쇼에 마스카포네 숟가락과 휘핑크림을 얹어 데미타스 컵에 담아 서브한다

앙젤리나는 녹인 초콜릿바로 뜨거운 쇼콜라쇼를 만드는 걸로도 유명하다. 

뜨거운 물과 초콜릿을 혼합하여 만드는 과정은 준비하기도 굉장히 쉽다. 가능하면 카페에서처럼 17세기 스타일의 초콜릿 주전자와 멋스러운 데미타스 (일반 커피잔의 반정도 크기의 컵으로 에스프레소와 아랍커피를 놓을 주로 쓰인다) 쇼콜라쇼를 듬뿍 따라 마시며 즐겨보자. 


<Ingrédients>

다진 세미 스윗 초콜렛이나 비터 스윗 초콜렛 6온스 

실내 온도에 맞춘 1 / 4  

뜨거운 3 큰술

따뜻한 우유 3

약간의 설탕

취향에 따라 휘핑크림


<Comment Faire Cuire >

다진 초콜릿과 실내 온도에 맞춘 1/4컵을 낮은 온도에서 중탕하며 부드럽게 녹을 때까지 가끔 저어준다. 

녹은 초코릿에 뜨거운 3 큰술을 넣고 거품기로 저어준다. 

피쳐에 한꺼번에 담아내거나 작은 4개에 따로 나누어 담는다. 

3/4 컵의 뜨거운 우유를 컵에 따라 넣거나 다른 잔에 따로 준비한다. 

별도의 그릇에 휘핑크림과 설탕을 준비해 같이 내놓는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봄날씨. 그리고 금요일... 

이런 날엔 진한 쇼콜라쇼 한잔 마시며 푹신한 소파에 쳐박혀 책 보는것만큼 좋은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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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마일커플 2013.04.12 15: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초콜릿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네요 ^^
    마지막 글귀 완전 공감입니다~
    가끔 일이고 뭐고 다 미루고 조용하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담그고
    밀린 책이나 읽으면서 쇼콜라 한잔!!!
    상상만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ㅎㅎ
    잘 보고 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isygo 2013.06.08 15: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댓글을 단줄알고 이제까지.. -0-;;
      핫초콜릿 맛은 어떠셨나요?
      요즘 먹기엔 좀 덥긴 하지만,
      그래도 서늘한 그늘 안에서 먹기엔 제법 괜찮아요.
      아니면 차갑게 식혀 과일을 찍어먹어도 좋고요... ^^

봄 기르기

Da:isy ::: 일상 2013. 3. 7. 14:29 |

봄이면 겨우내 얼어터진 땅을 돋구고, 계분을 뿌려 기운을 주고, 

씨앗을 뿌리고, 귀찮은 분갈이를 하는 엄마의 성화에

참 많이도 화분을 들었다놨다, 흙을 팠다 골랐다... 

그때는 이 세상 귀찮은 일 중의 하나였는데

이제는 봄이 오니 나 혼자서도

무언가를 일구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볕을 쐬이고

이제나 저제나 새싹이 나올까

매일 퇴근하면 쪼그리고 앉아 

새싹 나올 기미조차 없는 작은 흙봉지 안을 들여다본다. 


작은 새순 하나 보기위해...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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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jakdan1004 2013.03.07 15: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사진 느낌이 너무 좋아요,
    오늘은 봄비가 왔으니까 곧 봄이 금방 오겠죠

  2. synz 2013.03.15 09:1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저런사진 한번 담아보고 싶네요

쉬농소 성의 주방...

성안을 찾아오는 수많은 손님들과 주인님들을 위해 없는게 없는... 주방. 

커다란 벽 한쪽에 매달린 구리냄비는 지금도 가끔 손질을 하는지 윤이 반질반질한게 금방이라도 내려서 불에 올리고 싶을 정도다. 

화덕도 있고, 벽돌로 만든 개수대도 있고, 나름 과학적인 정수 시스템도 있다. 

큰 거북이 같은 무쇠난로위에 얼마나 많은 냄비가 올려져서 바글바글 끓으며 냄새를 풍겼을까... 

갓 잡아온 사슴, 토끼등을 푸줏간 실에서 다듬어 오고... 그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찜을 할지 구이를 할지 고민을 했겠지... 

강 위를 미끄러져 온 배 위에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도르래에 매달린 통에 넣어 위로 올려주고... 한쪽 개수대에선 차가운 물을 받아 씻곤 했겠지. 

요리를 하기 시작하니... 점점 냄비가 탐이 나고, 접시가 탐이나고... 

그리고 제일 부러운 건.. .저 새까만 무쇠난로!!!! 저 스토브를 놓을 부엌이 먼저 있어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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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눈이 내렸던 그날.
아침부터 의무감에 카메라를 메고 다니다 단발머리부터 어그 부츠 속까지 다 젖었던 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쓸데없는 의무감에 하루종일 싸돌아다니다가 집에 왔더니.. 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하루, 행복했니? 아주 짧은 그녀의 문자였는데, 추운데 있다 들어온 탓에 카메라 렌즈에도 내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눈 때문에.. 행복했어야 했는데,,,  마냥 즐겁게 지내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에 아쉬움 많았던 하루.
그래도, 사진 몇장 건졌으니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 직업병 멘트따위 하고 싶지는 않았던 그 날.

오늘 하루, 행복하십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일하는 맥주 네캔. 잊지 않고 봉지에 담아 온 그날... ^^
자기 전엔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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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사랑 속에서 청춘을 보내고 나자 나는 더 이상 변해버리거나 빛이 바래고 마는 불완전한 감정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집을 지었다가 허물기를 반복하는 사랑과 이별 대신 허물 일 없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집 한 채를 마음속에 지어주자고 다짐했다. 
사랑하고 싶은 것들을 정해놓고 상처를 주지 않는 것들에게만 마음을 주었고 그 시간들은 나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청춘의 어둠과는 다른 더 깊고 까마득한 어둠이 있는 곳에 갇혔다. 사랑도, 사람도 없는 긴 터널 속에.
나는 그 어두운 곳을 더듬어 오면서 이따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사람과 사랑을 떠올렸다.
그리고 터널의 끝을 빠져 나왔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기대는 것이 아닌 내 어깨를 내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던 무모하지만 순수했던 여름 무렵의 사랑을, 사랑할 때 더 뜨겁게 살아 있다고 느꼈던 아득한 감정을. ............ " 



제일 먼저 읽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일주일이상 읽지를 못하고 영 진도가 나지 않았던 책. 
낮선 여행지에서 음식하는 걸 좋아한다는 저자의 책을 읽으며... 내가 파리에서 느낀 감정들과 비슷하게 만나는 합집합점이 많은 걸 알았다. 
묘하게 닮아있는 그녀와 나의 파리. 
맨 뒤의 파리사진과 음식 사진 모자이크 부분도 묘-하게 닯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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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진을 고르다가 또 귀찮아 져서. 마구 만들어 버린 파리 달력. -__-
모르겠다. 너무 많아도 탈이구만.
책에 들어간 사진은 최대한 빼려고 했지만. 그래도 좋아해주는 몇몇 지인들 때문에 몇 장은 책 본문에 들어간 사진이 겹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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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펑펑... 눈이 쏟아지던 날...
퐁데자르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모자를 쓰고 내리는 눈을 피해 잔뜩 움츠리고 있었지만...
얼굴만은 오랫만에 펑펑 내리는 눈이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손은 꽁꽁 얼었지만 파리에서 만나는 눈이 그저 반갑기만 했던 날...
오늘 같은 날... 추웠다면 서울에도 비 대신 눈이 이렇게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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