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Antic Nomad

아빠의 바램 본문

Da:isy ::: 일상

아빠의 바램

isygogo 2025. 2. 11. 15:47

 

지난 주말, 

아빠가 삼형제를 불러 모으셨다. 

사위와 며느리도 있었지만, 아빠의 입장에선 본인의 원래 가족(엄마 아빠 우리 셋)만 들어야 하는 얘기라고 생각하셨는지 우리만 자리에 앉으라 하셨고, 어렵게, 그 동안 생각하시고 계셨을 본인이 무로 돌아간 후의 일을 말씀하셨다... 

미리 하는 유언이랄수도 있고, 아빠의 바램이랄수도 있었다. 

점점 쇠약해져 가시는 아빠를 보며, 언젠가 아빠와 헤어질 시간이 올 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빠가 생전 유언을 하시는 걸 듣고 있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빠의 제일 큰 걱정은 아빠가 남기는 이 집을 1/3로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이었다. 

누구누구 집처럼 어른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재산 싸움나서 서로 보지도 않고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셔서 그런지 - 

아빠는 재차 이견이 없는지 물으셨고, 우리는 알겠다고 재차 대답하며 알겠다고 했다. 

아빠의 걱정이 될 법한 재산싸움을 하기엔 적으면 적은 집값이었고, 셋 다 그럭저럭 큰 모자람없이 지내고 있으니 

크게 돈으로 싸움이 날 것 같진 않지만, 아빠는 그게 제일 걱정이셨나보다... 

 

다정하거나 가정적인 아버지라기보다는 가부장적이고, 잔정없이 일개 소대원처럼 우릴 키우셨던 아빠라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이나 어렸을 적 아름다운 기억은 없지만, 먹고 잘 걱정 없이 유년시절을 보내게 해 주신것으로 아빠의 할 일은 해주셨다는건 인정한다... 아빠가 아는 아빠노릇도 그러한 것이어서 그랬을 수 밖에 없었겠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드니 이해도 한다. 

아빠의 손을 잡아 본것도 10살이후 40이 훌쩍 지나서, 아빠를 부축하며 잡게 되었는데 - (결혼식때 손잡고 들어간 것은 빼고)

아빠의 손이 그렇게 크고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아, 아빠의 손은 이렇구나, 새삼스런 기분에 딸 애의 손은 오래오래 자주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빠의 유언아닌 유언을 들으며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오며 그래도 갑자기 작별 인사없이 헤어지는 것보다는 아빠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 해도, 부디 우리 곁에 있어주시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