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아빠의 바램 본문
지난 주말,
아빠가 삼형제를 불러 모으셨다.
사위와 며느리도 있었지만, 아빠의 입장에선 본인의 원래 가족(엄마 아빠 우리 셋)만 들어야 하는 얘기라고 생각하셨는지 우리만 자리에 앉으라 하셨고, 어렵게, 그 동안 생각하시고 계셨을 본인이 무로 돌아간 후의 일을 말씀하셨다...
미리 하는 유언이랄수도 있고, 아빠의 바램이랄수도 있었다.
점점 쇠약해져 가시는 아빠를 보며, 언젠가 아빠와 헤어질 시간이 올 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빠가 생전 유언을 하시는 걸 듣고 있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빠의 제일 큰 걱정은 아빠가 남기는 이 집을 1/3로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이었다.
누구누구 집처럼 어른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재산 싸움나서 서로 보지도 않고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셔서 그런지 -
아빠는 재차 이견이 없는지 물으셨고, 우리는 알겠다고 재차 대답하며 알겠다고 했다.
아빠의 걱정이 될 법한 재산싸움을 하기엔 적으면 적은 집값이었고, 셋 다 그럭저럭 큰 모자람없이 지내고 있으니
크게 돈으로 싸움이 날 것 같진 않지만, 아빠는 그게 제일 걱정이셨나보다...
다정하거나 가정적인 아버지라기보다는 가부장적이고, 잔정없이 일개 소대원처럼 우릴 키우셨던 아빠라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이나 어렸을 적 아름다운 기억은 없지만, 먹고 잘 걱정 없이 유년시절을 보내게 해 주신것으로 아빠의 할 일은 해주셨다는건 인정한다... 아빠가 아는 아빠노릇도 그러한 것이어서 그랬을 수 밖에 없었겠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드니 이해도 한다.
아빠의 손을 잡아 본것도 10살이후 40이 훌쩍 지나서, 아빠를 부축하며 잡게 되었는데 - (결혼식때 손잡고 들어간 것은 빼고)
아빠의 손이 그렇게 크고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아, 아빠의 손은 이렇구나, 새삼스런 기분에 딸 애의 손은 오래오래 자주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빠의 유언아닌 유언을 들으며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오며 그래도 갑자기 작별 인사없이 헤어지는 것보다는 아빠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 해도, 부디 우리 곁에 있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