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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예전에 츌판사 일로 만났던 편집자분이 이번에 문학동네 초승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분께 선물을 받아 아이에게 보여주니 본문에 본인 이름과 똑같은 친구가 있다고 더 좋아했다. 요즘 아이가 빠져들고 있는 분식메뉴가 나와 침도 줄줄… 출판사 일하면서 참 재밌었는데 ㅡ 잡지랑은 또 다른 느낌과 호흡으로 일을 하기에 책이 출간될때까지 지루하기도 했지만 또 그 기다리는 시간과 서점에서 새 책 냄새 킁킁 맞는 기쁨이 있었다. 심지어 그림그리신 분이 아이가 좋아하던 꽁꽁꽁 시리즈 작가님!!!! 그림도 재밌고 ㅡ 아이 동화지만 유치하기만한 문장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았다. 단맛 신맛 없이 시원한 생수 느낌이랄까… 저학년 아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아 나도 다시 새 책 냄새 기다리고 싶다! ..
" ..... 나는 이미 정해져 있는 두 개의 입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나 나름대로 판단하여 나만의 입장을 가지려고 노력해왔다. 진정한 지식인은 기존의 입장으로 환원되지 않는 '분류가 불가능한' 자기만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지식인은 현실 세력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어느 진영에 분명히 속한 사람들이 힘을 쓰는 현실 세계에서 대우받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는 분류가 불가능한 독자적 지식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 "" 프로방스라는... 발음의 떨림이 미스트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책이라 냉큼 집어왔는데, 왠걸..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아마도 쉽게 슥슥 읽어내려가는 단순한 기행기가 아닌, 작가의 농밀한 지식과 사상, 그리고..
" 노인은 백발이었고 실크 넥타이를 매고 있었지만, 신발이 없었다." 처음 카버의 소설을 접한건, 종로도서관에서 였는데, 제목때문에 집어든 책이 '제발 조용히 좀 해요'였다. 시달릴만큼 시달린 사람들이 욕다음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아. 쫌!!!! - 뭐, 좀 완곡하게 표현된 제목같았지만, 단편 소설들이 처음엔 굉장히 낮설고 (아마 요즘 내가 주로 일본 소설을 읽어서 그럴수도 있고), 중간중간 개운함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에 당황도 했지만, 읽고나서 굉장히 많이 생각나는 책 중에 하나다. 사실, 대성당에 실린 모든 소설을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카버만의 '생각하면서 읽게하는' 소설의 맛이 있다. 언젠가, 또 다시 읽게되면, 그때는 아마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 때..
Chicago, 2004 왠지 무척 피곤했다. 바닥이 콘크리트인 현장에서 반나절 있었기 때문에 턱 안쪽이 타서 쓰렸다. 그대로 누웠다가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오다기리 영감밑에서 목수다운 일을 하고 싶었다. 심지가 박힌 삼나무를 발로 꽉 밟고 성긴 톱을 쓰다듬듯이 깊숙이 박는다. 톱을 켤 때마다 턱 끝에서 땀이 떨어진다. 전기 대패와 운반 트럭 소리로 주위가 시끄러울 텐데도, 귀에는 톱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느 틈에 목재와 톱이 스치는 소리에 자신의 숨소리가 더해지고, 절단면에 톱밥이 넘친다. 자기 몸에서도 뭔가가 넘쳐나오는 것 같은 가목이 느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이스케는 알 수 없다. 명치로 흐르는 뜨거운 땀. 톱을 켤 때마다 비산하는 땀. 몸에서 땀이 넘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