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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BanyanTree Hotel, Bangkok 태국 어디에서도 이렇게 높은 곳에서 잠을 청해 본 적이 없다. 해변가의 매트리스 푹 꺼진 방갈로, 방콕 근교 사진만 멋드러지게 올라와있던 4면이 타일이었던 작은 3층 방, 침대 두개만 달랑 있던 카오산 로드의 2층 게스트하우스, 푸켓 호텔의 보송보송했던 시트, 사무이의 꽃 잎 떨어져 있던 일층 방 - 좋은 방도 나쁜 방도 있었지만 언제나 최고의 순간이었다. 딸과 함께 처음 온 태국. 방콕을 이렇게 위에서 바라보다니 내가 알던 그 곳이 아닌것 같아 더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내게 찰싹 붙어 세근세근 잠을 자는 아이의 살냄새를 맡으며 즐기던 오후 한 낮. 내 여행에서 이 시간은 늘, 어딘가 분주히 돌아다니느라 바빴는데, 이제 매일 오후..
스완나품 공항 상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방울 한방울 빗방울이 마른 황토빛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공항 활주로도 살짝 젖어 있어 한낮의 열기가 조금 가신듯 보였다. 비행기 문을 나서자마자 온 몸에 불어오는 습기 가득한 공기를 훅 들이마시고 나니 태국에 또 왔구나- 하는 설레임에 괜시리 반가웠다. 친구가 살고 있어 유독 다른 관광지 같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이런 저런 이유로 태국에 일년에 한번씩은 가게됐던 지난 몇년간의 인연으로 제 2의 고향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태국은 늘 가고 싶은 나라, 매년 가도 꼭 매해 생각이 나는 나라다. 맛있는 음식, 습하고 더운 날씨, 한낮의 뜨거운 아스팔트, 국도의 황토먼지 가득한 좁은 길, 돈내고 이용해야 하는 휴게소 화장실, 길거리에서 파..
첫 배낭 여행이었다. 남들은 대학생때 다 했던거,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가- 부장님이 눈감아주셔서 회사엔 거짓말하고 2주 휴가를 받아 갔던 여행이다. 처음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의 숙박료를 주고 카오산 로드의 한 게스트하우스 푹 꺼진 매트리스위에 몸을 누이게 된 여행이었다. 친구와 단 둘이 하는 첫 여행이었고, 다행히 중간에 한번도 싸우는 일 없이 서울에서 다시 보자며 수랏타니 터미널에서 헤어졌다. 처음 가 본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작은 세 개의 섬이 하나의 작은 해변이 이어주고 있는 꼬 낭유안 섬. 그 아름다움에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고, 그 후 약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았다. 다시 가보니, 한적하니 사람도 없던 아름다운 해변에 사람 지나다닐 만한 틈도 없이 훌러덩 벗고 누워있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