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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Zoo- 피츠버그 동물원+ 동물의 왕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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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Zoo- 피츠버그 동물원+ 동물의 왕국

isygogo 2009. 2. 20. 19:56

중고등학교때는 때만 되면 늘 그렇고 그런,  빛바래고 유치한 색감의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내지르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러 소풍가는게 지겨웠었다. 그나마 놀이기구를 탈 수 있으면 나았지만, 동물원이나 식물원으로 소풍장소가 정해졌을때는 반 전체 아이들이 합심하여 땅이 꺼져라 크게 한숨을 쉬곤 했었다. 졸업을 하고, 이제는 50명이 우루루 같이 몰려다니며 김밥을 까먹고 단체사진을 찍는 일이 없어지면서 부터는, 동물원이나 식물원같은 단체활동이 아니면 좀처럼 가기 힘든 곳에 가는것이 좋아졌다.
외국에 가더라도, 이제는 꼭 한번은 동물원에 들르게 된다. 어려서 동물원이란곳에 좀처럼 다니질 않아서 그런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동물원에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 라고 언니가 핀잔을 주었지만,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긴 주차장을 가로질러 동물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난 이미 혼자 소풍나온 기분이었다. 아마 이곳이 과천이었다면 또 기분이 남달랐겠지만, 어쨌든- 우리 바깥에 붙어있는 작은 이름표 하나하나 신경쓰며 읽어야할 때였다.



홍학은 우아했고- 호랑이는 더위에 지쳐 혀를 쑥 내밀고 늘어져있었고, 오랑우탄은 세상만사 다 귀찮은, 바라보는 관광객의 입장으로는 꽤 과감한 포즈를 하고 유리창 앞에 누워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핑크빛 새끼 쥐들은 내 새끼 손가락 보다 작았고- 처음 본 보아뱀의 강렬한 노랑색의 비늘은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했다. 염소의 동글동글한 똥이 굴러내려와 내 발앞에서 멈췄을때도 웃을 수 밖에 없었고, 낙타가 그렇게 더럽고 침을 많이 흘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느 시점이 되면 사람은 점점 유치해지고 결국엔 어린애같이 군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쩌면 조금은 맞는 말인가 보다.
서른살이 훌쩍 넘어 곰을 좋아하게 되고, 원숭이를 너무 좋아하게 되는 일이 내게도 일어났으니 말이다. 더더욱이 원숭이 잠옷을 입고 자는걸 보면,,, 나 이대로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되서 원숭이 핀 하고 다니게 되면 어쩐다... 걱정도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