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Da:isy ::: 일상 (211)
Antic Nomad

해동 1950은 김포에 처음 해동서점이 생긴 1950년을 뜻하며, 없어진 서점을 다시 잇는 마음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새로 로컬 카페 겸 전시장, 그리고 책방을 겸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김포 신도시 사이 골먹 하나 들어갔을 뿐인데 ㅡ 300년된 느티나무가 있고, 50년이 된 도장집이 있고, 30년이 된 순대국집이 있고, 88년도에 첫 개점한 직접담근 김치를 파는 마트가 있다. 주말이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지만 ㅡ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떡볶이 먹는 장면을 찍은 오달통 분식집도 있고, 40년된 원조돌곱창집과 한정식집이 골목 하나 돌아갈때마다 나타난다. (지도 사진 참조) 지하는 빈티지 소품샵, 일층은 카페, 이층은 서점, 3층은 전시공간인데 3층은 건물주가 살았던 집이라고 하는데 ㅡ 나무 천장을 ..

늘 지나다니던 경복궁 돌담길이지만- 경복궁과 고궁박물관만 주로 다니다 처음 민속박물관에 갔다. 늦은 점심의 후식 산책겸 가을이 가기 전 단풍구경 실컷 하려고 들렀다. 평창동에 있던 꼭두 박물관이 없어진건지 ㅡ 이사간 후 ㅡ 기증물품으로 전시중인거 같았다. 아이도 나도 친구도 ㅡ 꼭두의 얼굴 표정 보며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그냥 막연히 옛날 나무 인형인줄 알았는데 꼭두는 상여나갈때 망자와 함께 가 같이 묻히는 사람도 동물도 아닌 존재라고 한다. 망자를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는 동반자랄까 ㅡㅡ 장구치고 피리불고 씨름하고 말타는 모습의 꼭두들이 가득하다… 폐관 시간이 다 되 자세히는 못보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지만 ㅡ 오랫만에 너무 멋진 전시였다… 표정만 따로 프린트해서 스케치 할때 해봐야겠다. Parade..

한동안 ㅡ 불면증으로 잠 못드는 밤이 있었다. 잠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 ㅡ 쿵 하며 심장이 내려 앉아 억지로 잠들지 못하게 하는것처럼 ㅡ 그렇게 심장이 떨어지고 나면 고동이 빨라졌고 의식은 점점 또렷해졌다. 다시 잠을 청해도 잠에 빠져들자 마자 ㅡ 경계의 끝에서 내 의식은 늘 뒷덜미를 잡혀 끌려나왔다. 신경과에 가봐도 내과에 가봐도 ㅡ 이상은 없었다. 멜라토닌도 듯지 않았고 ㅡ 처방받은 일주일치의 수면 유도제를 먹으면 그나마 서너시간은 잘 수 있었다. 꼭 일하러 가기 전 날 증상은 심했고 ㅡ 어떤 날은 다음날 일찍 나갈 일이 없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디든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들던 나였는데 ㅡ 아마도 그 시절 나도 모르게 약간의 우울감이 있었던것 같다. 코로나에 육아에 늙어가며 생기는 일들하며 ..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이런 저런 일로 제사 없이 가족들과의 식사로 대신한 명절 끝에 아이 손을 잡고 북촌에 나가보았다. 사실 생각보다 조금 비싼 입장료때문에 혼자 볼까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같이 봐서 좋았고 그래도 전체 작품수에 비하면 살짝 비싼감이 들긴하다... 그래서 매 방마다 영상을 좀 더 오래 앉아 지켜보았고, 수집된 각종 자료들이 집합되어 나타내는 방대한 이미지속에 묻힐거 같았지만 진짜인듯 진짜아닌 이미지의 파도 속에 몸을 맡기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기계가 자연을 꿈꿀 때 어떤 모습일까?" 라는 물음은 사실 조금 섬뜩하기도 했고, 터미네이터 등 영화속 인공지능 기계들이 사람을 꿈꿀 때 모습만 상상했지 자연을 모방하려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안해봤어서..

Umblical Cord #2023 _ 11 아빠 서재에 쌓여있던 종이들은 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누렇거나 회색인 갱지의 깨름직한 냄새에 비할 바 없이 고급스러웠다. 펄프가 그대로 느껴지는 까슬한 감촉, 그 하얀 종이에 빨리 잘 깍은 매끈한 흑심을 문지르고 싶은 유혹을 참고 참고, 아빠가 모르실 정도로 한두장만 몰래 꺼내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종이들이었다. 어떤 종이는 형광등에 비쳐보면 숨겨진 각인처럼 독수리 모양의 문양이 있었고, 부대에서 사용하던 종이인 만큼 스파이 작전에 쓰이는 건가 싶어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그 종이에 친구들과의 비밀 지령도 써 넣고, 조그만 책도 만들어 허접한 동화책도 만들곤 했다. 어마어마한 다독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마, 어렸을 때 ..

처음 게돌이를 데려온 건 4년전인가... 교보문고 이벤트 존에서 팔고 있던 스마일크랩을 4마리정도 데려왔다. 한 놈이 갑자기 알을 품었다가 산란을 하고 - 한 놈은 갑자기 친구를 공격해 한쪽 다리를 다 먹어치웠다. 언니네로 분양보내고, 한 마리는 죽고,, 결국 남은 건 공격당해 한 쪽 다리들을 다 잃었던 이 녀석이다. 처음엔 이대로 죽겠구나 했지만 혹시나 하고 따로 놔두었더니, 며칠 한 팔로 열심히 먹기는 해서 혹시 다시 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날 껍데기만 두고 그대로 탈피를 하더니 네 다리가 다 복원(?)되며 예전의 게돌이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 속에 남겨진 껍질만 보고 죽은 줄 알았는데, 코코넛 집 안에 늠름해져서 돌아온 게돌이가 땋! 그 후 몇 번의 탈피를 하고 계속 계속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