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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Umblical Cord #2023 _ 11 아빠 서재에 쌓여있던 종이들은 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누렇거나 회색인 갱지의 깨름직한 냄새에 비할 바 없이 고급스러웠다. 펄프가 그대로 느껴지는 까슬한 감촉, 그 하얀 종이에 빨리 잘 깍은 매끈한 흑심을 문지르고 싶은 유혹을 참고 참고, 아빠가 모르실 정도로 한두장만 몰래 꺼내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종이들이었다. 어떤 종이는 형광등에 비쳐보면 숨겨진 각인처럼 독수리 모양의 문양이 있었고, 부대에서 사용하던 종이인 만큼 스파이 작전에 쓰이는 건가 싶어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그 종이에 친구들과의 비밀 지령도 써 넣고, 조그만 책도 만들어 허접한 동화책도 만들곤 했다. 어마어마한 다독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마, 어렸을 때 ..
처음 게돌이를 데려온 건 4년전인가... 교보문고 이벤트 존에서 팔고 있던 스마일크랩을 4마리정도 데려왔다. 한 놈이 갑자기 알을 품었다가 산란을 하고 - 한 놈은 갑자기 친구를 공격해 한쪽 다리를 다 먹어치웠다. 언니네로 분양보내고, 한 마리는 죽고,, 결국 남은 건 공격당해 한 쪽 다리들을 다 잃었던 이 녀석이다. 처음엔 이대로 죽겠구나 했지만 혹시나 하고 따로 놔두었더니, 며칠 한 팔로 열심히 먹기는 해서 혹시 다시 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날 껍데기만 두고 그대로 탈피를 하더니 네 다리가 다 복원(?)되며 예전의 게돌이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 속에 남겨진 껍질만 보고 죽은 줄 알았는데, 코코넛 집 안에 늠름해져서 돌아온 게돌이가 땋! 그 후 몇 번의 탈피를 하고 계속 계속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
처음 이사왔을 때 이 자리엔 동네 버스 차고지가 있었다. 평창동에서 출발해 자하문터널을 지나 경복궁을 들러 서울역에서 남영동까지 ㅡ 학교 다닐때, 지하철 탈때, 교보문고 갈때, 서울역갈때, 남영동 KFC 갈때도 135번 버스를 탔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제일 많이 탄 버스가 아닐까싶다. 유일하게 시내(시내면서 시내같지 않은 동네 특성상)까지 한번에 갈 수 있고 ㅡ 집에 올 땐 종점까지 와서 내리면 되느 잠이 들어도 괜찮았다. 세월이 지나 차고지는 북악터널 지나 이사를 갔고 이층짜리 멋 없는건물이 생기고 ㅡ 엄마가 집을 내 놓을때 자주 갔던 협신부동산이 그 자리에 있었고 ㅡ 그 건물과 맞닿은 언덕배기 사이 지름길로 참 많이도 뛰어내리고 올랐다. 언제가부터 그 자리에 가스 충전소가 생긴다고 했고 동네 사람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셨을 때 미국에 갈때면 늘 엘에이에 들러 할머니를 뵈러 갔었다. 피츠버그에 있을때도 언니랑 같이, 샌프란 언니네 갔을때도 일주일정도 빼서 늘 엘에이로 내려왔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할머니께 인사드리러도 갔고, 아이가 태어나고는 또 그 아이 인사시키러 부모님을 모시고 매년 갔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증손녀 커가는 모습을 조금 보여드릴 수 있었으니,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삼촌과 숙모님은 일하러 갔다 저녁에 오시고, 거의 방에만 계셨던 할머니랑 옛날 얘기하며 심부름 조금 하고도- 감 따라, 호박 따라, 양말 신어, 밥 먹어라 등 할머니 지시사항- 식구들이 다 돌아오는 저녁까지는 하루가 매우 길었다. 혼자 다니러 왔을 때는 운전 할 차도 없어 집에서 보내는 시..
하인즈 레서피 촬영 마지막 날. 지안이가 데릴러 왔다가 촬영 중간에 프레임안으로 쳐들어와 덥석 달걀을 잡는 순간... 하인즈 페북에도 올라가게 된, 순간 포착의 사진... 지금도 여전히 머리가 없고, 그때도 여전히 채가는 손이 빨랐고,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세상을 배워간다. http://www.kraftheinzkorea.co.kr/Recipe/RecipeDetail?indexKey=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