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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 태안 안면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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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 태안 안면도

isygogo 2009. 2. 24. 00:01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태안으로 빠져 안면대교를 지나 안면도 끝까지 이어져있는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하나 둘씩 안면도 해수욕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수욕장 가득가득 사람들이 차는 여름엔 한번도 오지 못했던 곳이다. 내게 안면도는 늘 겨울에 왔기 때문인지, 뼛속까지 얼어붙는 서해안을 건너 오는 시린 바닷바람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 날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았지만, 바람은 매서웠고- 자판기에서 뽑아든 85도의 커피도 금새 손안에서 식어버렸다.

                                                     유난히 하얗고 고은 모래로 유명한 안면해수욕장.

너 왜 혼자 거기 있는거야? 잘못 해안가로 실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바다를 향해 말라버렸구나.

일명 꽃다리라고 불리는 다리. 꽃지 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해질 무렵 출사나오신 분들의 주 대기 장소. ^^

이미 두 발과 두 손은 꽁꽁 얼어버렸고, 코도 누가 베어가도 모를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샘이 날정도로 할미, 할아비 바위 사이로 지는 태양의 색은 뜨겁기만 했다.  낮에 썰물때 잠깐 바위까지 갔다오다가 아직 채 물기가 가지시않은 바위에 발을 헛디뎌 한쪽 발이 폭삭 젖어버려 이미 발가락은 탱탱얼어버렸다. 그 와중에 내가 기껏 한 생각은 발톱위에 간밤에 곱게 칠한 매니큐어가 벗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사소한 걱정거리.

출사나오신 분들 살짝 비껴서서... 왜 꼭 이런데 가면, 같은 무리에 끼고 싶지 않은 심보가 드는걸까. 결국 나도 같은 이유때문에 이 곳에 서있었으면서...



안면대교 지나 백사장항부터 꽃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진 쭉 뻗은 해안도로는 언제 달려도 기분 좋다. 가끔 불쑥 불쑥 튀어나오시는 어르신들과 동네 백구, 황구만 빼면- 차도 많지 않고, 어느정도 커브도 있고, 지나가다 비상등켜고 서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길이다. 하지만 노면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늘 조심해야한다.

멀리서 본 풍경은 늘.. 가까이 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버리기 때문에-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 바닷길이 열렸을때도 저 곳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또 사악하게도, 한쪽 머리에서는 그래도 언제 바닷물로 차있던 곳에 들어가보겠냐는 호기심이 펌프질을 해대서 결국 할미바위까지 갔다왔다. 그녀는 연신 모자를 고쳐쓰고, 움추린 어깨를 더욱 가슴안쪽으로 접어넣으며 저만치 나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추워서 그랬는지- 딱히 할말이 없었는지- 오가는 꽤 긴 시간동안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속을 드러낸 갯벌위에는 파도가 그려넣은 물결무늬 융단만 깔려있었고- 부러 그 융단에 도장찍어 펴듯이 꾹꾹 발자국 찍으며 제방까지 돌아 나왔다. 어차피 다시 바닷물에 잠기면 내 발자국 같은건 금새 사라질 걸 뻔히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