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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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isygogo 2009. 3. 19. 02:33
      정동진 2002

있잖아, 꼭 한번은 드라마나 신파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서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고 싶었어.
닭한마리에 맥주 두캔을 사들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 두장을 끊어서
밤새 느릿느릿한 속도로 달리면서 우리 참 많은 얘기 했던거 같아.
밤새 해도 모자를 듯했던 우리 얘기는 졸음에 못 이겨 2시간만에 끝나버렸지만-
나 아직도 네가 나에게 해준 한마디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입김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창문을 통해 자는 너를 바라보던 나의 눈도 기억하고 있어.
이른 새벽에 도착한 정동진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고,
해변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한숨도 쉬어보고, 깊은 복식호흡도 해보고
뭔가 새로운 다짐도 해보고, 물가앞에 쪼그리고 앉아 모래사장에 괜히 끄적끄적 낙서도 했던거 기억나.
막상 해가 뜨고나니까-
내 방에서 맞이하는 아침과 다름없음에 괜히 멋적어졌었지.
사람들은 해가 막 떠오를때, 모든걸 다 토해내고는 일분도 안돼서 금새 어디론가 흩어져버렸어. 

일찍 문 여는 곳이 없어 한참을 역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아침아닌 아침을 먹으면서 우리가 했던 많은 말들 중에-
지금도, 네가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생각나는 단 하나의 단어라도 네 입에 있을까. 
그 푸른 청춘예찬의 끝에서, 우리가 약속했던 빛나는 미래들은
이제 벌써 과거가 되버렸지만-
그 때 네가 내 옆에 있어줘서, 나 그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 
 
'콩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