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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먹거리 순례

isygogo 2014. 5. 30. 19:21

해산물을 선택적으로 좋아하는 나는, 사실 바닷가라고 해서 특별히 들뜨거나 설레진 않는다. 

단지, 지역 맛집에 가서 맛있게 먹고, 배부르게 먹고 오면 그걸로 행복하기에 어딘가에 갈때는 맛있는 집 찾기에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바닷가라고 횟집만 있는거 아니고 모두가 해산물로만 세 끼를 먹진 않을테지만, 바닷가인 만큼..  해산물에 환장하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몇 군데 블로그와 맛집 평가를 통해 3군데의 식당을 미리 정했다. 


첫 식당은 도착하자 마자 달려간 멍게비빔밥 집... 

통영 식도락.  멍게 비빔밥과 해물탕은 뭐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4명이서 4인분어치 다 시켜야 한데서 좀 어이없어 했더니, 멸치회를 시키란다. 

그래서 멸치 철이니 그럼 그걸 먹자해서 시켯더니, 멸치회가 얼어있더라는..  해물뚝배기 국물은 시원했으나 대충 먹고 가면 됐지 라는 가게의 포스에 가보라고 권하진 못하겠다. 우리 같은 얼뜨기 관광객들만 한 끼 기분나쁘게 먹음 그만. 







기웃기웃 통영 바닷가와 시장을 둘러보다가 벽화마을 동피랑에 올라갔다 내려와 기대하던 물보라 다찌집으로 몰려갔다. 

다행히 전날 밤 11시에 전화해 미리 예약을 해서 자리에 않았지만, 뭐 소문만큼 손님이 들이닥치는 집은 아니었는데, 홀 자리말고는 방도 여럿 있는데 손님이 와도 예약석이라며 돌려보내곤 하던데 왜 인지는 모르겠다. 

미리 블로그에서 공부(?)를 해와,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대충은 꽤고 있었는데, 술을 더 시켜야 게를 준다는 말에 역시나 조금 어이가 없었다. 

원래 주는거 던데요? 라고 한마디 쏴 붙이려다가 밥상 내오기전부터 신경전하기도 귀찮아 일단 참았다. 

유난히 타지인들에 무뚝뚝하기 때문인지 다른 자리에 앉아있는 현지 분들과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 적잖이 당황해 하며 나온 반찬을 먹기 시작. 

찬은 맛있는것도 있고 그냥 그런 것도 있지만, 가격대비 양은 훌륭하기에 일단 먹기 시작했는데, 먹다 보니 4인 자리 양 옆에 2개의 의자가 더 있어 가방놓으라는 건가 했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 그 자리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앉아 손님들과 주거니 받거니 한 잔 마시는 자리였던 것이다!!! 

몇몇 블로그에서 다찌집은 여자들이 가면 술을 안먹어 안 좋아한다는 말을 미리 알고 가긴 했지만 대놓고 술한잔 하시는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뭐 다 그런거 아니겠어.. 하며 우리 남자들도 한 이모를 붙들고 술을 권했다. 그제야 냉랭하던 말투와 무뚝뚝함은 사라지고- 한 잔 두 잔을 마시다가 맥주가 떨어지자 더 줘? 하길래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우린 하나 더 주세요. 했더니 왠걸 얼음 통에 맥주 두병을 꽂아두신다.  장사 전략이 뛰어나다 해야할지.. 제 맘대로 장사한다 해야할지... 그 후 남자들을 부추겨 이모님 피부 칭찬과 음식 칭찬을 몰아치고 우리는 우니를 얻어 먹을 수 있었다. ㅎㅎㅎ 그래도 이런 저런 산해진미에 입이 즐거웠기에 그저 4명 다 취해갔고, 결국 대리를 불러 숙소까지 가야했는데 가는 도중 대리아저씨한테 물어보니, 현지인들은 아무도 그 집에 안간다고. ㅎㅎㅎㅎㅎ 관광객이 가는 곳과 현지인이 가는 곳은 틀리지 뭐. 암.  ... 

다찌집 2인기준 기본 6만원에 음식과 술(맥주 다섯병, 소주 세병 이었나... )  그 후 맥주 만원, 소주 오천원... 술을 시키면 상상초월 안주가 나오는 시스템. 






개인적으로, 통영에서 갔던 식당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은 장방식당이다. 

멍게 비빔밥도 질리고 낮부터 회를 먹긴 그래서 성게비빔밥을 하는 곳을 찾다가 가게 된 곳이다. 

유흥가와 떨어져 있는데다 외관도 동네 식당과 비슷해 처음엔 엥? 했지만- 

이어 나온 성게비빔밥과 푸짐하고 호화로운 반찬들에 환호하며 배가 찢어지도록 먹고 나왔다. 

비빔밥에 기본 찬 정도 생각했는데, 얼끈한 찌개에 각종 해산물이 줄줄... 

주문 후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서울이요, 하면서 여기서도 타지인 배척하나 했더니 계란 위에 서울이라 써주셨다. 

깨알같은 재미로 더욱 감동했던 점심식사... 

얼추 점심 손님들이 물러나자 이모들이 옆 테이블에 앉아 무침 한접시에 막거리를 따시며 원하면 한 병 줄께, 하시길래 넙쭉 받아 마시니 통영 막걸리 맛도 좋다. 포 스퀘어에 장방 식당 올려드린다고 하니 막걸리 한 병을 더 따주셔서 본의아니게 점심부터 낮술을 먹고 다들 부른 배를 껴안고 나와 바깥 벤치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시장 앞 리어카에서 문어팔던 아주머니... 

커다란 문어다리 연탓불에 구워 잘라주었는데, 생각보다 달큰하고 부드러워 동피랑 둘러 보는 내내 넷이서 질겅질겅 거렸던 간식거리... 







통영에 또 가게 되면, 그 때는 다른 다찌집에도 한 번 가보고 싶고, 장방식당은 꼭 다시 한 번 들르고 싶다. 

이번엔 못 먹었던 우짜도 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