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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눈은, 밤사이 얼마나 빠르게 내렸는지, 12시가 지나 잠이 들때만 해도 청명한 하늘이었는데, 여섯시간이 지나 눈을 떠보니 이미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눈으로 덮혀 사물들의 모양이 조금씩 틀어져 있었다. 저렇게 눈이 오고 나면, 일주일동안은 꼼짝없이 질척이는 눈길을 해치고 다녀야 했고, 차도 신발도 바지 밑단도 지저분해 졌다. 혼자 따뜻한 커피숍에 들어가 캬라멜 마키아또를 시켜놓고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 꾸벅꾸벅 졸다가 나오는 하루가 반복됐지만, 어딜 앉아있어도 꼬리뼈가 시려오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느낌은 겨울 내내 나를 떠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때는 때만 되면 늘 그렇고 그런, 빛바래고 유치한 색감의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내지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러 소풍가는게 지겨웠었다. 그나마 놀이기구를 탈 수 있으면 나았지만,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소풍장소가 정해졌을때는 반 전체 아이들이 합심하여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곤 했었다. 졸업을 하고, 이제는 50명이 우루루 같이 몰려다니며 김밥을 까먹고 단체사진을 찍는 일이 없어지면서 부터는, 동물원이나 식물원같은 단체활동이 아니면 좀처럼 가기 힘든 곳에 가는것이 좋아졌다. 외국에 가더라도, 이제는 꼭 한번은 동물원에 들르게 된다. 어려서 동물원이란곳에 좀처럼 다니질 않아서 그런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동물원에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 라고 언니가 핀잔을 주..
마음에 드는 그림몇장때문에 사긴 했지만,,, 거의 한장당 1000원꼴 하는 엽서... 제대로 인쇄해줬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엘리스 멜빈 - 알파벳 보물찾기 글렌다 스브렐린 - 가족의 초상 아리안나 파피니 - 가면무도회 보로그다이 쥬쟌나 - 세계일주 와타나베 메구미 - 우리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케스투티스 카스파라비츄스 - 딸기의 날 니콜라이 트로신스키 - 착한여인들에게 그리고 나쁜 여인들에게 프란치스카 노에비르트 - 매우 예절바르죠? 등등등 특별기획전으로 맨 마지막에 있었던 아이너 투르코프스키의 연필 일러스트화가 엽서엔 없어서 실망... 상받은 작품인데 정말 이게 연필로 그린게 맞아? 라는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크레헨슈렉 남작의 모험'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런 동화책..
Pittsburgh, 2004 천막을 치고 나는 네게 편지를 쓴다. 여름 하룻날 이미 기울어지고 푸르스름한 하늘속에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꽃송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가는 요란한 저 포화(咆火)! 엽서(작자미상) - 출처는 그 옛날 어느 의류 카다로그.
마카오에 가기전엔 마카오에서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는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싸고 좋은 와인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동차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평소 드라이빙 다니는 것은 좋아해서 그랑프리 박물관에서 삐까뻔쩍하는 자동차들 보니 언제 저런거 한번 타보나 부럽기도 했다. 1954년 시작해, 매해 11월 셋째주 주말에 마카오 시내에서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 내가 갔을때는 대회가 막 끝난지 얼마 안돼 도시 곳곳에 설치해두었던 임시 관람석을 해체하는 중이었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시속 200킬로도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다른 유명한 그랑프리 대회도 많지만, 마카오 대회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주를 같이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나 마카오..
사실, 기대했던 것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게다. 그 동안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티비에서 봐왔던 앙코르와트와 많이 달랐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자유여행이 아니라 단체여행을 했기때문이란것도 안다.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오게 되면,,, 못봤던 사원들 하나하나 제대로 시간을 들여 구경하고 싶고, 아침일찍 일어나 길거리에서 파는 바게트 샌드위치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 늦은 오후에 흙먼지 나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 근처 슈퍼에 가보고 싶고, 재래시장에서 파는 메뚜기 튀김(그것이 바퀴벌레가 아니었길 바라며)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금방 새빨간 흙먼지 뒤집어 쓰겠지만, 볕 잘드는 건물 계단에 앉아 시원한 앙코르 비어 한잔 마시고 싶다. 다시 가고 싶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