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BlueBarn:::(worldwide) (288)
Antic Nomad
내 생애, 호텔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보긴 처음이었다. 외국도 아닌 서울에서 말이다. 아무도 쓰지 않은 빳빳한 침대 시트와 까끌까끌한 감촉의 커텐.. 약간의 약품냄새가 남아있던 카펫과 아무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욕조까지... 콘래드 호텔은 그 명성답게 깨끗하고, 웅장하고, 재미있었다. 호텔 자체의 재미보다는 호텔이 자리한 곳과의 연결로 인한 재미였다. 다른 곳보다는 덜 붐비는 멀티 플렉스 빌딩, 갖가지 다양한 매장과 음식점... 비싸지만 맛은 그냥 그랬던 야끼니꾸집... 비즈니스 호텔이라 호텔 자체내의 즐길거리는 사실 많지 않다. 실외를 볼 수 있는 수영장이 그나마 손꼽을만 했는데 밤이라 보이는건 옆 빌딩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의 불켜진 사무실뿐이었다. 따뜻한 온수풀이긴 했지만, 차가운 수영장 공기때문에 ..
스미냑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중 나름 터줏대감 역할을 한다는 미코노스. 겉보기엔 축 쳐진 차양으로 인해 우중충해 보이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스미냑에서 하나뿐인 그리스 레스토랑이다. 식당에 들어가 앉자마자 굵은 오후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고, 간간이 강풍도 몰아쳐뎄다. 그 와중에 메뉴 주문을 끝내고 화끈거리는 얼굴과 어깨에 알로에 젤을 바르고 있는데, 까만 눈동자의 헝크러진 단발머리 자매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색색의 팔찌를 들이밀며 원달라! 라고 외치고 있었다. 싸요. 라는 한국말도 해가며 호객행위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고, 불쌍한 마음도 들긴 했지만, 전날 거리 상점에서 20개의 팔찌를 이미 산 후라 조용히 머리를 흔들어 거절의 표시를 했다. 불쌍한 눈으로 애원하던 아이들..
재스퍼에서 내려오는 길, 콜럼비아 아이스필드에 들렀다. 일단은 안내소와 같이 자리해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아침 아이스필드에 가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전세계에서 우르르 몰려든 관광객들이 북적이지만 해가 지고나니, 근처 시설이라곤 칼바람 씽씽부는 주차장뿐인 안내소는 철 지난 관광지마냥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식당도 건물안에 있는 것만 이용가능하고, 물론 위락시설따위 객실 내 작은 브라운관 티비뿐이다. 식당은 커다란 연회식당같은 분위기지만 우려했던것보다는 음식맛이 좋아 식구들 모두 좋은 만족할만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나 아빠가 시키신 캐나다 쇠고기 요리가... ^^ 복층으로 된 객실은 깔끔하게 정돈되 있고, 청소도 잘 되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빨간색 침대커버가 밋밋한 객실을 조금은 화..
쉬농소 성의 주방...성안을 찾아오는 수많은 손님들과 주인님들을 위해 없는게 없는... 주방. 커다란 벽 한쪽에 매달린 구리냄비는 지금도 가끔 손질을 하는지 윤이 반질반질한게 금방이라도 내려서 불에 올리고 싶을 정도다. 화덕도 있고, 벽돌로 만든 개수대도 있고, 나름 과학적인 정수 시스템도 있다. 큰 거북이 같은 무쇠난로위에 얼마나 많은 냄비가 올려져서 바글바글 끓으며 냄새를 풍겼을까... 갓 잡아온 사슴, 토끼등을 푸줏간 실에서 다듬어 오고... 그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찜을 할지 구이를 할지 고민을 했겠지... 강 위를 미끄러져 온 배 위에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도르래에 매달린 통에 넣어 위로 올려주고... 한쪽 개수대에선 차가운 물을 받아 씻곤 했겠지. 요리를 하기 시작하니... 점점 냄비가 탐이..
손꼽히는 발리 파인 다이닝 중 하나인 프렌치 레스토랑, 메티스.... 처음 가이드 북에 등장한 '논뷰'라는 말이 도대체 뭔가 했는데 논이 보이는 경치를 말하는거였다. -_- 뭐 어쨌든.. 우붓에서야 눈을 돌리는 그 마지막은 항상 논뷰이지만, 발리 시내에서 조용한 논뷰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내 메인도로만 조금 벗어나도 시원한 논뷰를 찾을 수 있는데, 내가 묵었던 아마나 빌라스의 앞도 그랬고, 바로 이 레스토랑 역시 그랬다. 서울에서라면 못해도 십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요리를 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니... 뜨거운 햇살따위 무시해야지... 하지만 습도 높은 날, 자동차 매연을 뚫고 20분을 걸어 간 것은 실수였다. 땀 범벅을 해서 안내받아 앉은 테이블에 앉은 후엔 ..
기존엔 가보지 않았던 스미냑 지역에서 묵을 곳을 찾다가 발견한 작지만 힘있는 빌라 호텔... 아마나 빌라스. 스미냑 번화가에서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꺽어 들어간 골목길은 이게 차도가 맞나 싶을 정도에 바로 옆은 논이라 여기 호텔이 있는게 맞아? 라는 의심만 들었는데, 번잡한 골목을 꺽어 딱 오십미터 들어갔을 뿐인데... 조용하고 아늑한 호텔 입구가 있는 줄도 모르게 놓여있다. 호텔이라고 하기엔 뭐지? 라는 생각만 드는 작은 주차장과 리셉션을 지나 배정받은 방으로 가보니... 여차저차해서 내가 예약했던 단층짜리 빌라가 아닌 2층 구조로 된 빌라로 업그레이드 되 있었다. 정말 정말 긴 담벼락이 선물상자와 같고, 빌라를 애워싸고 있는 대나무는 마치 선물상자 속 얇은 포장종이같고, 그 안에 놓여진 침실과 거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