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안개속에서 해매인 3일간의 런던산책 본문
한글을 떼고나서부터 레인코트의 이름은 '바바리'라는걸 당연하게 여기던 때 이후로... 한 십몇년전에 영국문화원에서 잡지형식으로 만들었던 타블로이드판 "GB" 책이있었다. 그 창간호에는 윤상, 신해철이 런던을 여행하는 화보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이 간 곳의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나름 그 당시엔 꽤 파격적이고 신세대적인 가이드북이었는데, 어디나 똑같겠지만, 창간 기념 이벤트도 있었다. 이벤트 일등은 당연하겠지만, 영국 왕복 항공권!!! 물론 될리 없겠지만, 엽서를 보내고 잊어버렸는데, 어느 날, 영국국기가 가운데 박힌 마우스 패드가 배달이 돼서 왔다. 사실, 그 전까지는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지만, 왠지 내 코멘트를 진지하게 들어준 듯한 괜한 설레임에 그날로 영국 관광책을 하나 샀다. 그 후, 남들 다 배낭여행 떠날때, 나는 도로공사 상황실에서 알바를 하느라 유럽언저리엔 가보지도 못하고 20대가 끝나버렸고, 우연한 기회에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오게 됐다. 10년만에 동창들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완전 설레서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파리로 떠나기까지의 3일동안 런던의 하늘을 본건 딱 반나절 뿐. 그렇게 그리던 런던은 너무 우중충했다.
비행기안에서 열심히 동그라미, 별표, 꼽표 칠해가면 꼭 가볼곳, 꼭 먹어볼것 표시해둔게 너무나도 민망할정도로, 영국에서의 관광은 말 그대로 날림관광이었다. 오해할까봐 덧붙이지만, 절대 여행사나 가이드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일행들이 각자의 스케쥴에 너무 바빴기에... 그리고 나는 뭐라 한마디 찍 할 수도 없는 위치에 있었기때문에, 굴리면 굴러서, 던지면 날아서, 밀면 밀려서 런던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렇게 겉만 햟은 런던여행이었지만, 그 매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트 사원 뒷골목의 작은 블럭에 켜켜이 쌓인 오랜 시간과, 타워브리지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묻어나는 깊고 오랜 역사는 꽤 무거운 감동이었다.
향기로운 꽃 한다발 사들고,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디로 가는걸까. 사실 꽃 선물은 많이 받아보지도 못했고, 꽃다발 선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철마다 피는 꽃 몇가지씩 물에 꽂아 곁에 두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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