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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처음 뉴욕에 갔을 때는 너무 더웠고, 생각보다 심심했어. 동경하던 뉴욕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터질것 같았고, 해볼게 많았고, 볼게 많았지만, 어떻게 걸러서 봐야했는지를 몰랐어. 두번째 뉴욕에 갔을 때는 이 도시가 재미있어졌고, 또 한편으로 그 동안의 높은 기대치도 조금은 낮아졌고, 여전히 지하철의 지린내는 참기 힘들었어. 평소같으면 가지 않았을 한국식당엘 갔고, 그 한국거리에서 당시 신인이던 동방신기를 보았지. 처음왔을때와는 달리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도 없었고, 약간은 느긋해진 발걸음으로 골목을 누빌수 있었어. 금요일 밤, 흥청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맨하탄에서 와인을 마시고, 뉴저지에서 맥주를 마셨지. 레이디스 나잇이란 걸로 혜택도 본것같아. 세번째 뉴욕에 갔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
눈은, 밤사이 얼마나 빠르게 내렸는지, 12시가 지나 잠이 들때만 해도 청명한 하늘이었는데, 여섯시간이 지나 눈을 떠보니 이미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눈으로 덮혀 사물들의 모양이 조금씩 틀어져 있었다. 저렇게 눈이 오고 나면, 일주일동안은 꼼짝없이 질척이는 눈길을 해치고 다녀야 했고, 차도 신발도 바지 밑단도 지저분해 졌다. 혼자 따뜻한 커피숍에 들어가 캬라멜 마키아또를 시켜놓고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 꾸벅꾸벅 졸다가 나오는 하루가 반복됐지만, 어딜 앉아있어도 꼬리뼈가 시려오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느낌은 겨울 내내 나를 떠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때는 때만 되면 늘 그렇고 그런, 빛바래고 유치한 색감의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내지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러 소풍가는게 지겨웠었다. 그나마 놀이기구를 탈 수 있으면 나았지만,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소풍장소가 정해졌을때는 반 전체 아이들이 합심하여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곤 했었다. 졸업을 하고, 이제는 50명이 우루루 같이 몰려다니며 김밥을 까먹고 단체사진을 찍는 일이 없어지면서 부터는, 동물원이나 식물원같은 단체활동이 아니면 좀처럼 가기 힘든 곳에 가는것이 좋아졌다. 외국에 가더라도, 이제는 꼭 한번은 동물원에 들르게 된다. 어려서 동물원이란곳에 좀처럼 다니질 않아서 그런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동물원에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 라고 언니가 핀잔을 주..
2004년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에서 듀안 마이클스를 만났다. 피츠버그가 고향인 듀안 마이클스는 이 카네기 미술관 미술 아카데미에서 앤디 워홀과 함께 미술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고향집에 관한 책을 내 겸사겸사 피츠버그까지 오셨었나보다. 간단한 렉쳐가 끝나고 사진집에 싸인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너무 떨렸던 이날 밤... 늦게까지 신나서 사람들과 술을 마셨었다. 다른 유명한 사진집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사진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손수 적어 내려간 필기체로, 스러져가는 고향집과 고향마을에 대한 씁쓸함과 안타까움등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책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린시절에 대한 얘기도 있고, 집앞으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 때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어서- 왠지 진짜 위대한 예술가가..
Pittsburger + 피츠버거, 피츠버그 http://www.primantibros.com/ 미국에 오면 맛있고 큰 점보 사이즈 햄버거를 매일매일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즐겨먹은 건 내 손바닥 보다 작은 웬디스의 99센트 햄버거였다. 가난한 연수생에게는 레스토랑이나 카페테리아에서 5불, 6불 주고 먹는 칠면조 샌드위치에 스타벅스 커피 한잔은 사치에 가까웠다. 한달에 한번 정도, 그동안 싸구려 패스트푸드와 싸늘히 식은 집도시락에 시달린 위장을 달래주러 사치를 하러 갈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제일 많이 갔던 곳이 프리만티 브로스 레스토랑이었다. 처음 언니 소개로 이 식당에 왔을때, 그 크기에 한입 벌어지고, 그 양에 한입 벌어지고, 모든게 하나로 이루어진 황당한 모양새에 또 한입 벌어졌다. 일명..
좌표를 북쪽으로 두고,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를 지나 쭉 올라가면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로 유명한 나파밸리와 소노마 밸리에 도착한다.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프라시스 코폴라 감독의 새로운 와이너리 로소앤 비앙코가 나온다. 루비콘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와는 조금 다르게 좀 더 캐쥬얼하고 심플하다. 거대한 와이너리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가족 별장의 느낌? 깊어가는 가을 중간이라, 푸릇푸릇한 와이너리의 드넓은 포도밭은 보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추수 감사절에 맞춰 곳곳에 잘 영근 호박을 갖다놓아 말라버린 포도밭이 휑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노오란 빛으로 물든 포도잎과, 주황색으로 물든 잭-오- 랜턴(호박)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웠던 곳. 메인 건물로 올라가기 전- 양쪽으로 심어놓은 야생화의 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