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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 일상

종이인형 놀이

isygogo 2012. 3. 4. 21:46


어려서 인형놀이보다는 축구나 지우개따먹기에 더 열을 올리던 아이가 있었다. 
한동안은 그래도 눈썹 빳빳하게 올라간 금발머리 공주님의 몸을 조심히 오려내놓고 이 옷, 저 옷 갈아입혀 가며 시간을 떼우기도 했지만
금새 실증을 내고 마당으로 달려나가던 아이였다. 

4학년 즈음이였나, 언니랑 같이 위문품 상자안을 인형의 집처럼 꾸민답시고, 쿠킹호일을 붙여 겨울도 만들고, 벽에 책장그림도 그려넣고, 종이로 만든 테이블도 부엌공간에 놓아두고, 그때는 꿈속에서만 그리던 침대(당시 언니만 침대가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요 깔고 잤다)에 리본 그려넣은 침대커버까지 그려놓고, 머리큰 가분수 종이인형을 오리고 붙이고 하면서 꽤 열심히 놀았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꽤 정교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던 그 박스는 그 후 처참하게 구겨져 구더기 가득한 (그때는 시멘트로 만든 네모난 쓰레기통안에 가끔 구더기가 들끓곤 했었다. 여름마다 에프킬라를 뿌려대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이십년도 넘은 시간이 흘러, 요즘엔 구경하기 힘들어진 종이인형... 
작년 샌프란시스코 레전 오브 아너에서 종이로 재현한 유럽복식사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 발견한 종이인형책. 
공주좋아하는 조카가 발견했다가는 금방 거덜날게 뻔해 미안하지만 나도 몰래 책장 깊숙히 넣어버린  블랙 애플 페이퍼 돌....  ^^ 

오려내기 아까운 옷들과 재미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 때문에 따로 오려내지 않아도 당분간은 책처럼 봐도 재밌겠다. 
가끔...  내가 아닌 종이인형 주인공이 되서... 나쁜놈도 혼내주고, 공주대접도 받고, 그러면 재밌겠는데...   그런일은 없겠지... ? 

좋은 기분을 도둑맞지 않는 법 (띵굴 마님의 모토)은.. 정말 힘들고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