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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Fe + USA

isygogo 2009. 1. 7. 21:03
SantaFe - Acoma Sky City 002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인디언들의 도시, Acoma Pueblo - sky city

어린 시절 티비속에 등장하는 인디언은 여러 가지 깃털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늘어지게 장식한 모자를 쓰고, 히호히호-소리를 지르며 버팔로 사냥을 하고, 대지의 영혼과 호흡하며 커다란 동굴이나 넓은 사막에 무리지어 사는 모습이 전부였다. 그리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각자의 이름. 이제는 사라져가는 역사속의 네이티브 어메리칸- 인디언. 우리가 알고 있는 대륙의 화려한 개척시대 역사 뒤에 가려져 서서히 몰락해 가며 자신들의 터전을 이방인에게 내줄 수 밖 에 없었던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디언의 땅을 찾아가기로 했다. 고요한 사막위로 울려 퍼지는 한 아파치족의 나직한 피리소리를 따라서...


아코마 프에블로, 일명 스카이 시티로 유명한 이곳은 뉴멕시코 주안의 다른 인디언 보호구역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오래전 스페인군의 침입을 대비해 높은 메사 언덕에 지어진 이 도시는 가파른 암벽으로 둘러싸여 외부 침입이 어려운 훌륭한 자연 요새이기도 하다. 근처 안내소에 차를 세우고, 투어참여를 위해 입장권을 샀다. 사진촬영도 제한 되 있어서 카메라 하나당 10불씩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총 3대의 카메라에 작은 허가증을 붙이고, 약 20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작은 버스를 타고 1500년대에는 없었을 너른 길을 따라 스카이 시티에 올랐다. 보호구역으로 지정 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도시에 오를 수는 없고,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털털거리는 차가 일행을 내려놓고 다시 안내소로 내려간다. 하늘아래 첫 동네. 스카이 시티는 낮게 지어진 어도비 양식의 진흙색 집들과 새파란 하늘, 커다랗게 무리지어 있는 흰 구름 떼의 선명한 대비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도시이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San Esteban del Ray 교회였다.


이 교회는 1598년 스페인군의 곡식창고를 털다 13명의 스페인군을 죽인 아코마 인디언들에 대한 앙갚음으로 스카이시티를 공격해 마을 사람들과 도시를 파괴했던 스페인 주지사가 전쟁이 끝난 뒤 평화의 의미로 짓기 시작했다. 교회 역시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가져다 쌓아올린 진흙과 나무들로 지어졌고, 교회 안 삼면의 벽에는 전쟁 당시의 끔찍함을 기록해 놓은 벽화가 있었다.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담벼락에 자유롭게 그려놓은 듯한 그림이지만, 그림의 내용들은 끔찍하기만 하다. 불타고 있는 건물사이로 삐죽 그려져 있는 무지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가 아니었다. 안내원에게 왜 빨간색이 없냐고 물어보니, 이 교회 안 에 그려진 모든 벽화에는, 심지어 모든 사물에서도 빨간색은 인디언들의 흘린 피를 상징하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당시 피의 복수가 얼마나 잔인했을지 상상을 하니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바깥으로 나오니 교회 앞에는 그 당시 죽었던 스페인군과 인디언들의 묘지가 있다. 하얀 십자가가 새파란 하늘 아래 미동도 없이 줄지어 있다. 그들을 위해 잠시 침묵.


전형적인 어도비 스타일의 집. 보존을 위해 일년에 잠깐씩만 이 집에 살고, 진짜 집은 산 아래 도시 주변에 있다고 한다.


나름 이층집이다. ^^


구불구불 이어진 작은 골목길을 따라 가니, 곳곳에 인디언 아이들이 자기 집에서 만든 공예품을 내놓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흥정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은 많지 않고, 대부분 스카이 시티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도 공예품을 만들거나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인디언 쇼를 보여주기 위해 잠시 동안 거주하고 있을 뿐이란다. 인디언들의 화려하고 독특한 문화가 관광거리로 퇴색해 가는 듯해 왠지 서글퍼진다.






 마을 한복판에는 공동 화덕이 몇 개 놓여져 있다. 막혀있는 화덕구멍을 슬쩍 들어 열어보니, 까맣게 그을린 화덕 안에서 갓 만들어진 빵을 꺼내 나누어 먹었을 인디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한참을 이집 저집 기웃기웃 거리다 광장에 이르니 커다란 나무 한그루와 천연 호수(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지만)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펼쳐져있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움푹 페인 구덩이 때문에 그 옛날 인디언들이 이곳에서 정착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찰칵찰칵 찍어 데는 관광객들 무리에는 관심조차 없는 듯, 한 무리의 아이들은 집 근처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고 있었다. 유난히 수줍어하는 한 아이에게서 거북이 모양 토기를 하나 사고 마을 끝 광장으로 가니, 한 무리의 인디언들이 전통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얀 깃털로 장식한 인디언 복장에,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 넣은 모카신을 신고, 양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를 한 여자아이들이 북소리에 맞춰 인디언들의 노래를 하며 전쟁 혹은 사냥 나가기 전 행했던 의식의 춤을 춘다.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작은 아이가 나와 모자를 들고 군중 속을 돌아다닌다.






내 앞으로 다가온 인디언 아이의 모자에 1불짜리를 하나 넣어주고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곳으로 오니, 버스를 타고 갈지 걸어서 내려갈지 결정하라고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옛 인디언들이 오르내리던 길을 밟아볼 욕심으로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밑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숨이 차고 발끝이 저려온다. ‘가파르고 위험하게만 보이는 이 좁은 길을 매일 오르내렸단 말이야? 폐 기능은 확실히 건강했겠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중간에 서서 내려다보니, 저 멀리 시커먼 구름 속에서 소리 없이 번개가 친다. 둥둥둥둥... 히호히호-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 속에서 신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던, 지금은 없는 인디언들의 슬픈 영혼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땅 끝까지 가보았네, 물이 있는 곳까지도 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 보았네, 산 끝까지도 가보았네.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네...’

개인적으로, 이 곳에 가기전에 아니 미국에 가기전에 다른 어떤 가이드 책보다도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을 꼭 읽고가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티비에서 봐오던 무식하고 야만적인 인디언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라, 서양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필름을 평판스캔받았더니, 이렇게 웃긴 사진이 될수가! 이해를 바라며 꾸벅. 꾸벅...  조만간 더 많이, 더 자세히 고품질로 업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