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책소개>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시드페이퍼 12,000wo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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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시드페이퍼 12,000won)

isygogo 2012. 2. 2. 18:05



사라는 내 인생에 깊이를 가져다 주었다.
서른 다섯 살에 처음으로 동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성을 만나게 된 나는 사라가 주는 나날의 흥분과 평온, 타인과 공명할 떄 생기는 '삶'의 맛에 애번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
한편으로 내 일에 대한 위화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계속 남아 있었고, 날이 갈수록 가슴속에 깔린 안개의 농도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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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가는 나날들, 지나쳐가는 사람들." 어느 날 밤, 사라와 함께 침대에 누워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 요리도 사람들 앞을 그저 지나쳐갈 뿐이야. 그 사람들이 내가 만든 요리를 진짜로 먹었다는 실감조차 느낄 수가 없어." 
"나도 그래요." 뜻밖에 사라가 동조하는 말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런 식으로 항상 지나쳐갈 뿐이니까. 젊었을 때는 그게 자극적이어서 좋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솔직히 말해서 힘이 드네요. 좀 더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
"다르게 사는 방법?"
"어딘가 한 자리에 무물면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요. 땅에 씨를 뿌리고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리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요. " 


-  '블레누아'  by 모리 에토
 
한때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전화번호부 목록이 늘어나고, 오가는 문자가 늘어나고, 마주치는 술잔이 많아지는게 좋았는데.. 
언젠가부터는 - 그런 미적지근한 척하는 관계에서 발을 떼고 싶었다.
일 떄문이라, 선배라서, 친구라서, 뭐 이런 저런 이유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 가서 억지 웃음을 짓고 즐기는 척 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연애소설 나부랭이 같은 그들의 연애사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척 하고,
관심도 없고, 감동도 없는 그들의 자랑질에 신물이 넘어와도 감탄하는 우와. 를 낮은 목소리로 내 존경하는 척 하고...
어쩌다보니... 조금씩 치열한 사회생활과 멀어져 내 바운더리 사람들만 매일 만나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됬는데, 익숙한 그 만남들에 살짝 지루함마저 들었다.
새로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나와 다른 삶을 들여다보는건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역시 난 새로운 누군가와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인간이었고 -  (물론 상황따라 틀리지만) 
억지로 갑자기 가까워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타인과 공명할때 생기는 삶의 맛"을 맛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