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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어떤 모터쇼 였는지 잊어버렸지만, 이 날 처음 허머 자동차를 보고 굉장히 흥분했던건 기억난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태안으로 빠져 안면대교를 지나 안면도 끝까지 이어져있는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하나 둘씩 안면도 해수욕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수욕장 가득가득 사람들이 차는 여름엔 한번도 오지 못했던 곳이다. 내게 안면도는 늘 겨울에 왔기 때문인지, 뼛속까지 얼어붙는 서해안을 건너 오는 시린 바닷바람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 날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았지만, 바람은 매서웠고- 자판기에서 뽑아든 85도의 커피도 금새 손안에서 식어버렸다. 유난히 하얗고 고은 모래로 유명한 안면해수욕장. 너 왜 혼자 거기 있는거야? 잘못 해안가로 실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바다를 향해 말라버렸구나. 일명 꽃다리라고 불리는 다리. 꽃지 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
엘에이 다운타운을 벗어나 마른 헐리우드(호랑나무가시) 가득한 황토빛 민둥산을 몇개 지나니 왼쪽 언덕 위에 작은 건물이 두번째 손톱만큼의 크기로 서있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이 있는 산 위(그래봤자 작은 언덕정도)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트램을 탔다. 사방으로 뚫린 유리창너머로 한쪽엔 메마른 언덕이, 또 한쪽엔 푸른 태평양이 펼쳐져있다. 남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볕 아니랄까봐, 선팅처리가 되있는 유리창 안에서도 햇빛이 드는 곳의 팔뚝이 따끔따금해진다. http://www.getty.edu/museum/ 유난히 파란 하늘과 유난히 새하얀 건축물. 주차장과 건물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트램. 미국의 석유 부호 폴 게티재단에서 유명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에게 의뢰해 10년만에 말리부 언덕에 자리잡은 폴..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9400won) " 무서운 속도로 변화해가는 거리의 풍경을 두 남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그린 작품이다. 무대는 사이타마현 오미야. 그곳에 건설중인 나선형의 고층 빌딩을 설계사와 현장 작업원이 각각의 각도에서 올려다보면서 이야기가 움직여간다. 어떤 풍경속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보고 있는 각각의 풍경이 읽은 후 겹쳐져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면 좋겠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by 요시다 슈이치 Pittsburgh, 2004 ................... 길쭉한 탈바가지 같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 요시하루가 성가시고 짜증스러웠다. 늘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
몇일 전 아침일찍 토스트와 달달한 커피 마시러 잠깐 들른 파이낸스 센터 내에 새 초콜렛 카페가 생겼다. 한동안 오지 않아서 언제 문을 열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던한 실내 가구(테이블과 의자들이 따뜻한 미색의 원목가구로 진짜 탐났다)에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돌게 되는 각양각색의 초콜렛들이 디스플레이 되있다. 스위스에서 직접 공수해온 수제 초콜렛을 원하는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1962년 루돌프 레더라에 의해 시작돼 지금은 그의 아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 잘라 사갈수 있어 뚝뚝 잘라 먹는 판 모양의 초콜렛부터, 얇은 칩같이 생긴 초콜렛, 루돌프 레더라가 개발한 속이 빈 truffle shell, 동글동글한 초코볼에 아모드가 듬뿍 발라진 초콜렛, 네모난 각설탕처럼 생긴 다크 초콜렛등..
처음 뉴욕에 갔을 때는 너무 더웠고, 생각보다 심심했어. 동경하던 뉴욕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터질것 같았고, 해볼게 많았고, 볼게 많았지만, 어떻게 걸러서 봐야했는지를 몰랐어. 두번째 뉴욕에 갔을 때는 이 도시가 재미있어졌고, 또 한편으로 그 동안의 높은 기대치도 조금은 낮아졌고, 여전히 지하철의 지린내는 참기 힘들었어. 평소같으면 가지 않았을 한국식당엘 갔고, 그 한국거리에서 당시 신인이던 동방신기를 보았지. 처음왔을때와는 달리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도 없었고, 약간은 느긋해진 발걸음으로 골목을 누빌수 있었어. 금요일 밤, 흥청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맨하탄에서 와인을 마시고, 뉴저지에서 맥주를 마셨지. 레이디스 나잇이란 걸로 혜택도 본것같아. 세번째 뉴욕에 갔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