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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저녁 - 헤르만 헤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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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저녁 - 헤르만 헤세

isygogo 2014. 4. 30. 14:49




쓸쓸한 저녁 


차가운 방, 

빈 술병과 잔 속에 

가물거리는 촛불이 녹아 흐물거리고

창 밖 풀잎 위에 비가 내린다. 


추위에 떨며, 잠시 쉬기 위해

슬픈 마음으로 다시 눕는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고

언제까지나 되풀이 되는데 

그대는 오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1988년...  팔팔 올핌픽이 올리던 해. 

중학교 일학년이었던 철부지 나에게

언니가 '신진서점' 에서 사온 이 책은 너무나 어려운 책이었다. 

당시엔 서점에서 책을 사면 비닐로 책을 싸주었었다. 

그 비닐 채 그대로, 언니 책장 안에 있다가 

언니가 결혼하면서 내가 가지고 왔다. 

88년 이후,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기까지.. 

헤르만 헤세가 누구인지 알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이후 그 문장 하나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왠지 오늘 같은 날

다시 읽고 싶어 꺼내 온 책... 


'삶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 이제는 내지가 누릿누릿하게 갱지처럼 바뀌었지만

그 옛날 종이 냄새 향으로만도 오늘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