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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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 일상

하마터면 -

isygogo 2011. 11. 13. 23:27


잊고 있었어.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던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툭 튀어나온 메일들.
내가 적어놓고 보내지 않았던 메일, 새벽에 도착해 있던 메일들과 간단한 쪽지까지...
다 지워버린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온 흔적에... 잠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방 한가운데 오도카니 서서 고민을 했어.
점점 차가워지고 세지는 바깥 바람에 창문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고
양말을 신고 있어도 책상 밑 마루의 한기가 살짝 스미는 일요일 오후에... 그렇게 갑자기 나를 찾다니...  너무 지나친 타이밍 아냐?

잘 지내고 있지? 라고 혼자 묻기에도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지났네. 
이제는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버린 지금 친구는 도대체 왜 그렇게 그때는 힘들어했냐고 어이없어 할만큼 그 당시의 나는 매일이 눈물바람이었는데말야.  
이 계절만 되면 항상 생각이 날텐데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하던게 멋적어 질만큼... 그 계절이 코앞에 다가왔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가끔, 같이 보던 하늘이 생각이 나고, 부은 눈을 하고 만나러 가던 아침이 생각이 나고... 이제는 남의 얘기같이 느껴질 만큼 무덤덤해진게 다행인걸까. 
그 후에 딱 한 번... 같이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향을 우연히 맡고 난 아침부터 하루종일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어. 
행여나 구석에 찍힌 사진 한장 있나 오래된 사진 하드를 다 뒤졌지만 남아있는 사진 한장 없는게 그날만은 종일 마음이 아프더라. 
혹여나 너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 일요일이었어. 
아마도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느 하늘아래 있을까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그런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