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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05> 30만원어치의 횟값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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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05> 30만원어치의 횟값

isygogo 2009. 9. 22. 21:44
사실, 남의 출장에 도와주겠다- 라는 명분으로 어디든 가고싶어 근질하던 참에 신나서 쫒아간 일박이일 제주도 출장.
일에 대한 책임도 덜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나 혼자서만 좋았었다...
일을 다 마치고 같이 갔던 책임자분이 제주도에 와서는 회를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 회지만, 내가 뭐라 할 입장도 아니어서 쫄래쫄래 따라갔었다. 어느 항구(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어딘가로 갔었다)에 도착해, 정말 큰- 식당에 우리포함 약 세 테이블 있는 식당에서 다금바리 회 2kg을 먹었다.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이 그날 다 취해 널부러졌고, 서로 그 와중에 챙겨주겠다며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짓으로 마치 줄에 매달려 휘청거리는 마리오네트같은 얼굴로 술자리에 앉아있었다.
계산할 때가 됐고, 그 책임자분이 호기있게 법인카드를 들고 앞장서 걷더니만, 금새 얼굴이 하얘져서는 한도초과로 사용을 할 수가 없겠다며, 다른 부하에게 일단 먼저 계산을 하라고 하더니만, 이 부하양반, 역시나 숙소에 지갑 채 놓고 그냥 맨몸으로 달랑달랑 온지라... 결국, 그 일행중에 지갑을 챙겨온 사람은 나. 혼자였던지라, 서울에 가면 바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자그마치, 30여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냈더랬다.
문제는... 서울에 와서도 그분은 연락이 없었고, 내가 먼저 전화해 그때 누구누구인데요- 회식비 보내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안돼 눈치보고 있는데,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 그 분 퇴사하셨는데요?"  "에????"  "왜요?" " 암에 걸리셔서요."
암에 걸려 퇴사하셨다는 그분에게 전활걸어 횟값달라는 말은 도저히 못하겠어서... 결국 횟값은 회사 경비에서 충당해줬지만...
내 인생에서 그렇게 비싼 술값을 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금바리 회를 먹었던 건 지금도 왠지 억울하다.
더 황당했던건... 몇 년 후에 만난 또 다른 분으로부터, 그 분이 회사를 그만둘 핑계가 없어 암에 걸렸다는 핑계로 회사에서 나갔다고..... -_-   (골초에 음주가무 신나게 하시던 그 분의 낮빛은 누가보더라도, 병색이 짙은 암환자의 그것이었던게.. 모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던 무기였던거다)  

10월에 일박이일로 제주도에 자전거 타러 가자는 친구말을 듣고,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다...
올 해는 제주도도 두 번 가는구나....













      이사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실.. 이마부터 턱까지... 간신히 나와있는 코와 입술빼고는 정말, 편편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