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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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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어가는 풍경만큼 풍족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있을까.... 보고만 있어도 일년의 힘들었을 과정과 농부들의 마음이 느껴지는듯하다. 지평선 멀리 어디쯤에선 갓 지은 쌀밥 냄새도 나는것 같고... 서울 지척이지만, 시흥에 이렇게 크고 오래된 논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세계에 가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토종벼가 씨가 말라 몇년전 부터 복원노력이 있다는 기사까지만 본 기억이 있고, 매일 먹는 쌀이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거 같아 왠지 부끄러움이.... ^^;; 같은 쌀 인데도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른 맛이 나는게 신기하다. 토양에 따라 물에 따라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것 또한 경이롭다. 어쩌면 사람도 이렇게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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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선배 기자랑 목아박물관에 취재를 갈 때는 버스를 타고 또 타고 참으로 많이 달려 도착했었다. 그 후 여주는 아울렛에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이었는데, 이번에 취재 차 다녀온 강천섬은 보물섬같은 곳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자작나무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아주 오랫만에 보는 미루나무였다... 어렸을때는 지천에 많이 심어져있던 나무였던거 같은데,,, 말 그대로 거진 30년만에 보는 것 같았다. 중간 중간 어설프게 열 맞춰 놓은 어린 묘목들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다. 그냥 좀 삐뚤 삐뚤하게 듬성 듬성 심어 스스로 이 멋진 풍경에 스며들게 했어도 좋았을 것을.. .꼭 이렇게 가드닝을 했어야 했나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리를 건너 들어온 강천섬은 정말 넓었다. 넓지만 넓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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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선배가 차로 이 집들 앞을 지나가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일 비싼 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무채색 페인트에, 화려한듯 하지만 기품있어 보이는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이 한 채도 아니고 여러채가 줄줄이 늘어선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집들을 보러 오는 것도 신기했지만, 저렇게 주구장창 사람들이 집 밖에 앉아 우리 집을 쳐다보며 사진찍고 하는것도 성가신 일이겠구나 싶었다. 정문으로 향한 저 창들을 가리고 있는 커텐이 걷혀지는 때가 있을까.... 언니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후 다시 찾았을 때의 느낌은 또 달랐다. 조카를 등에 매고ㅡ 노을 지는 저녁, 공원을 산책하며 언니의 퇴근을 기다릴 때는 관광지가 아닌 따뜻한 노란 등불이 창문마다 새어나오는 익숙한 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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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가 그림그리며 거의 평생을 살았던 산타페, 나에겐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부인으로 먼저 알게된 화가. 다녀온 지 이십년이 넘었어도, 아직도 눈에 선한 황토빛 세상과 살짝 건조한 공기, 인디언의 숨결이 안 닿은 곳이 없는듯하게 느껴지던 도시 구석구석,,, 유난히 하얗던 달과 이 세상 색이 아닌듯했던 형형색색의 노을 빛.... 무심히 던져진 마른 꽃다발 마저 예술적으로 보인던 곳, 자연이 빚고 사람이 빌려 사는 듯한 마을들... 수줍어 보이지만 눈빛만은 강렬했던 사람들... 언젠가 여기 다시와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느꼈던 말랑말랑했던 내 각오도... 여전히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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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서 유후인을 갈까 히타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일박이일이니 너무 멀고 복잡한 곳 아닌 소도시인 히타로 가기로 했다. 일본 관광청 홍보 사진에서 본 초록색 레트로 기차도 히타로 갈까 하는 마음으로 기우는데 한 몫했다. 서울에서부터 JR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훝어서 (간신히) 예약을 하고, 티켓 바꾸는 방법을 숙지... (케이티엑스 만세) 두번째 날 하카타 역에서 히타로 가기 위해 짐을 이고 지고 도착, 꼭 먹어보고 싶었던 에키벤도 하나씩 취향대로 골라서 탑승. 별거 아니지만, 이국적이라는 느낌으로 도시락만으로도 기분이 두둥실 떠오른다. 아이들 각자 하나씩 뜯어 도시락을 먹고 앞 칸으로 이동해서 식당칸도 구경하고, 중간에 마련해둔 기념사진 스팟에서 사진도 찍었다. 유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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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첫 인상은 온통 비였고, 쟂빛하늘이었다. 출장으로 잠깐 갔던 3박 4일동안 거의 매일 비가 왔고, 온통 회색빛 하늘에 음침하기 그지 없었다. 낭만이라곤 없이 카메라 비 맞을까 품 안에 품고 습기와 물에 젖어 한국무용에나 어울릴 쪽머리를 해서 돌아다녔다. 연예인 3명을 따라다니며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지만 오후에 호텔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은 꿀맛이었다. 낭만따위 없는 축축한 출장 후, 또 파리에 올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년 후 언니 시조카의 결혼식 참석차 다시 갔을 때는 내가 알던 파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나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니!! 여름의 파리는 더웠지만 싱그러웠고, 온통 초록 세상과 연노랑 크림색과 그레이(건물과 지붕)의 세상이었다. 골목 골목, 발 걸음 내딛는 모든 보도블럭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