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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그 때,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너의 말을 들을 걸 그랬어. 금방 또 만나. 하고 헤어지면 되잖아 라고 웃으며 내가 말헀고, 헤어짐에 아파하는 네 모습 따위 거짓이라고 애써 냉정해지려고만 했지. 잡지는 않았지만, 보내기 싫어하는 너의 조급해진 손길을 뿌리치진 말았어야 했을까. 그 때, 너의 마음은 나를 위한 위로였을까 너를 위한 가면이었을까. 기운차게 지하철 문을 밀고 나가는 그 찰나... 우리가 인사도 없이 헤어진 그 때. 그 지하철 역.
노틀담 사원 대각선 방면 횡단보도를 건너 무작정 걷기 시작한게 오전 열한시 즈음. 한참 이골목 저골목 다니다가 두 건물 사이 작은 철제 문이 나 있는 곳을 지나갔다. 그 곳은 따로 가려하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가버릴 만큼 돋보이는 것도 랜드마크가 될 만한 모양새도 아닌 곳이었다. 그저 건물 사이 후미진 뒷골목이거나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무심코 내 앞의 관광객들을 따라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이 골목길은 뜻밖의 보석같은 가게가 많은 곳이었다. 비스듬하게 주저앉고 있는 듯한 카페하며, 기념품가게도 하나 있고, 지류와 편지지, 왁스같은 것을 파는 잡화점도 하나 있었다. 골목 중간 즈음 바닥이 울퉁 불퉁 해 자세히 보니, 가운데가 볼록하고 양 옆으로 반들반들하게 닳은 네모난 돌 타일들이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날은 늑장을 부리다 점심까지 먹고나서 집을 나섰는데, 퐁피두 센터 가는 길에 시테섬을 지나다가 바라본 모습이다. 금방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건물들만 반짝 반짝 최선을 다해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마치 선택된 자라도 된 양... 으쓱거리듯이 ... 내 쪽엔 비치지 않는 햇살이 왠지 탈락된 인간같아 서운하다. 낮과 밤이 존재하는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처럼 명암이 갈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왠지 지금 내가 여기 서 있는 것조차 비현실적인 일같이 느껴진다. 잠시 다른 공간에 끼어있는 듯한 느낌... 다시 구름이 햇살을 가로막고 세상은 잠시 어둠... 해를 등지고 서서 다리를 건넜다.
약간 쌀쌀한 일요일아침. 한기가 느껴져 긴 옷을 걸쳐입은 채 커피한잔을 진하게 타놓고 앉아 지도를 펼쳐놓고 잠시 고민을 했다. 하루 남은 파리에서의 시간, 그리고 가고 싶은 두 곳, 지베르니와 오베르 쉬르 우아즈. 너무나 유명한 이 두곳은 각각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로 대표되는 도시다. 전날 오랑주리에서 보고 온 수련 연작의 감흥이 아직은 가슴께에 남아있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원래 가려고 마음먹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카메라를 챙기고, 가이드북을 하나 챙기고, 물 한병을 챙기고, 아이팟을 챙겨 집을 나오니, 거리엔 이른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카페마다 가득했다. 지하철을 타고 파리 북역에 내려 SNCF 라고 쓰여진 곳으로 가니 플랫폼은 있는데 티켓 창구가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