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근무 후, 집에 오니. 반가운 책이 도착!!!
역시, 택배 박스 뜯을때의 아찔함이 좋단 말이지. ^^
늘 품절이던 요시다 슈이치의 첫사랑 온천, 그리고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
그리고 제일 기다렸던 심야식당 5권!!!
심야식당은 바로 읽고 자야지. 근데, 또 배고파 지면 어떻게 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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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니 2010.03.19 07: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심야식당 엄마편에 보내줄겨??

  2. 원 디 2010.03.20 11: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 저도 책읽어야하는뎅 - ! +_+

  3. 향기™ 2010.03.20 12: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젠 야외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을 계절이 오는군요. ^^*

"Sayonara, Sayonara" - written by Yoshida Shuichi"  

" ..... 나는, 난 남자니까, 여자에 관한 건 알 수 없다,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지."
"..... 미안. 아니, 그렇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우리 일이라는 게 대체로 범죄자를 쫒는 거잖아. 다함께 우르르 에워싸고, 난폭하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말이야. 그 취재 상대가 남자면 왠지 대강은 알 수 있지. 아 물론, 그렇게 믿었던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마이크를 쥔 내 팔을 그다지 강하게, 깊숙이 들이밀지 않더라도, 왠지 모르게 상대의 생각이랄까, 물론 거짓말을 하는 녁석이 많긴 하지만, 적당히 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도,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해도, 어딘지 모르게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아니, 물론 아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 녀석을 패버리면 풀릴 정도의, 말하자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분노지. 그런데 그 상대가 여자가 되면, 도통 알 수가 없어. 왜 아무 대답도 안 하는지. 왜 그렇게 빤한 거짓말을 하는지. 그래서 남자 때보다 마이크를 더 강하게 들이밀게 되버리지. 여럿이 떼로 에워싸면서 말이야. 남자 범죄자가 사죄하는 것 이상으로 사죄해주길 바라게 되더군. 정말 참을 수 없이 조바심이 나. 때리고 싶지만 절대 때릴 수 없을 때처럼."

다른 작품에 비해 약간 읽기 불편했던 책... 하지만, '악인'도 그랬듯이 그 과정과 결과만을 쫒는 범죄소설(?)은 아니어서 다행... 누군가에게 순수하게 분노를 내보인적이 있던가. 소심한 A형-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 같긴하지만, 때로는 동물처럼 이빨을 드러내놓고 으르렁 거려보고 싶다. 제법 와일드하게...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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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이팔사 2009.10.23 16: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 그러시는게 좋지요....
    상대방이 당황합니다....^^

  2. wishD 2009.10.24 12: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에 집중하느라 사진은 뒷전에 있었어요.... 멋져욤^^


----- 안 좋은 작별이란 건 결국 어떤 식의 작별일까? 라고 쇼코가 물었다. 아는 체를 한 이상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상대에게 심한 상처를 준 거지, 라고 요노스케가 대답했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쇼코는 뭔가를 느낀 듯이 근데 무로타 씨라는 분은 남에게 상처 줄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사람이 심한 짓을 하면 상대가 두 배로 상처 받지 않겠어? 라고 요노스케가 말했다. 어머나 요노스케, 왠일로 깊이 있는 말을 다 하네. 쇼코가 선망의 눈길로 요노스케를 바라봤다.
요노스케는 쇼코와 애기를 나누면서 자기가 누군가에게 상처 준 일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초등학생 무렵, 같은 반 여자애를 울린 적은 있지만, 상처를 줬다고 할 만큼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구라모치와 당구장에 가기로 헀던 약속을 어겨서 상처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 역시 말은 같아도 의미는 달랐다. 결국 자기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상처 준 일은 없구나 하고 재빨리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문득 옆에서 걷고 있는 쇼코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 그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상처 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상처를 줄 만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받았다... 라는 말은 사실.. 별 의미없어.
스스로 상처받고 싶어 그렇게 믿고 싶은걸지도 모르니까.  안그래?

요시다 슈이치의 새 소설이 나와서, 예약했다가 받았다.
이 책 사면서(포인트가 많이 모여서 포인트로 샀음), 사요나라 사요나라도 주문하고, 칼리 컬슨의 파리 탱고도 주문하고, 하루키의 1Q84도 주문했다. 그 동안 이래저래 일도 많고 해서 요노스케 이야기 한권 읽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어제 밤에 다 읽었는데, 뭐랄까...
쉽게 지나칠만한 작은 사건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요시다 특유의 이야기가 있고.
곳곳에 우리나라와 관련된(KAL폭파, 지하철 사건, 그리고 김군. 이라는 등장인물등) 이야기들이 섞여있어 왠지 친근하고.
어찌보면 멍청해보이고, 맹해보이는 요노스케지만, 책의 광고문구대로 "어쩐지 구원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20살의 나이에 여자친구의 임신으로 아빠가 된 구라모치가 새로운 인생을 살러 이사를 나온 날, 이사를 도와주러 온 요노스케앞에서 눈물을 보일때도, 요노스케는 단지 '품에 안은 상자를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릴 뿐이었다'.

왠지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요노스케다. 빈틈이 있어보이지만, 그 빈틈이 있어 그 사람이 100%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흔들리지 않는 사실...  요노스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요노스케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우유에 초콜렛 먹으면서 사요나라, 사요나라나 읽어야겠다.
얼마만의 휴식이냐...  뭐 것도 낮 3시까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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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D 2009.10.18 18: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isygo님 덕분에 독서패턴을 조금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책이라는 걸 읽기 시작한건 제대하고 나서부터 였지요.(막상 학창시절엔 책 구경도 안 했죠^^;)
    제대하고 제일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 비지니스 서적이라 그런지, 소설류 등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머리에 콕 박혀서, 살면서 딱 세 권 읽어본 듯 하네요. 요샌 서점에서 비지니스 서적 살 때, 꼭 한 두권 포함시켜 준답니다. 삶이 조금은 더 촉촉해지는 것 같아 행복하답니다...
    항상 책 읽으면서 밑줄 긋고, 접고, 메모하고 요점 정리하고... 이런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독서란, 내가 아는 독서와 또다른 세상이라 참 즐겁습니다.
    좋아하시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작가가 쓴 책을 구입하려고 하는 건 저도 비슷한데, 제가 아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우습네요 ㅋ

    • isygo 2009.10.19 11: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그닥 폭넓은 독서를 하는게 아니라서...
      소설. 에세이. 여행책. 세계사 뭐- 이정도?
      책 샀을때, 그 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가 너무 좋은거 같아요.. 매달 열권씩 돈걱정안하고 책 사는게 꿈인데...
      아직은 그건 제겐 사치... ^^

                                                                        Chicago, 2004

왠지 무척 피곤했다. 바닥이 콘크리트인 현장에서 반나절 있었기 때문에 턱 안쪽이 타서 쓰렸다.
그대로 누웠다가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오다기리 영감밑에서 목수다운 일을 하고 싶었다.
심지가 박힌 삼나무를 발로 꽉 밟고 성긴 톱을 쓰다듬듯이 깊숙이 박는다.
톱을 켤 때마다 턱 끝에서 땀이 떨어진다. 전기 대패와 운반 트럭 소리로 주위가 시끄러울 텐데도, 귀에는 톱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느 틈에 목재와 톱이 스치는 소리에 자신의 숨소리가 더해지고, 절단면에 톱밥이 넘친다.
자기 몸에서도 뭔가가 넘쳐나오는 것 같은 가목이 느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이스케는 알 수 없다. 명치로 흐르는 뜨거운 땀.
톱을 켤 때마다 비산하는 땀. 몸에서 땀이 넘쳐흐르는 것인지, 땀에서 자기 몸이 넘쳐흐르는 것인지, 그저 톱을 켜고 목재를 절단하는 것뿐인 세계. 아주 고용하고 매우 단조로운 움직임의 세계. 목재를 밟고, 톱을 켠다. 다시 한번, 턱 끝에서 세계가 떨어진다.

열대어 79쪽. 요시다 슈이치:::



한번 오르면 일정 시간동안은 좋던 싫던 떠있어야 하는 - 하루하루가 있다.
기둥과 연결된 작은 쇠사슬 두개에 연결된 작은 의자에 매달려 빙글빙글돌면서 - 이제는 어지러움증도, 설레임도, 울렁증도, 두근거림도, 무서움도 다 즐길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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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장대비 속의 여자- 유카 
운없게도 내 앞에서 전화한통 했던 걸로 협박아닌 협박을 받게된 공중전화의 여자-간노씨
디럭스 햄버거 도시락을 골랐다가 나의 볼 멘소리를 듣게 된 자기 파산의 여자- 마리
이유도 없고 아무일도 없었는데 하루사이에 내 앞에서 사라져버린 죽이고 싶은 여자-아카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두세개의 아이스크림을 사는 꿈속의 여자-그 여자
와 헤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정도의 못된 짓을 해달라며 고개숙였던 평일에 쉬는 여자- 그 여자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지하 상점의 케이크를 좋아하던 울지 않는 여자-도모코
마쓰다 세이코의 데뷔곡은 B면이 좋다던 첫 번째 아내-가스미
지유가오카 '더 아파트먼트'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CF의 여자-다구치 가린
저녁 8시를 넘겨 루미네 빌딩에서 등심가스 도시락을 사들고 돌아오는 열한번째 여자-유미코
런던에서 만나 4년째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연예잡지를 읽는 여자- 이즈미짱



누구나 ''와 비슷한, 풋내나는 연애를 한 경험이 있을거다.
철이 덜 들어서, 야무지지 못해서, 사랑하는 마음이 덜해서, 너무 사람을 따져서-
그렇게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 의 이야기.
혹시, 요시다 슈이치 본인의 얘기가 아닐까?
재밌다.
설익은 청년의 사랑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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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9400won)

" 무서운 속도로 변화해가는 거리의 풍경을 두 남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그린 작품이다. 무대는 사이타마현 오미야. 그곳에 건설중인 나선형의 고층 빌딩을 설계사와 현장 작업원이 각각의 각도에서 올려다보면서 이야기가 움직여간다. 어떤 풍경속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보고 있는 각각의 풍경이 읽은 후 겹쳐져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면 좋겠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by  요시다 슈이치

                                                                                                                                           Pittsburgh, 2004

................... 길쭉한 탈바가지 같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 요시하루가 성가시고 짜증스러웠다. 늘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하는건, 몇 주 동안이나 계속 정조대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입으면 누구한테 언제 들킬지 몰라 맘을 놓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야토는 입고 있는 거다. 요시하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아니, 도대체 왜 불안해하고 싶은 거냐? 응? 도대체 이유가 뭐야?" 하고 끈질기게 취조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해할 일이 전혀 없으니까, 일부러 그럴 만한 짓을 하는게 아니냐고 하야토는 속으로 대꾸했다.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속으로 말하고 보니 딱 그거다 싶었다. 

p180. 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일부러 현장까지 와서 목을 맨 이유를 모르겠다. 어디서 지내고 있었었는지는 모르지만 죽으려거든 그냥 거기서 죽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웠다. 무엇이 그리 괴로워 자살까지 했는지는 모르나, 주위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하나 없었는지 화가 났다. 흰색 스카이라인 한 대가 이누카이의 차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 차가 시속 150 km로 달리고 있으니 저쪽은 못해도 속도가 180 km는 될 것이다. 은색의 높은 방음벽으로 가려진 이 도로에서는 주변 경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것 같다.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가 차를 목적지까지 인도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p235. 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군중속에 있어도 결국 인간은 늘 불안이란걸 껴안고 살아가나보다. 이유없이 불안한것도, 이 생활이 너무 완벽하게 돌아가서이고, 또 이유있게 불안한것도, 이 생활이 내가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늘어져있던 실이 하나 끊어지고 나니, 불안 자체도 껴안게 되는 상황이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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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Water + 요시다 슈이치 (북스토리 8,000)


Rule No. 1       :::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Rule No. 2       :::      갑자기 화제를 바꾸려고 했던 게 실수였던 모양이다 게이치로는 내 얼굴을,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곧 "아니, 됐다" 하며 고개를 돌렸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그의 옆모습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Rule No. 3      :::     운전석으로 되돌아온 아저씨가 시동을 걸면서, "이봐, 학생. 지금부터 10년 후에 자네가 돌아오고 싶어할 자리는 분명 이 버스 안일 거야. 잘 한번 둘러보고 외워두라고. 자넨 지금, 먼 훗날 자신이 돌아오고 싶어할 장소에 있는 거야" 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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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Parade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9500won)

처음 그의 책을 집어 든 것은, 사실- 그에 대한 메마른 칭찬이나 그의 뛰어난 문학성에 대해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신문의 신간코너때문도 아니고- 단지, 매대위의 많은 책들 중에서 제일 눈을 끌었던 맑은 하늘색 책 표지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의 첫 책을 읽고 난후, 그는 하루키와 몇몇 일본 작가들을 제치고 요즘 내가 가장 열중하는 페이보릿 작가가 됬다.
연휴 하루전- 교보에 갔다가 사게 된 퍼레이드. 2002년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받은 책으로, 그의 인간 심리 묘사가 특히 세심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인 경제학부 3학년 요스케, 인기배우와 사귀는 숨겨둔 애인-으로 하루종일 집에서 그의 전화만 기달는 고토, 뭐때문인지 늘 괴롭고 삶이 힘들어 술에 절어 사는 미라이, 어쩌다 술 취한 미라이에게 발견되 이 집에 가끔 들락날락 하는 사토루, 그리고 원래 이 집을 임대했던 이 집의 제일 연장자 나오키. 방 두개, 거실 하나, 욕실 하나, 부엌 하나인 집에서 5명이 서로 '서로가 잘 아는 친구인척' 살아가는 정말 말그대로 묘한 이야기다.

나 역시 약 10년 전, 외국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느 순간부터 '식구'가 되어 약 일년간 한 집에서 그들과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의 내 위치는 서열 제일 밑의 '막내'라는 위치여서- 이 사람들처럼 편하게 친구처럼, 식구처럼 내 생활을 하며, 집이라는 공간만 공유해서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낮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어색함과 불편함마저 모험처럼 느껴졌더랬다. 하지만, 딱히 좋은 결과를 내고 그만둔 동거생활은 아니었지만,  지금 가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동거하는 생활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낮선 환경에 던져진 불편함과 왠지 모를 짜릿함이 그리운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때랑 다르게 좋은 추억만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지만, 역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자기 조절이 필요한 일임은 틀림없다. 이제는 늦은 밤 김치전을 부쳐 먹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 화창한 일요일 오후, 내가 왜 이렇게 베란다에 나와 서서 코 앞의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이유는 단 한 가지, 심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심할 때면 왠지 시간이란 직선의 개념이 아니라 그 양끝이 연결된 원 같은 느낌이 들고, 아까 지나간 시간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보내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현실감이 없다는 표현은 어쩌면 이런 상태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여기는 4층이니까 재수가 아무리 좋더라도 골절일 것이고, 재수가 없으면 즉사한다. 그러나 원 같은 시간 구조속에 있다면, 첫 번째에 즉사였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기회가 있다. 첫 번째 즉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가벼운 골절만으로 끝나는 시도를 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뛰어내리는 일에도 질려 버려 철책에 걸터앉는 것조차 싫어질지 모른다. 뛰어내리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면 원래의 그 지루한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  스키모토 요스케, 21세. H대학 경제학부 3학년. 현재 시모기타자와의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중. 
                                                                                     

"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그들 뒤를 따라가야 할지, 그대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망설였다.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손을 잡아끄는 나의 분신이 있었다. 그리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지르는 또 하나의 분신도 있었다. 그리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지르는 또 하나의 분신도 있었다. 두 분신에게 각각 손을 하나씩 맡긴 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나는, '그날 그 모래사장에서 뭔가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던 나는 도대체 어느 쪽인가' 스스로의 내면을 향해 물었다. 그러나 그때 미안한 듯, 정말이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듯 손을 치켜든 쪽은 "집으로 돌아가!" 라고 윽박지르는 분신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어제는 미안했어"라고 사과하는 마루야마에게 나는 "괜찮아, 사과할 것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밀리언셀러가 될 것 같던 드라마 주제가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 후로는 그와 볼링을 치러 가도, 바닐라 쉐이크를 마셔도, 아니 그저 "마루야마 전화야"라는 여동생 목소리만 들어도 그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그와 교제하는 게 그의 어머니와 교제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고 말았다. "

_____  오토우치 고토미, 23세. 무직. 현재, 인기배우 '마루야마 도모히코'와 열애 중.


"요즘 세상엔 2주일 정도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세계일주를 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부산떠는 게 체질에 맞지 않아 배낭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버스로 베트남 농촌을 돌아보며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에서 '자아 찾기' 취미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어떤 형태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꽁무니를 빼듯 일본으로 도망쳐 돌아온다 한들 그 역시 내 알바 아니다.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함께 사는 요스케, 고토, 나오키, 사토루가 나처럼 '이 집 전용의 자신'을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도 실제로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굳이 '이 집 전용의 나' 따위를 만들어낼 필요도 없고, 나는 나로서 당당하게 거리낌없이 지낼 수 있다. ..... 아니, 그렇지 않다. 당당하고 거리낌없이 살 수 있는 이유는 여기가 무인의 집이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곳이 무인의 집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이 집 전용의 우리'가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집 전용의 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우리밖에 없으므로 결국 이 집은 잠버릇 나쁜 요스케, 텔레비전만 보는 고토, 아침부터 포로틴을 마시는 나오키, 어린 주제에 톳나물을 좋아하는 사토루 그리고 내가 반드시 좋아하는 답답할 정도로 꽉 찬 만실상태가 된다. 실제로는 꽉 찬 만실이면서도 텅 빈 공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꽉 찬 상태. .......잘 모르겠다. "

------  소우마 미라이. 24세. 일러스트레이터 겸 잡화점 점장. 현재, 삶을 고뇌하며 음주에 심취 중.
 

"손목 시계를 보니 네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센 강을 따라 내려가 세이조를 지나 가라스야마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요즘 들어 왠지 자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항상 서 있는 공원에서, 손님과 같이 머문 호텔에서, 손님의 집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나온 사우나에서, 필로폰을 너무 많이 해 이불에 오줌을 쌀 뻔했던 마고토의 아파트에서 ---- 여러 장소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지만, 언제나 걷기만 할 뿐 내게 도착지란 없다.

그가 침입한 오두막에는 아직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통조림이며 훈제 햄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곳에서 두려움에 떨며 하룻밤을 보낸 나오키는 다음날부터는 더욱 대담해졌다. 마룻바닥 아래에서 장작을 꺼내 이틀째 밤에는 난로에 불을 지폈다. 날이 새자 새하얀 숲을 산책했다. 겨울 햇살을 받아 더욱 새하얗게 빛나는 숲을.
' 그곳에 있는 동안 정말 기분이 근사했다. 근사하다는 말은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그곳에서 보낸 며칠 동안은 정말 근사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어. 음. 정말로 근사했지' "

------ 고쿠보 사토루. 18세. 자칭 '밤일'에 종사. 현재, 쓸모없는 젊음을 팔아치우는 중.

"그런저런 이유로 나는 내 자신이 득을 보는 차원에서 행동을 했는데도 고토도 요스케도 미라이도 사토루도 어째서인지 무슨 문제만 생기면 당연한 듯이 내게 상담을 하러 온다. 오늘밤 고토의 일만 해도 그렇지만, 누가 상담을 요청해도 나는 진심으로 걱정을 해준 일이 없다. 그들에게는 일종의 이해심으로 ㄴ껴지는지, 본의 아니게 나의 주가만 올라갔다. 상대에게 동정심을 표시하지 않는 것으로, 어느 틈엔가 나는 그들의 좋은 큰형님역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이런 제멋대로인 배려에조차 만족하는 그들은 대체 세상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그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니, 내가 자꾸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내게 기대는지도 모른다."

------  이하라 나오키. 28세. 독립영화사에 근무. 현재, 제5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예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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