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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야트막한 파타야 언덕에 올라가 있었고.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아무런 소원 하나도 빌지 못했고,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손안에 잡아보려 헛되이 공기를 갈랐고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더운 바람속에서도 추위에 떨어야 했고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너에 대한 생각, 요만큼도 하지 않았어. 저 번쩍하는 순간에 나는 오직, 한 낮에 마셨던 타이 아이스커피 한잔을 떠올렸을 뿐이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하루가 긴걸까. 겨울을 너무 오래 껴안고 있었나보다. 나의 약한 두 폐는 파타야의 더운 공기가 몹시나 그립다.
처음 가본 얼음 낚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좋은 자리 잡고 세마리 이상씩 잡아올리겠다고 각오는 대단들 했지만, 결국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까지 챙겨먹고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화천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살았던 곳이라 이유없이 친근하다. 3명이서 3시간여를 기다린끝에, 간신히 한마리 낚았다. -__- 누구는 혼자서 3마리을 낚아올리던데- 뭐야... 우리 찌만 다 피해가나봐.. 하루종일 얼음판위에 서서 낚시질 했더니, 아직도 어깨가 아프고, 두 볼이 빨개 .. 내가 잡았다구!!!! 것도 옆구리 걸어서.. ㅋㅋㅋㅋ.
그 깨기 싫은 꿈속에는... 지척에 두고 만날 수 있었던 많은 네가 있었고 어디든지 같이 갈 수 있었던 내가 있었고 그 파란 하늘 아래 네가 있었고 하얀 공기속에 숨쉬는 내가 있었고 늘 내가 기억하는 그 눈속에 약간은 낮선 내가 있었고 남이 흔들어 깨우는 꿈은 되기 싫어서 나 스스로 눈 뜨고 일어나는, 달콤해서 눈물나는 꿈. 아... 놀다 일하려니 정말 힘들고나...
제때 밥을 먹고, 제때 빨래를 하고, 제때 양말을 깁는다. 그리고, 허리는 꼿꼿이... 일상의 기본이 때로는 제일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입맛이 변한걸까. 미각이 떨어진걸까. 어떤 커피를 마셔도 맛이 없다. 사실, 요즘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질 못하겠다. 무엇을 먹어도, 넘어갈때 혀 안쪽의 쓴맛만이 느껴진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먹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넘어갈때는 늘 같은 맛이 나... 씁쓸한 맹맛. 주말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식탁대신 책상에 앉아 저녁대신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 보며 퍼져있으니.. 아.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까지만... 딱. 무기력해져 있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