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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날이 더워지니... 점점 찾게 되는 이 악마의 음료... 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못 마시겠고, 아침에 한 잔만 마시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게 되니 노력은 늘 노력에 그친다. 그렇다고 다른 메뉴를 고르려고 하니, 차 종류는 마시고 나면 입안이 말라 잘 안마시게 되고- 비싼 돈 주고 과일쥬스는 못 먹겠고... 결국 또 그렇게 난 라떼를 시킨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기다리는 아이스커피 컵... 왠지 기고만장한 느낌의 잔이다. ^^
커피에 관한 수첩이 있다. 커피의 종류, 커피에 관한 토막 상식이 커피를 마실줄만 아는 사람이 보더라도 알기 쉽게 쓰여져 있다. 오늘 하루 종일,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들고 읽은 책인데, 전체적으로 내용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알맞지만, 사진이 좀 아쉽다고나 할까. 맡아보지 않았으면 상상하지도 못한다는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의 향이 얼마나 좋은지, 다음에 커피전문점에 가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 반 고흐의 팬들이 그와 소통하는 길은 마타리를 마시는 길밖에 없다라고 했다는 예멘의 모카 마타리 커피도 한번 마시고 싶다. 얼마전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선물받으면서 딸려온 캡슐 커피의 종류만 16종류.. 한꺼번에 따라놓고 향을 일일이 비교하지는 못했지만... 매일 매일 다른 커피 맛에 중독중이다... 엄마 신혼시..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는 꽤 많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있었다. 남양주까지 약 한시간 거리를 달려 조안에 도착했다. 한옥 커피집... 조금은 오래된 느낌, 그리고 조금은 새롱 지은 집이라는 까슬함이 남아있는 한옥... 커피맛도 좋았지만, 대청마루에 두 다리 뻗고 앉아있었던 그 시간이 좋았고. 마당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의 싱싱함도 좋았고, 해가 지면서 점차 차가워지는 코끝의 감각도 좋았다... 많은 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커피집. 2%부족한 듯한 모자람의 느낌마저 뭐- 여백의 미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버리는 곳이다.
입맛이 변한걸까. 미각이 떨어진걸까. 어떤 커피를 마셔도 맛이 없다. 사실, 요즘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질 못하겠다. 무엇을 먹어도, 넘어갈때 혀 안쪽의 쓴맛만이 느껴진다.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먹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넘어갈때는 늘 같은 맛이 나... 씁쓸한 맹맛. 주말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식탁대신 책상에 앉아 저녁대신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 보며 퍼져있으니.. 아.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까지만... 딱. 무기력해져 있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