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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맛집> 브런치 명소 - 굿 이너프 투 잇 Good Enough to eat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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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맛집> 브런치 명소 - 굿 이너프 투 잇 Good Enough to eat

isygogo 2009. 7. 18. 22:58
5월초의 뉴욕은 비도 자주 내리고, 또 갑자기 비가 그쳐 해가 반짝이기도 하는 약간은 변덕스러운 시기인데, 마침 내가 뉴욕에 있던 일주일간은 비 한방울 오지 않고 날이 쾌청해 구경다니기엔 최고의 날씨였다.
도착했던 날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고 했고, 내가 떠나는 날 아침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으니, 나름대로 축복받은 일주일의 시간이었다. 특히나 전철이나 버스, 그리고 두 다리로 계속 다녀야 하는 뉴욕에서는 참 많이 좋아해도 좋을 일이다.
린다의 졸업시험이 끝난 다음날, 여러 책에 소개되었던 레스토랑에 가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점심으로는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그 일대의 어떤 식당보다도 이미 긴 줄이 이어져 있었고, 약 20분 넘게 기다린 후 카운터에 앉겠다고 해서 따뜻한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행책자속에도, 그리고 yelp 사이트 내에서도 후한 평점을 받은 식당답게 아담한 식당 실내엔 조금은 빡빡해 보일정도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고, 이미 많은 손님들로 꽉 차서 실내공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뉴욕과 샌프란의 공통점... 햇볕에 서 있으면 등이 따가울 정도지만 그늘에 잠깐 서있는것만으로도 꼬리뼈가 시릴정도로 춥다는거..  내 앞에 서있던 네 명의 가족중, 엄마- 아빠가 번갈아 가며 건너편 햇볕든 자리에 갔다왔다를 반복하며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 

굿 이너프 투 잇이 있는 암스테르담 아베뉴 내려가는길... 아직은 한산한 일요일 아침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다.

작은 목장처럼 꾸며놓은 가게 인테리어. 길게 늘어선 줄에도 저 야외테이블자리가 팔리지 않았던 것은..  그늘에 있어서 너무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아마, 햇볕이 비치는 시간이었다면 이미 저 자리도 꽉 찼을텐데...

가져간 긴팔을 걸쳐입고 기다렸는데도 온 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손가락은 곱아서, 들어오자마자 메뉴도 보기전에 커피먼저 시켰다.
우리가 앉았던 바 카운터 모서리 자리의 정면. 아마, 저녁에는 테이블 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며 이 바에서 간단하게 칵테일 한잔씩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티셔츠, 속옷, 아기 옷까지... 기념티셔츠 판매중. 하하하.
따뜻한 벽돌마감재에 정감어린 컨트리 스타일 데코레이션들... 어느 한가한 외양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곱은 내 거친 두 손을 녹여준, 두툼한 컵(미국 커피잔들의 대표격)에 담긴 그냥 그랬던 커피. ^^

내가 시킨 Corned Beef Hash- 우리집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콘비프(물론 깡통에 든 저급 콘비프를 더 좋아한다. ㅎㅎㅎ). 그래도 예전에 엘에이에서 먹었던 콘비프는 정말 부드러웠는데, 이건 약간 질겼다. 직접 주방에서 굽는 비스킷과 또 직접만들어 쓴다는 딸기 버터... 이건 정말 맛있다.
         Chunks of corned beef and potatoes with two poached eggs & buttermilk biscuits… $10.50

린다가 시켰던 딸기와 아몬드 잔뜩 들어간 와플...  둘이 먹기에도 많았떤 양. 그리고 신선한 딸기와 고소했던 아몬드.

Sausage Gravy $3.25 
어렸을때 아빠가 근무했던 부대에 가면, 맛있는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우리 삼형제에게는 최고의 호사였는데 그때, 아침마다 먹었던 오믈렛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군것질거리도 늘 위문품, 건빵뿐이었던 우리에게 이 일요일의 아침만은 코스대로 먹고 싶은걸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오믈렛 안에 들어있던 게 바로 이 소시지 그레이비 였다는걸, 15년이 넘어서야 언니때문에 알게됐다. 우리는 그저 '고기죽'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게 사이드 메뉴였다니... 옛날 생각해서 따로 시켜서 먹었는데, 초등학교때 장교식당 동그란 식탁에 앉아서 내 몸에 비해 커다랗던 스푼으로 크게 크게 퍼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은 아니었지만,,, 뉴욕에 와서 이 '고기죽'을 다시 먹으니 기분은 좋았다. 어린시절 처음 접했던 신대륙의 음식 문화였는데.. 내게는. ^^

며칠전, 레스토랑에서 쐰 에어컨 때문에 코감기가 독하게 걸려 살사수업도 못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티슈 한통 껴안고 지냈다.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내렸다 그었다 하고- 하늘은 잔뜩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툭 터질것 같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아사다 지로의 '사고루기담'을 읽고 있자니, 맛있는 브런치가 먹고 싶어졌다.
한쪽 눈에선 눈물이 계속 흐르고, 한쪽 코에서만 콧물이 흐르는 지경이 됐는데도, 먹는 욕구는 줄지도 않는구나...

아. 날씨 좋은 날 아침에 여유롭게 콘비프 해시와 고기죽 먹고 싶다...
감기가 나으면,,, 냉방병이 깨끗이 나으면... 언제 브런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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