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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뻔질나게 비원만 드나들며 아. 좋다고 하다가... 친구의 광 클릭질의 은혜를 입어 예매 티켓을 손에 쥐었다. 2시 시작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친구 덕에 하루만에 매진됬다는 창경궁 야간 개장 티켓을 들고, 갑자기 쌀쌀해진 어느 저녁 입궐했다. 어려서 창경원에서 찍은 사진들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주아주 오랫만에 와 본 창경궁은 단아하고 소박한 느낌의 궁이었다. 곳곳에 놓여있는 왕비들의 처소들의 사이즈로만 보고는 뭐, 경복궁에 비하면 엄청 작긴 하다.. 이러면서 지나왔는데궁 안쪽 호수에 이르니 입이 저절로 떡... 그 꾸밈없는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휘황찬란한 궁 건축을 피했던 것인지... 이 아담한 낮은 언덕의 소나무들과 커다란 호수, 근처 작은 덤불들을 다 소유했던 그녀들이 부러워졌다. 조명..
해산물을 선택적으로 좋아하는 나는, 사실 바닷가라고 해서 특별히 들뜨거나 설레진 않는다. 단지, 지역 맛집에 가서 맛있게 먹고, 배부르게 먹고 오면 그걸로 행복하기에 어딘가에 갈때는 맛있는 집 찾기에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바닷가라고 횟집만 있는거 아니고 모두가 해산물로만 세 끼를 먹진 않을테지만, 바닷가인 만큼.. 해산물에 환장하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몇 군데 블로그와 맛집 평가를 통해 3군데의 식당을 미리 정했다. 첫 식당은 도착하자 마자 달려간 멍게비빔밥 집... 통영 식도락. 멍게 비빔밥과 해물탕은 뭐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4명이서 4인분어치 다 시켜야 한데서 좀 어이없어 했더니, 멸치회를 시키란다. 그래서 멸치 철이니 그럼 그걸 먹자해서 시켯더니, 멸치회가 얼어있더라는.. 해물뚝배기 국물은..
5월의 통영은 눈이 부셨다. 약 4년전, 통영 옻칠 장인 인터뷰 때문에 먼 길을 혼자 달려와 촬영을 하고 통영 바다 들를 시간도 없이 완도로 떠났기에 내가 기억하는 통영에는 장인과 같이 먹은 생선이 통으로 들어있던 얼큰한 국이 나온 백반만 있다. 오랫만에 친구 덕분에 좋은 리조트에서 통영의 바다와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비진도가 보이고 통통배가 보였다. 하늘은 파랳고 살갖은 따가웠다. 해리는 긴 자동차 운행 내내 찌그러져 있었던 다리를 펴고 신이 나 뛰어다녔고 가끔 힘이 든다고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눈에는 원망의 빛이 가득했다. 그래도 넌 개니까 가야해. 내가 널 업고 갈 순 없잖냐. 엉덩이를 툭 쳐주니 힘들게 발걸음을 뗀다. 긴 연휴는 시작이 됐고 우리의 연휴 날씨는 제대로 반짝이기 ..
흥선대원군이 노년에 바라보았을 하늘, 고종과 명성황후가 혼례를 올릴 때 비쳤을 햇살... 그렇게 또 다른 운현궁의 봄이 내게 온다.
내 생애, 호텔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보긴 처음이었다. 외국도 아닌 서울에서 말이다. 아무도 쓰지 않은 빳빳한 침대 시트와 까끌까끌한 감촉의 커텐.. 약간의 약품냄새가 남아있던 카펫과 아무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욕조까지... 콘래드 호텔은 그 명성답게 깨끗하고, 웅장하고, 재미있었다. 호텔 자체의 재미보다는 호텔이 자리한 곳과의 연결로 인한 재미였다. 다른 곳보다는 덜 붐비는 멀티 플렉스 빌딩, 갖가지 다양한 매장과 음식점... 비싸지만 맛은 그냥 그랬던 야끼니꾸집... 비즈니스 호텔이라 호텔 자체내의 즐길거리는 사실 많지 않다. 실외를 볼 수 있는 수영장이 그나마 손꼽을만 했는데 밤이라 보이는건 옆 빌딩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의 불켜진 사무실뿐이었다. 따뜻한 온수풀이긴 했지만, 차가운 수영장 공기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