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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1997년. 남태평양 작은 섬에서 약 10개월을 살았다. 여차저차 복잡한 사정으로 야밤도주를 해서 서울에 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섬을 떠나면서 제일 아쉬웠던 건... 섬 중간 산에 오르는 중턱에 있던 아메리칸 다이너 식당에서 커피 한잔 못해본것이었다. 커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기사도 썼었는데. 정작 마셔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그 후, 그 섬에 갈 일은 없지만 - 가끔 그 카페의 커피맛은 어떨까 상상을 한다.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언덕 중간에 있는 식당으로 먼저 달려가리라.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고, 가보지 못했던 섬안의 섬에 들어가 스노클링도 마음껏 하리라... 그리고 너무 먹고 싶었던 코코넛 크랩도 양껏 먹어치우리라. 너무 어려서 했던 사회 생활. 그래서 오히..
내 생애, 호텔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보긴 처음이었다. 외국도 아닌 서울에서 말이다. 아무도 쓰지 않은 빳빳한 침대 시트와 까끌까끌한 감촉의 커텐.. 약간의 약품냄새가 남아있던 카펫과 아무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 욕조까지... 콘래드 호텔은 그 명성답게 깨끗하고, 웅장하고, 재미있었다. 호텔 자체의 재미보다는 호텔이 자리한 곳과의 연결로 인한 재미였다. 다른 곳보다는 덜 붐비는 멀티 플렉스 빌딩, 갖가지 다양한 매장과 음식점... 비싸지만 맛은 그냥 그랬던 야끼니꾸집... 비즈니스 호텔이라 호텔 자체내의 즐길거리는 사실 많지 않다. 실외를 볼 수 있는 수영장이 그나마 손꼽을만 했는데 밤이라 보이는건 옆 빌딩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의 불켜진 사무실뿐이었다. 따뜻한 온수풀이긴 했지만, 차가운 수영장 공기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