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책소개>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13,000 won) 본문

kohmen:::Book (책 소개)

<책소개>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13,000 won)

isygogo 2009. 10. 16. 23:27

----- 안 좋은 작별이란 건 결국 어떤 식의 작별일까? 라고 쇼코가 물었다. 아는 체를 한 이상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상대에게 심한 상처를 준 거지, 라고 요노스케가 대답했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쇼코는 뭔가를 느낀 듯이 근데 무로타 씨라는 분은 남에게 상처 줄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사람이 심한 짓을 하면 상대가 두 배로 상처 받지 않겠어? 라고 요노스케가 말했다. 어머나 요노스케, 왠일로 깊이 있는 말을 다 하네. 쇼코가 선망의 눈길로 요노스케를 바라봤다.
요노스케는 쇼코와 애기를 나누면서 자기가 누군가에게 상처 준 일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초등학생 무렵, 같은 반 여자애를 울린 적은 있지만, 상처를 줬다고 할 만큼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구라모치와 당구장에 가기로 헀던 약속을 어겨서 상처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 역시 말은 같아도 의미는 달랐다. 결국 자기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상처 준 일은 없구나 하고 재빨리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문득 옆에서 걷고 있는 쇼코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 그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상처 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상처를 줄 만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이 없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받았다... 라는 말은 사실.. 별 의미없어.
스스로 상처받고 싶어 그렇게 믿고 싶은걸지도 모르니까.  안그래?

요시다 슈이치의 새 소설이 나와서, 예약했다가 받았다.
이 책 사면서(포인트가 많이 모여서 포인트로 샀음), 사요나라 사요나라도 주문하고, 칼리 컬슨의 파리 탱고도 주문하고, 하루키의 1Q84도 주문했다. 그 동안 이래저래 일도 많고 해서 요노스케 이야기 한권 읽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어제 밤에 다 읽었는데, 뭐랄까...
쉽게 지나칠만한 작은 사건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요시다 특유의 이야기가 있고.
곳곳에 우리나라와 관련된(KAL폭파, 지하철 사건, 그리고 김군. 이라는 등장인물등) 이야기들이 섞여있어 왠지 친근하고.
어찌보면 멍청해보이고, 맹해보이는 요노스케지만, 책의 광고문구대로 "어쩐지 구원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20살의 나이에 여자친구의 임신으로 아빠가 된 구라모치가 새로운 인생을 살러 이사를 나온 날, 이사를 도와주러 온 요노스케앞에서 눈물을 보일때도, 요노스케는 단지 '품에 안은 상자를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릴 뿐이었다'.

왠지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요노스케다. 빈틈이 있어보이지만, 그 빈틈이 있어 그 사람이 100%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흔들리지 않는 사실...  요노스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요노스케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우유에 초콜렛 먹으면서 사요나라, 사요나라나 읽어야겠다.
얼마만의 휴식이냐...  뭐 것도 낮 3시까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