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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 일상

PAPER, BOND, TYPE IV

isygogo 2024. 4. 4. 16:48

 

 

Umblical Cord #2023 _ 11 

 

아빠 서재에 쌓여있던 종이들은 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누렇거나 회색인 갱지의 깨름직한 냄새에 비할 바 없이 고급스러웠다. 

펄프가 그대로 느껴지는 까슬한 감촉, 그 하얀 종이에 빨리 잘 깍은 매끈한 흑심을 문지르고 싶은 유혹을 참고 참고, 

아빠가 모르실 정도로 한두장만 몰래 꺼내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종이들이었다.

어떤 종이는 형광등에 비쳐보면 숨겨진 각인처럼 독수리 모양의 문양이 있었고, 부대에서 사용하던 종이인 만큼 스파이 작전에 쓰이는 건가 싶어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그 종이에 친구들과의 비밀 지령도 써 넣고, 조그만 책도 만들어 허접한 동화책도 만들곤 했다. 

어마어마한 다독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마, 어렸을 때 접했던 이 종이들 덕분이지 싶다. 

아빠가 물건 정리하시며 빨리 가져가라고 성화셔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오긴 했지만- 

아빠가 주변 정리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예전처럼 몰래 가져가다 들켜서 혼났으면 차라리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