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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그 때,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너의 말을 들을 걸 그랬어. 금방 또 만나. 하고 헤어지면 되잖아 라고 웃으며 내가 말헀고, 헤어짐에 아파하는 네 모습 따위 거짓이라고 애써 냉정해지려고만 했지. 잡지는 않았지만, 보내기 싫어하는 너의 조급해진 손길을 뿌리치진 말았어야 했을까. 그 때, 너의 마음은 나를 위한 위로였을까 너를 위한 가면이었을까. 기운차게 지하철 문을 밀고 나가는 그 찰나... 우리가 인사도 없이 헤어진 그 때. 그 지하철 역.
꼭두새벽에 도착해 잠만 자기엔 왠지 아까워 에어비앤비에서 빌라 하나를 이틀동안 렌트했다. 풀도 있고 주방도 있고, 룸도 두개나 있는 이층집의 꽤 멋드러진 빌라였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비바람이 몰아치던 한밤중이라서 일단 다음날의 날씨가 더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새벽녘에는 태풍처럼 몰아치던 바람은 잦아들었다. 일층 베드룸 바로 옆 슬레이트 처마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이층 베드룸에 일단 짐을 풀자마자 침대에 파묻혀 잠이 들었는데, 침대 매트리스도 나쁘지 않았고, 이불도 깨끗하고 잘 관리돼 있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층으로 내려오니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수줍은 미소의 발리 언니가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궈주고 있었다. 호텔식 아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따로 원하면 내..
----------------- 나 이사람은 원래 미학상의 견지에서 코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으므로, 그 일단을 피력하여 두 분의 귀를 더렵혀 드릴까 합니다. 여러모로 연구해보았습니다만, 코의 기원은 아무래도 확실치 않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가령 이를 실용상의 도구라고 가정한다면 구멍이 두 개면 그만이지, 뭐 이렇게 건방지게시리 한복판으로부터 불거져나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점차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떠밀고 나왔느냐..... 어떻든 떠밀고 들어가진 않았으니까요. 그저 두 개의 구멍이 나란한 상태와 혼동하시면, 오해를 낳게 될지도 모르므로, 미리 주의해둡니다. 그래 우견에 의하면, 코의 발달은 우리들 인간이 코를 푼다는 미세한 행위의 결과가 자연스레 축적되어, 이렇게 현저한 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