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책소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문학사상사 10,000won) 본문

kohmen:::Book (책 소개)

<책소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문학사상사 10,000won)

isygogo 2009. 10. 11. 14:19

-----------------     나 이사람은 원래 미학상의 견지에서 코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으므로, 그 일단을 피력하여 두 분의 귀를 더렵혀 드릴까 합니다.
            여러모로 연구해보았습니다만, 코의 기원은 아무래도 확실치 않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가령 이를 실용상의 도구라고 가정한다면 구멍이 두 개면 그만이지, 뭐 이렇게 건방지게시리 한복판으로부터 불거져나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점차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떠밀고 나왔느냐..... 
                     어떻든 떠밀고 들어가진 않았으니까요. 그저 두 개의 구멍이 나란한 상태와 혼동하시면, 오해를 낳게 될지도 모르므로, 미리 주의해둡니다. 그래 우견에 의하면, 코의 발달은 우리들 인간이 코를 푼다는 미세한 행위의 결과가 자연스레 축적되어, 이렇게 현저한 현상을 노출하게 된 것이올시다.
                                                                            아시는 바와 같이 코를 풀 땐, 꼭 코를 손가락으로 집습니다. 코를 손가락으로 집고, 특히 이 국부에만 자극을 주면 진화론의 대원칙에 의하여, 국부는 이 자극에 응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비례하여 걸맞지 않은 발달을 하게 됩니다. 거죽도 자연히 딱딱해집니다. 살도 점차 굳어집니다. 마침내 응고하여 뼈가 됩니다.   -------------- 아니, 의심할 만도 합니다만, 이론보다 증거라고, 이와 같이 뼈가 있으니 별수없지요. 이미 뼈가 생겼습니다. 뼈는 생겨도 여전히 콧물은 나오겠지요, 나오면 풀지 않고선 못 배깁니다.  이 작용으로 뼈의 좌우가 깎여나가서 가늘고 높다란 융기로 변화되어 갑니다. 실로 가공할 작용입니다. 물방울이 돌을 움푹 파내듯, 빈두로(16나한 중 첫째)의 머리가 저절로 광명을 발함과 같이, 불가사의훈 불가사의취의 비유와 같이, 이렇게 콧날이 우뚝 서고 단단해집니다.   .................... 연설자 자신의 코는 변호할 염려가 있으므로, 구태여 논하지 않겠습니다. 저 가네다 씨네 자당께서 가지신 코는 가장 발달한, 가장 위대한 천하의 진품으로 두 분에게 소개해두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사물도 극도에 달하면, 위관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어쩐지 무서워서 접근하기 어려워집니다. 저 코는 근사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다만 너무 날카롭지 않나 싶습니다. 고인 중에서도 소크라테스, 골드 스미스, 새커리 등의 코는 구조상으로 말하면 할 얘기가 퍽도 많을 것이나, 그 할 얘기가 많다는 점에 애교가 있는 것입니다. 
                         코는 높다는 점에서 고귀한 게 아니라, 기이함으로 해서 귀하다 함은 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속담에도 '코보다는 떡'이라고 했습니다만, 미적 가치로 말한다면 우선 메이테이 정도의 코가 적당하지 싶습니다.  
                                                                                              --  그래 그렇다면 얼굴을 씻고 다시 나설까요, 에에....이제부터 코와 얼굴의 균형에 대하여 한 마디 언급하고자 합니다. 다른 것과 관계없이 단독으로 코론을 시도하면, 저 모씨네 자당 같은 분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코-구라우마야마(코가 큰 선인이 산다는 전설의 산)에서 전람회가 열려도 십중팔구 1등상일 걸로 생각될 정도의 코를 소유하고 계십니다만, 애석하게도 저것은 눈, 입, 기타 여러 선생과 아무런 의논도 없이 생겨난 코입니다.  시저의 코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시저의 코를 가위로 싹둑 잘라, 이 댁 고양이의 얼굴에다 안치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유에서도 '고양이 이마팍'이라고 할 정도의 좁은 바탕에, 영웅의 콧대가 우뚝 솟구친다면, 바둑판 뒤에 나라의 대불을 갖다 안치한 것과 같아서 균형을 깨뜨린 나머지, 그 미적 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자당님의 코는 시저의 그것처럼, 참으로 장엄하기 그지없는 융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주위를 둘러싼 안면적 조건은 어떤 것일까요? 물론, 이 댁의 고양이같이 열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간질병을 앓는 마나님처럼 두 눈썹 사이에 여덟 팔자를 새기고, 가느다란 눈을 치뜨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분, '이 얼굴에 이 코가 있다'는 감탄을 금할 수 없지 않습니까?"

 - 누군가 내 코를 보고, 이런 토론을 벌인다면.. 뭐 딱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재미는 있겠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재밌는 소설이다. 과연 일본 근대 문학 사상 최고의 작가라고 칭해질 만하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본 인간과 인간사회의 모습이 약간은 비꼬는듯이, 약간은 안쓰러운듯한 태도로 담담하게 쓰여있지만, 한 장면 한 장면, 나쓰메 소세키 자신의 모습도 보이는것 같고, 진짜 내가 고양이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고양이가 봤을때, 인간은.. 네 다리가 있는데도 두발만 이용해 걷는 사치스런 동물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