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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 - 나쓰메 소세키 (향연 9,000 wo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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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 - 나쓰메 소세키 (향연 9,000 won)

isygogo 2009. 7. 10. 23:37

                                                                                       2002. Pittsburgh. 수많은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사연들.                                          

:::  소스케가 목욕을 하러 가는 시간은 언제나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뒤였으므로, 사람들이 붐비는 저녁 식사 전 황혼 무렵이었다. 그는 근래 2,3개월 동안 밝은 햇빛 아래에서 목욕탕 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건 그래도 나은 편으로, 자칫하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목욕탕 구경조차 못 할 때가 많았다. 일요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깨끗한 목욕물에 몸을 푹 담가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막상 일요일이 오면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이라는 생각에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다가, 시간이 흘러간 뒤에는 에이 귀찮아, 오늘은 관두고 다음 일요일에는 꼭 일찍 가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게 거의 타성이 되어 있었다. ---------------------------------------------------------------------------------------------------------------------------------------------------------그들 부부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ㄷ르이 추위에 떨며 서로 부둥켜안고 몸을 녹이듯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괴로울 때에는 항상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하고 오요네가 소스케를 위로했다. 소스케는 오요네에게 "참아야지 뭐"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포기라든가 인내라는것이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었지만, 미래라든가 희망이라는 것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듯이 보였다. 그들은 별로 과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때에 따라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피하기조차 했다. 오요네가 언젠가 "이러다가도 또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에요. 그렇게 나쁜 일만 계속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하고 남편을 위로하듯이 말한 적이 있다. 소스케는 그 말이 진심 어린 아내의 입을 빌려서 자신을 농락하는 운명의 독설처럼 느껴졌다. 그런 때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오요네가 그래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슨 말인가를 계속했을 때 "우리는 그런 좋은 일을 기대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말을 불쑥 내던졌다. 아내는 그제야 겨우 눈치를 채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엔가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과거라고 하는 어둡고 깊은 구렁텅이 속에 떨어져 있었다. --------------------------------------------------------------------------------------------------------------------캄캄한 밤거리를 걸으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런 마음에서 헤어나고 싶었다. 그 마음은 너무나 나약해서 안정을 찾이 못하고, 불안해서 가만있질 못하며, 배빵이 너무 없어서 초라해 보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서 현재의 자신을 구제할 수 있을까 하는 실질적인 방법만을 생각랗 뿐, 그 압박감의 원인이 된 자신의 죄나 과실은 완전히 제쳐놓고 있었다. 그때는 거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를 잃고 오로지 자기 본위로만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ㅇ니내심으로 세상을 헤쳐 나왔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인생관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 인생관은 입으로 말하는 것 또는 머리로 듣는 것이어서는 안 되었다. 마음의 실질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면 안 되었다. -------------------------------------------------------------------------------------------------------------------------------------------------------- 나는 나의 문을 열려고 왔다. 하지만 문지기는 문 뒤에 있으면서 아무리 두드려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아무리 두드려도 소요없다. 네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 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리하여 그 수단과 방법을 분명 머릿속에 준비했따. 그러나 빗장을 실제로 열 수 있는 힘은 전혀 양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자기가 서 있는 장소는 이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는 여전히 무능하고 무력하게, 닫힌 문 앞에 남겨져 있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분별력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 분별력이 지금의 그에게는 탈이 되었음을 억울하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취사선택도 유추도 용남하비 않는 어리석은 외골수가 부러웠다. 또한 신념이 굳은 선남선녀들이 지혜도 잊고 유추도 하지 않으며 정진하는 것을 숭고하게 우러러보았다. 그는 오래도록 문밖에서 서성이는 운명으로 태어난 듯했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통과 할 수 없는 문이라면, 일부러 거기까지 찾아가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


툭툭 내뱉어 내는 요즘의 일본 소설과는 또 약간 다른 소설. 조곤조곤 소설 속 세계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가끔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소스케의 친구 야스이는 분명 오요네를 자기의 동생이라고 소개했으며, 사랑에 빠져버린 소스케와 오요네는 가족과 친구들, 세상사람들에게 밀려난 채, 사카이 씨 집 아래 절벽의 작은 집에 세들어 살며- 언제 자기들 머리위로 굴러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짓눌려 조. 용. 히. 금실좋게 살아가고 있다. 야스이가 사카이씨 동생과 함께 몽골에서 돌아온다는 얘길 들은 소스케는 야스이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야스이가 본일들때문에 얼마나 망가진 인생을 알아가는지 확인해야 하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나보다) 수행을 하고자 작은 암자로 떠나보지만, 영특한 깨달음을 얻은것이 아니라 본인은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뭐, 결혼했던 사이도 아닌데, 친구의 여자친구와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언제까지 세상 비틀린곳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건가 좀 답답한 기분도 있었지만,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라면 뭐, 이해도 된다. 
한번 책을 손에 들고나서 담숨에 읽어 내려갔는데,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넘치지 않게 잘 다듬어져 있다. 이 더운 여름날, 추운 겨울 밤 이로리곁에 앉아 조용히 바느질을 하며 소스케와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는 오요네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이 분, 굉장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