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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프랑스의 첫 인상은 온통 비였고, 쟂빛하늘이었다. 출장으로 잠깐 갔던 3박 4일동안 거의 매일 비가 왔고, 온통 회색빛 하늘에 음침하기 그지 없었다. 낭만이라곤 없이 카메라 비 맞을까 품 안에 품고 습기와 물에 젖어 한국무용에나 어울릴 쪽머리를 해서 돌아다녔다. 연예인 3명을 따라다니며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지만 오후에 호텔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은 꿀맛이었다. 낭만따위 없는 축축한 출장 후, 또 파리에 올 일이 있을까 했는데 이년 후 언니 시조카의 결혼식 참석차 다시 갔을 때는 내가 알던 파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나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니!! 여름의 파리는 더웠지만 싱그러웠고, 온통 초록 세상과 연노랑 크림색과 그레이(건물과 지붕)의 세상이었다. 골목 골목, 발 걸음 내딛는 모든 보도블럭마..
먹을 게 너무 많아 후쿠오카에서는 라멘집에 한 번 밖에 못갔다. 평소엔 잘 안 먹는 아침도 열심히 챙겨먹고 다녔는데, 라멘도 먹어봐야지 하고 찾다가 이찌란 라멘은 오사카에서 먹어봤고, 하카타 라멘도 홍대에서 (하카타분코에서 라멘시작) 먹어봤고, 마제소바도 서촌(칸다소배)에서 먹어봐서,, 안 먹어본 라멘집 위주로 서치 시작... 텐진역 뒷골목에 자리한 사이폰으로 육수를 내린다는 라멘집 발견... "오오시게 쇼쿠도" 또 걸어야 한다고 입이 댓발 나온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십분 정도 걸어 도착했을때 우리가 첫 손님(오픈하고는 아니고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으로 들어가 하나뿐인 4인 테이블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내부에 길게 바 스타일의 좌석이 있었고, 그 위로 사이폰들이 주루룩 대기중- ..
어렸을 적 프라모델로만 접하던 건담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라라포트. 가는 길이 애매해 안가려고 했지만 아이 눈에 들어 온 VS park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날 방문했다. 조카님과 남편은 쇼핑가고, 나랑 따님은 2시간동안 알차게 VS park 에서 놀다 나왔는데, 남편이 발견한 동물카페 구경하다가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표를 끊었다... 애들만 들여보내고 쇼핑좀 할까 했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한데서 눈물을 머금고 거금 지불... + 성인 1,320 소인 880 (음료 330엔씩 필수) + 앵무새, 부엉이, 기니피그, 병아리, 도마뱀, 염소(?), 뱀, 나무늘보도 있었으나 그 중 최고는 바로 카.피.바.라 - 생각보다 컸고, 잘 먹고, 순하고- 무조건 귀엽다... 무조건 표정만으로도 웃음..
고2 되는 친구 딸, 입시 전쟁에 뛰어들기 전 여행다녀오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다녀오게 된 세부. 주로 자유여행 아니면 에어텔만 이용하다가, 필리핀은 처음이기도 하고, 요즘엔 좀 나아졌겠지 하고 시간도 촉박하니 패키지로 가보자 했는데.... 역시나 나의 실수.... 이유는 굳이 말하면 입 아프니 그 얘긴 나중에... 이동차량이라고 왔는데, 필리핀은 거의 이걸 탄다 해서 그런가 했는데... 다른덴 좋은 버스 많더만... ㅎㅎㅎ 암튼. 엉덩이 허리 아프게, 좁은 그리고 너무 위험해보이는 (내부가 다 삭았다 - 발 밑판이 그냥 떨어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음) 작은 트럭에 실려 하루를 다녔더니 너무 힘들었다. 혹시나 했던 나의 실수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자... 그나마 지프니 창문 통해 바라본 필리핀 모습은 흥미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나와 슬슬 걸어 찾아간 야키니쿠집. 바카또아호 하루요시점(Baka-to-Aho Haruyoshi) 아이들이 있어 오래 걷지 않고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해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다. 조카님의 첫 곱창 도전날... 오래 된 화로에 빨간 숯이 담겨져 나와 그 위에 고기 한 점 한 점 올려 재빨리 구워먹기... 관광객보다는 현지분들이 오며가며 많이 찾는 집같지만 한국어 메뉴도 있어서 주문하기엔 어렵지 않았다. 갈비, 돼지혀, 곱창, 닭목살 등등 소/돼지/닭 골고루 주문해서 구워먹었다. 같이 먹다 하나 넘어가도 모를 맛 정도는 아니지만, 오랫만의 화로구이에 깔끔하고 맛있는 고기에 시원한 사케 한잔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저녁이다. 다행히 입..
일년만의 여행이었다. 대부분이 혼자였던 여행길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이번 여행엔 고등학생이 되는 조카 녀석과 함께 했다. 다 큰 줄로만 알았던 아이는 핑크빛 블러셔 화장 아래 아직도 마알간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려선 재잘 재잘 하루종일 떠들어 대던 녀석이 이제는 말을 걸어도 개미같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속이 터졌다가도 내 15살을 생각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일기 아닌 일기를 올리느라 몇 년을 짧고 간략하게(?) 지내서 일까... 어느 날 눈을 떠서, 예전 처럼 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보다는, 이제는 모든것에 좀 더 객관적이게 되서일까, 혹은 좀 뒤로 물러나니 아,, 그때 그랬구나 하는걸 깨닫게 되어서 일까. 생각의 생각이 떠오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