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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드르륵, 드르륵, 숫자마다 다이얼 돌아가는 시간의 미묘한 다름을 가늠하며, 어떤 숫자 조합이 돌리기 쉽고, 너무 길지도 않고, 적당한 손가락힘이 필요한지 - 그런 쓸데없는 상상으로 수화기를 들고 엄마 몰래 다이얼을 돌려대던 시절이 있었다.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 이름을 대고 친구와 통화 할 수 있는지를 묻고서야 들을 수 있었던 수화기 너머 친구의 목소리... 20원이면 전화 한통을 걸 수 있었던 시대... 고3때인가 고2때 노래방이 처음 생기고, 공일오비의 노래 '동전 두개뿐~~~ ' 을 시대에 맞게 동전 세개, 네개로 개사해 부르곤 했다. 길 가다 누군가 쓰고 남은 시간의 전화기를 발견하면 친구들 집으로 괜히 전화도 해보고 - 지금처럼 아무때나 부모님거치지 않고 바로 전화할 수 있는 때랑은 사뭇 다..
하인즈때부터의 인연이었던 부장님의 새로운 브랜드, 솔루스 나이트. 어찌 보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잠드는 걸로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야하는 시간을 겪게 되는 나이.. 약으로의 해결이 아닌, 불안한 감정을 다스려주는 것에 대해 집중하고 싶었다는 부장님의 얘기를,, 차가운 맥주를 목구멍으로 꿀떡 꿀떡 넘기며 홀리듯이 들었었다. 나오기 전부터 기대감이 가득했던 미팅 시간, 감사하게도 새로운 제품 출시의 첫 촬영을 같이 하게 되어 다른 제품보다 유독 기다렸던 촬영이었다. 오늘부터 모두들, 불안은 낮추고 기분좋은 감정만 가지고 굿잠하시길... :-) Client : Solusnight Styling : 용동희 스타일리스트 Photographer : 한정선 그리핀스튜디오 h..
회장님과의 첫 만남은 아주 커다란, 부드럽게 휘어진 짙은 마호가니 색의 회의실 탁자에서였다. 인터뷰 하는 친구들은 대학생들이었고, 한 10명정도의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맞은 편에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도 하나은행, IBM 등 회장님 인터뷰를 하고 온 참이었지만, 박용만 전 회장님은 기존 인터뷰어와는 다르게 웃음소리도 호탕하셨고, 아이들의 질문에도 귀찮아하거나 하찮아 하지 않으며 일일이 대답도 잘 해주셨다. 촬영 장소가 협소하고 한계가 있어 촬영은 썩 쉽지는 않았지만, 그 때도 나에게 카메라 뭐 쓰냐 렌즈는 주로 뭐 쓰냐 등등 질문하셨었다. 그때 본인도 사진 찍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촬영물의 결과를 이제서야(거의 15년전) 보게 되다니 반갑고 궁금했다. 연휴의 피크닉은 사람이 적어 여유로웠고, ..
황소로 유명한 이중섭이지만, 나는 그의 편지 한 구석에 그려져있던, 낙사같던 그림을 더 좋아한다. 몇년 전 전시에서 봤던 판화작품들도 좋았지만, 역시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낸 벌거벗은 아이들의 모습과 한자 한자 써내려가며 그리움이 눈물처럼 차 올랐을 아빠의 얼굴이 그려진 갱지 그림이 그렇게 멋져보일 수 없었다. 이제는 나보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을 끝내 못 안아보고 쓸쓸하게 숨을 거둬야 했던 이중섭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예전엔 천재들은 그런거지 라고 쉽게 이해하는 척 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이래저래 말을 얹는다는 것이 조심스럽다.그의 외로웠던 마지막이 잊혀질만큼 지금은 어딘가에서 가족들 바라보며 제일 행복하기를... 2026.1.30 - 2026.6.14 아트조선..
경기문화재단 일을 맡아 가을 2-3달동안 경기도 곳곳을 다니며 촬영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방문했던 송촌리 용진정미소. 부모님이 운영하던 정미소를 그대로 지켜 이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계절마다 어르신들 모여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나누고, 인생을 나누며 함께하는 곳. 어려서 엄마 심부름으로 쌀집가서 비닐 봉지 한가득 쌀을 사고, 어떤 날은 햅쌀을 잔뜩 사서 그걸 방앗간에 가져가 들쩍지근하고 따끈따끈한 가래떡으로 뽑아오곤 했는데, 내 아이는 그저 마트에서 만원에 3개하는 팩 떡만 사는 경험뿐이니, 그런 경험을 같이 나누지 못해 아쉽다. 정미소가 늘 열려있는 것은 아니니, 아무때나 찾아가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갔을 때는, 어르신들이 사연있는 물건들을 들고 오셔서 거기에 엃힌..
처음 보노보노 만화책 1권을 샀던게,,, 벌써 25년? 28년 전인가보다... 교보문고에서 사서 비닐을 살포시 뜯어 방에 틀어박혀 그 작은 네 컷 만화에 빠져들었다. 미워할 수 없는 너부리와 약간 얌체같은 포로리랑 셋이 닮은 듯 닮지 않은 세 친구의 이야기에 큰 사건은 없지만, 보노보노가 하는 투정같기도 넋두리같기도 한탄같기도 의미없는 말 같기도 했지만, 묘하게 안심이 되는 말들이 있었다. 배경도 단순하고, 4컷 만화인 주제에,, 이렇게 깊은 뜻의 글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라고 스스로 되물으면서도 보노보노의 철학적인, 개똥철학적인 한마디 한마디에 감명 받은 적도 있었다. 그 후 신간이 나올때마다 열심히 사모으다가, TV만화영화가 나오면서, 그리고 4컷만화에서 귀신만화(백귀야행과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