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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내게는 시원한 여름 음악제였다. 처음엔 지루하고 의미없어보이는 박자들과 소리들이.. 언제가부터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 중간 중간 난 그 이야기 속에서 혼자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이해해서 남에게 들려주는 것... 그것은 단지 악기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연주자의 감성을 들려주는 것이다. 내년에는 관객으로 와도 좋겠다.... 푹푹 찌는 서울로 돌아가기 하루 전... 서울 가는 게 두렵다. ^^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꾸준히 매일매일 듣는건... 4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조금씩 다른 음을 내는 악기와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을 보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어려서 조금 더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골목 골목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서울 안의 옛 동네, 부암동 어느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게 되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진 동네가 있다. 한적하고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마저 드는 개발이 덜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동네, 하지만 근처 사는 주민으로서 이 북적거림이 사실은 조금 반갑지 않지만 나 역시 그 인파에 묻혀 골목길을 헤매는 곳, 바로 종로구 부암동이다. 작고 아담한 소품가게, 소박한 맛이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푸짐한 떡시루에 얹혀진 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집, 유럽풍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작은 인테리어 가게, 따로 선전도 안 하고, 작품수도 많지 않은 두 평짜리 갤러리 등 개발이 더디기만 하던 이 동네에 요즘 부쩍 70-80년대 옛 추억을 다시 되짚으며 서울의 옛모습을 ..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도시 끝 자락의 강둑길 상일동까지는 꽤 멀었다. 성내동에서 시원한 오징어물회냉면을 먹고 나서 부른 배를 잡고 예전에 가 본 적이 있던 상일동 강둑을 걸어볼 셈으로 상일동역으로 갔더니 이미 잡풀 무성하던 그 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고, 주변 공사가 한창이라 강둑 또한 새로 단장하느라 물은 말라있고, 재정비 공사로 흙먼지만 자욱했다. 큰맘 먹고 왔는데 이미 여기까지 도시영역이 넓어졌구나 싶어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모처럼 온 김에 좀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까지 가볼까 하다가 좀 한적한 곳에서 걸어볼까 해서 조정 경기장 못 미쳐 시작되는 미사동 강둑 길로 갔다. 미사IC 바로 밑 ‘나무고아공원’옆에서 산책길이 시작된다. 약간 높게 조성된 강둑 길은 그리 넓진 않..
서울의 푸른 허파 서울숲에서 숨쉬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늦잠을 자야 하지만 모처럼 서울숲으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라 일찌감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짐을 챙겼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그런지 아이처럼 들뜬다. 발걸음도 가벼웠고 간밤에 내리던 비도 그쳐 하늘마저 잘 닦아놓은 유리알 같다. 일찍 서둘러 그런지 가는 길에 차도 별로 없어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살짝 그늘진 나무 밑에 가져온 자리를 넓게 폈다. 주황색 자전거를 옆에 세워 놓고 핸들부터 꼼꼼히 닦아 내려갔다. 여기저기 긁히고 칠이 벗겨진 자전거를 구석에 처박아 놓기만 했던 미안함도 있었다. 늘 차를 타고 지나기만 했던 서울숲은 밖에서 보기엔 크기만 하고 평범한 공원일 뿐이었는데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큰 부지에 연못, 산책로, 야외 공연장, 자연 생태장..
먼지 냄새 따라가는 어느 멋진 날의 산책 비 오는 날, 출근을 하며 경복궁 앞을 지날 때면 늘 회사가 아닌 다른 목적지로 차의 방향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니, 사실은 비가 오는 날에는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아무리 잘 피해 다녀도 운동화 코는 늘 젖어 있고, 바지 뒷단은 축 늘어져있고, 잔머리들은 이유없이 하늘로 치솟고, 뭘 입어도 끈끈한 비 오는 날은 정말이지 집에서만 지내고 싶다. 추적 추적 내리는 비를 끽끽 거리며 연방 닦아내는 와이퍼 소리를 들으며 내가 떠올리는 또 다른 목적지, 나의 파라다이스는 바로 비원이다. 비 오는 날, 고궁나들이라니 왠 뜬금없는 소리냐고 물어도 똑 부러지게 이유를 말하기가 어렵다. 비 오는 날이면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단 하나의 풍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