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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사실, 남의 출장에 도와주겠다- 라는 명분으로 어디든 가고싶어 근질하던 참에 신나서 쫒아간 일박이일 제주도 출장. 일에 대한 책임도 덜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나 혼자서만 좋았었다... 일을 다 마치고 같이 갔던 책임자분이 제주도에 와서는 회를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 회지만, 내가 뭐라 할 입장도 아니어서 쫄래쫄래 따라갔었다. 어느 항구(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어딘가로 갔었다)에 도착해, 정말 큰- 식당에 우리포함 약 세 테이블 있는 식당에서 다금바리 회 2kg을 먹었다.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이 그날 다 취해 널부러졌고, 서로 그 와중에 챙겨주겠다며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짓으로 마치 줄에 매달려 휘청거리는 마리오네트같은 얼굴로 술자리에 앉아있었다. 계산할 때가 됐고, 그 책..
지난 일요일... 폭염이 절정에 달해 있을때, 남들은 튜브에 폭죽에 맥주에- 바리바리 싸들고 휴가지에 갈 때에, 혼자서 차에 프링글스 한통, 생수 2병, 카페라떼하나 던져넣고 태안에 다녀왔다. 태안 이원 방조제에 자원봉사 촬영때문에 다녀왔는데, 3시간만에 나는 정말... 하루종일 밭일하고 온 아저씨와 같이 타고 말았다. 이미 차안에서부터 햇볕이 뜨거워 팔뚝이 조금 타긴 했지만, 잠깐 방조제 왔다 갔다 한 새에 목과 어깨는 '건강하고 섹시한 태닝'이 아닌 '거무튀튀하고 왠지 안쓰러워지는 핫번'이 되버렸다. 웰던으로 너무 잘 익은 나는- 얼굴까지 새빨개져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괜찮으시냐?"라는 걱정스런 눈빛까지 받아야 했다. -_- 태안 이원 방조제 가는 길이 너무 이뻐서, 중간에 몇번 혼자 차 세우고..
하루 월차내고, 동생이 있는 충북 영동에 다녀왔다. 화요일 내내 전국에 비- 라고 했던 기상청의 예보는 너무 반갑게도 어긋나고, 하늘도 높고 푸른 하늘에 하얀 물감 풀어놓은 듯한 구름떼를 바라보며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으로 가는 길은 짙은 녹음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느즈막히 출발한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싸 간 유부초밥과 토마토 모짜렐라를 먹고, 2시쯤 되서 영동에 도착했다. 친구의 부탁으로 철 지난 블루베리를 수소문해서 구해온 동생 가족과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도리뱅뱅과 어죽을 먹으러 갔다. 금강에 면해있는 영동 부근엔 이 도리뱅뱅과 어죽이 유명한데, 작은 지역에서도 그 어죽에 차이가 많다고 한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의 어죽은 인삼을 넣고 끓여 인삼어죽이라고 불리고, 영동 바로 옆 마을의 어죽도 양..
일단. 완도는 멀었다. 게다가 그날 오전 나는 완도로 바로 출발한것이 아니라... 통영으로 먼저 가야 했기에... 네비에 통영주소를 적어놓고 물통과 간식과 아이팟을 챙겨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슬슬 기어를 넣고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까지 4시간 50분.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끝에 다다라 통영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허리는 아파오고 엉덩이는 쑤셔오고 오른쪽 무릎에선 소리가 났다. 통영에서 약 한시간 반정도 머물고, 바로 완도로 이동했다. 여기서 나의 실수 하나... 난 서울서 강릉까지 약 3시간이면 가니까, 통영에서 완도까지도 약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통영에서 네비를 찍어보니 완도까지 4시간 30분. 컥!!!!!!!
정동진 2002 있잖아, 꼭 한번은 드라마나 신파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서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고 싶었어. 닭한마리에 맥주 두캔을 사들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 두장을 끊어서 밤새 느릿느릿한 속도로 달리면서 우리 참 많은 얘기 했던거 같아. 밤새 해도 모자를 듯했던 우리 얘기는 졸음에 못 이겨 2시간만에 끝나버렸지만- 나 아직도 네가 나에게 해준 한마디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너의 입김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창문을 통해 자는 너를 바라보던 나의 눈도 기억하고 있어. 이른 새벽에 도착한 정동진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고, 해변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한숨도..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태안으로 빠져 안면대교를 지나 안면도 끝까지 이어져있는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하나 둘씩 안면도 해수욕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수욕장 가득가득 사람들이 차는 여름엔 한번도 오지 못했던 곳이다. 내게 안면도는 늘 겨울에 왔기 때문인지, 뼛속까지 얼어붙는 서해안을 건너 오는 시린 바닷바람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 날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았지만, 바람은 매서웠고- 자판기에서 뽑아든 85도의 커피도 금새 손안에서 식어버렸다. 유난히 하얗고 고은 모래로 유명한 안면해수욕장. 너 왜 혼자 거기 있는거야? 잘못 해안가로 실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바다를 향해 말라버렸구나. 일명 꽃다리라고 불리는 다리. 꽃지 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