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694)
Antic Nomad

늘 지나다니던 경복궁 돌담길이지만- 경복궁과 고궁박물관만 주로 다니다 처음 민속박물관에 갔다. 늦은 점심의 후식 산책겸 가을이 가기 전 단풍구경 실컷 하려고 들렀다. 평창동에 있던 꼭두 박물관이 없어진건지 ㅡ 이사간 후 ㅡ 기증물품으로 전시중인거 같았다. 아이도 나도 친구도 ㅡ 꼭두의 얼굴 표정 보며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그냥 막연히 옛날 나무 인형인줄 알았는데 꼭두는 상여나갈때 망자와 함께 가 같이 묻히는 사람도 동물도 아닌 존재라고 한다. 망자를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는 동반자랄까 ㅡㅡ 장구치고 피리불고 씨름하고 말타는 모습의 꼭두들이 가득하다… 폐관 시간이 다 되 자세히는 못보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지만 ㅡ 오랫만에 너무 멋진 전시였다… 표정만 따로 프린트해서 스케치 할때 해봐야겠다. Parade..

한동안 ㅡ 불면증으로 잠 못드는 밤이 있었다. 잠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 ㅡ 쿵 하며 심장이 내려 앉아 억지로 잠들지 못하게 하는것처럼 ㅡ 그렇게 심장이 떨어지고 나면 고동이 빨라졌고 의식은 점점 또렷해졌다. 다시 잠을 청해도 잠에 빠져들자 마자 ㅡ 경계의 끝에서 내 의식은 늘 뒷덜미를 잡혀 끌려나왔다. 신경과에 가봐도 내과에 가봐도 ㅡ 이상은 없었다. 멜라토닌도 듯지 않았고 ㅡ 처방받은 일주일치의 수면 유도제를 먹으면 그나마 서너시간은 잘 수 있었다. 꼭 일하러 가기 전 날 증상은 심했고 ㅡ 어떤 날은 다음날 일찍 나갈 일이 없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디든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들던 나였는데 ㅡ 아마도 그 시절 나도 모르게 약간의 우울감이 있었던것 같다. 코로나에 육아에 늙어가며 생기는 일들하며 ..

첫 직장에서 선배 기자랑 목아박물관에 취재를 갈 때는 버스를 타고 또 타고 참으로 많이 달려 도착했었다. 그 후 여주는 아울렛에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이었는데, 이번에 취재 차 다녀온 강천섬은 보물섬같은 곳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자작나무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아주 오랫만에 보는 미루나무였다... 어렸을때는 지천에 많이 심어져있던 나무였던거 같은데,,, 말 그대로 거진 30년만에 보는 것 같았다. 중간 중간 어설프게 열 맞춰 놓은 어린 묘목들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다. 그냥 좀 삐뚤 삐뚤하게 듬성 듬성 심어 스스로 이 멋진 풍경에 스며들게 했어도 좋았을 것을.. .꼭 이렇게 가드닝을 했어야 했나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리를 건너 들어온 강천섬은 정말 넓었다. 넓지만 넓은대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이런 저런 일로 제사 없이 가족들과의 식사로 대신한 명절 끝에 아이 손을 잡고 북촌에 나가보았다. 사실 생각보다 조금 비싼 입장료때문에 혼자 볼까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같이 봐서 좋았고 그래도 전체 작품수에 비하면 살짝 비싼감이 들긴하다... 그래서 매 방마다 영상을 좀 더 오래 앉아 지켜보았고, 수집된 각종 자료들이 집합되어 나타내는 방대한 이미지속에 묻힐거 같았지만 진짜인듯 진짜아닌 이미지의 파도 속에 몸을 맡기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기계가 자연을 꿈꿀 때 어떤 모습일까?" 라는 물음은 사실 조금 섬뜩하기도 했고, 터미네이터 등 영화속 인공지능 기계들이 사람을 꿈꿀 때 모습만 상상했지 자연을 모방하려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안해봤어서..

친구를 만나러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선배가 차로 이 집들 앞을 지나가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일 비싼 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무채색 페인트에, 화려한듯 하지만 기품있어 보이는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이 한 채도 아니고 여러채가 줄줄이 늘어선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집들을 보러 오는 것도 신기했지만, 저렇게 주구장창 사람들이 집 밖에 앉아 우리 집을 쳐다보며 사진찍고 하는것도 성가신 일이겠구나 싶었다. 정문으로 향한 저 창들을 가리고 있는 커텐이 걷혀지는 때가 있을까.... 언니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후 다시 찾았을 때의 느낌은 또 달랐다. 조카를 등에 매고ㅡ 노을 지는 저녁, 공원을 산책하며 언니의 퇴근을 기다릴 때는 관광지가 아닌 따뜻한 노란 등불이 창문마다 새어나오는 익숙한 동네 ..

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특별전시. 첨탑이 불타고 난 후 그 시대 건축기술과 자재에 맞춰 복원중이라는 노트르담 성당의 건축시작부터 현재까지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한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퀄리티, 전시장 내 작은 디테일(사진프린트 상태라든지, 옛날 바닥 무늬 그대로 살린 카페트라든지)에 감동했다. 전시보기 싫다던 아이들도 작은 패드로 성당 곳곳에 숨겨져있는 보물찾기에 신이 나 한 시간 넘게 집중…. 첨탑이 아직 굳건히 자리해 있을 때 ㅡ 성당앞에서 점프사진 찍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ㅡ 지금 공사중인 현장을 보니 다시 파리에 가 있는 기분이다… 조만간 사람 적은 오전에 다시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