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kohmen:::Book (책 소개) (55)
Antic Nomad
Chicago, 2004 왠지 무척 피곤했다. 바닥이 콘크리트인 현장에서 반나절 있었기 때문에 턱 안쪽이 타서 쓰렸다. 그대로 누웠다가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오다기리 영감밑에서 목수다운 일을 하고 싶었다. 심지가 박힌 삼나무를 발로 꽉 밟고 성긴 톱을 쓰다듬듯이 깊숙이 박는다. 톱을 켤 때마다 턱 끝에서 땀이 떨어진다. 전기 대패와 운반 트럭 소리로 주위가 시끄러울 텐데도, 귀에는 톱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느 틈에 목재와 톱이 스치는 소리에 자신의 숨소리가 더해지고, 절단면에 톱밥이 넘친다. 자기 몸에서도 뭔가가 넘쳐나오는 것 같은 가목이 느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이스케는 알 수 없다. 명치로 흐르는 뜨거운 땀. 톱을 켤 때마다 비산하는 땀. 몸에서 땀이 넘쳐..
내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장대비 속의 여자- 유카 운없게도 내 앞에서 전화한통 했던 걸로 협박아닌 협박을 받게된 공중전화의 여자-간노씨 디럭스 햄버거 도시락을 골랐다가 나의 볼 멘소리를 듣게 된 자기 파산의 여자- 마리 이유도 없고 아무일도 없었는데 하루사이에 내 앞에서 사라져버린 죽이고 싶은 여자-아카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두세개의 아이스크림을 사는 꿈속의 여자-그 여자 나와 헤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정도의 못된 짓을 해달라며 고개숙였던 평일에 쉬는 여자- 그 여자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지하 상점의 케이크를 좋아하던 울지 않는 여자-도모코 마쓰다 세이코의 데뷔곡은 B면이 좋다던 첫 번째 아내-가스미 지유가오카 '더 아파트먼트'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CF의 여자-다구치 가린 저녁 8시..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9400won) " 무서운 속도로 변화해가는 거리의 풍경을 두 남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그린 작품이다. 무대는 사이타마현 오미야. 그곳에 건설중인 나선형의 고층 빌딩을 설계사와 현장 작업원이 각각의 각도에서 올려다보면서 이야기가 움직여간다. 어떤 풍경속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보고 있는 각각의 풍경이 읽은 후 겹쳐져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면 좋겠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by 요시다 슈이치 Pittsburgh, 2004 ................... 길쭉한 탈바가지 같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 요시하루가 성가시고 짜증스러웠다. 늘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
워터 Water + 요시다 슈이치 (북스토리 8,000) Rule No. 1 :::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Rule No. 2 ::: 갑자기 화제를 바꾸려고 했던 게 실수였던 모양이다 게이치로는 내 얼굴을,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곧 "아니, 됐다" 하며 고개를 돌렸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그의 옆모습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Rule No. 3 ::: 운전석으로 되돌아온 아..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 김동영 " 방은 제법 크고 깨끗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차고 한쪽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라 방이 하루 종일 어두컴컴했다. 물론 커다란 창문이 있긴 하지만 방의 위치상 해가 지는 늦은 오후에만 붉은 햇살이 간간이 방으로 스며들었다가 금세 다시 어두워졌다. 난 항상 그 늦은 햇살을 바라보며 잠깐씩 의자에 기대어 졸곤 했다. 그럴 때면 마치 깊은 바다 속에 홀로 가라앉아 있는 가오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by 생선 몇달 마다, 혹은 몇일 마다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아. 어디 가고싶다- 그 말을 듣기에 지쳤던지, 어느 날 친구가 대리 만족 하라며 건네준 이 책을 한동안 머리맡에 두고 있다가 며칠이 지나 일찍 들어온 날 - 처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넌 네 자신을 통째로 받아줄 수 잇는 사람을 원하는 거야. 왜 미스즈에게 반했냐, 어디가 어떻게 좋았냐, 그런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을 거야. 그건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다만 너는 미스즈라는 그릇이 너를 폭 담아 줄 수 있다고 느낀 거겠지. 그게 사랑 아닌가. 미스즈도 너에게 몸과 마음을 허락한다면, 그때는 한쌍의 커플이 되겠지. - by 후쿠하라 (일명 빛쟁이. 하지만 진짜 직업은 탐정. 왜 걸어서 도쿄를 여행하는지 알 수 없음) 왜 좋으냐고 누가 물으면, 확실한 목소리로 이러이러해서 좋아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머리속에서 하나씩 그려지는 내가 원하는 우상(우상이라고 해도 좋다)에 대한 리스트를 쭉 훓어본다해도, 그래, 이거야. 이거 때문이야. 라고 여봐란 듯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