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kohmen:::Book (책 소개) (55)
Antic Nomad
----------------- 나 이사람은 원래 미학상의 견지에서 코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으므로, 그 일단을 피력하여 두 분의 귀를 더렵혀 드릴까 합니다. 여러모로 연구해보았습니다만, 코의 기원은 아무래도 확실치 않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가령 이를 실용상의 도구라고 가정한다면 구멍이 두 개면 그만이지, 뭐 이렇게 건방지게시리 한복판으로부터 불거져나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점차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떠밀고 나왔느냐..... 어떻든 떠밀고 들어가진 않았으니까요. 그저 두 개의 구멍이 나란한 상태와 혼동하시면, 오해를 낳게 될지도 모르므로, 미리 주의해둡니다. 그래 우견에 의하면, 코의 발달은 우리들 인간이 코를 푼다는 미세한 행위의 결과가 자연스레 축적되어, 이렇게 현저한 현상을..
2006. Koh Samui, Thailand 나는 나의 직업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것에 충실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내게 있어 의심조차 없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만족을 찾아낼 수 있을 세상에 대한 하나의 길임에 다름 없었다. 그 만족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 세상을 보고 돈을 벌 수는 있었다. 무언가 실행하거나 계획하거나 하는데 있어 부모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일요일에 맥주를 마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정작 해야 할 일은 아니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생활의 뜻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본래의 뜻은 어딘가 다른, 좀더 깊고 아름답고 신비적인 데에 있었다. 그것은 소녀나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곳에는 깊은 기쁨과 만족이 ..
작년 샌프란 모마 미술관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일러스트 책. 일러스트레이터인 Kate Williamson이 일년간 일본에 머물며 보고 느낀 새로운 동양 문화, 먹거리등을 원색의 일러스트로 그려낸 책이다. 휴대폰, 마차, 자전거, 빨간 단풍, 고야, 컬러풀한 양말, 교토 요리, 가라오케, 당고, 도시락에 딸려오는 물고기 모양 일회용 간장통, 게이샤, 낫토, 란도셀 등 일본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맛깔나게 그려놓았다. 올 해가니까, 일러스트 엽서 세트도 나와있던데, 저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년동안 살면서 그림을 그려낸다면, 아마도 떡뽁이, 광화문 꽃밭, 남산 타워, 막걸리, 이마트, 청계천 물놀이 뭐 이런걸 고르지 않을까? 저자의 일러스트로 그려내는 서울은 아마 또 다른 느낌일텐데...
Green Apple에서 세일하던 작은 책- 뉴요커의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David Sedaris 의 단편집이다. 사와서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묵혀뒀었다. 남은 여름이 가기전에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거나 사고나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거, 중간에 읽다가 버려둔 책들을 골라 다시 읽기로 했다. 수영장 한번 가지 못하고 이렇게 또,,, 집에서 맥주마시며 휴가를 보내다닛... -_- 책 표지에는 얼음 결정 모양이 프린트 된 유리컵에 물이(혹은 언더락일지도) 담겨있는 세피아 톤의 사진으로 되어있는데, 얼음까지 띄어진걸로 봐선 여름 휴가 이야기 같지만,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어나는 짧은 이야기 단편집이다. (대충 훓어봤다) 이번주엔 이 책. 다 볼 수 있기를... 그의 살짝 비틀린 유머를..
2002. Pittsburgh. 수많은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사연들. ::: 소스케가 목욕을 하러 가는 시간은 언제나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뒤였으므로, 사람들이 붐비는 저녁 식사 전 황혼 무렵이었다. 그는 근래 2,3개월 동안 밝은 햇빛 아래에서 목욕탕 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건 그래도 나은 편으로, 자칫하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목욕탕 구경조차 못 할 때가 많았다. 일요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깨끗한 목욕물에 몸을 푹 담가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막상 일요일이 오면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이라는 생각에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다가, 시간이 흘러간 뒤에는 에이 귀찮아, 오늘은 관두고 다음 일요일에는 꼭 일찍 가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게 거의 타성이 되어 있었다. ------..
" 평범한 위선자를 위해. 무지한 차별주의자를 위해. 속인과 광인을 위해. 죽어도 좋을 만한 사람들, 온갖 죄인을 위해. 그러니까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일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나쁜 짓은 생각이 나도 착한 일은 새빨간 거짓말밖에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포도주 병은 땅바닥에 구르고, 달이 떴다. 이미 무서울 것도 망설일 이유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뭔가 없을까. 가능한 일은 없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가. 달 모양으로 대롱대롱 매달린 발톱이 그냥 욱신욱신 아팠다. 할 일도 없고 죽지도 못하고 내내 생각만 굴리고 있을 뿐인 채 휘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