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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맛집> 원조 하카다 라멘- 이뿌도 라멘, 뉴욕

isygogo 2009. 7. 5. 19:54
후쿠오카의 하카다가 원조인. 일풍당, 혹은 이뿌도 라멘집이 얼마전에 뉴욕에 오픈했다고 해서, 라멘먹으러 나섰다.
뉴욕 이스트빌리지 근처에 자리한 일풍당 라멘집은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길래, 점심시간을 피해 3시쯤 찾아갔지만, 3시에도 이미 쌍쌍으로 혹은 3-4명이서 온 손님들때문에 꽤 긴 대기자 명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다행히 나는 혼자였던지라 약 5분후에 자리에 안내됐다. 입구에는 안내 데스크와 작은 바가 자리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이 앉아 가볍게 맥주와 칵테일등을 마실 수 있게 되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커다란 홀이 나오는데- 가운데가 뻥뚫린 네모난 식탁을 빙 돌아 사람들이 앉을 수 있고, 한쪽 면으로는 조리실은 전면 창으로 되있어 라멘 국물 우려내는 커다란 돌통들과 바삐 움직이는 주방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앉은 탁자는 약 10명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한명 혹은 두명씩 온 일행이 주로 앉아있었다.

각 지방마다 특별함을 지닌 라멘집들이 많은 일본에서도,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라멘이라고 하면, 이뿌도라멘과 이치란 라멘이라고 하겠다. 이치란 라멘은 작년에 동경에서 아침 먹으러 갔던 '이치란 라멘'의 원조로 특징이라면 독서실 같이 칸막이 되어있는 책상에 앉아 혼자서 열심히! 먹어야 한다는것이고, 이뿌도라멘은 돼지 육수를 깊게 우려냈지만 뒷맛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만도 300여개가 넘는 체인을 거느리고 있는 슈퍼라멘체인이다.

바 뒤로 걸어놓은 라멘 그릇들을 보니, J 채널에서 했던 라멘기행의 두 주인공이 생각났다.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방송중 하나... 먹으면서 다니는 여행. ㅠ.ㅠ 나도 보내주면 잘 먹어줄 수 있겠는데!


간판에서 풍기는 느낌은 굉장히 전통계승 분위기인데, 내부 인테리어나 숍 내부의 분위기는 제법 캐쥬얼하고 도시적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감안하고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캐쥬얼 라멘 레스토랑이라고 할까... 전통과 모던이 잘 섞인 분위기다.

주문한 음식 기다리면서 들은 이야기::: 내 옆으로 한국 여자 두분이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 나와 똑같이 혼자 들어온 미국인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여자 두명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기념사진을 찍는걸 보고 그분 본인이 한장 찍어주겠다면 말문을 트더니, 서로 영어 잘 한다느니, 미국에 언제왔냐느니, 무슨 공부하냐느니 하더니, 그 미국인 친구가 자기 일년동안 영어 가르치느라 한국에 있었다면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말이 있다고 해서, 무어냐 무어냐 말해보아라 했더니, 그 미국인 친구 왈. "사람 살려 주세요!" - 옆에서 모른척 엿듣고 있던 나는 마시던 물을 토해낼뻔 했다. 음.. 외국 사람들이 봤을때는 사람. 살려. 주세요. 라는 말의 톤이나 어감이 좀 재밌다고 느낄수도 있구나...  흠... 

안쪽 벽면엔 히라가나 글자들이 양각화되서 쭉- 이어져 있었고, 6인이상 단체손님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혼자 여행하면서 제일 안좋은 점... 음식 하나만 맛볼 수 있다는거... 점심도 일부러 건너뛰었겠다- 애피타이저 하나 시켰다.
살짝 튀긴 꽈리 고추... 레몬즙을 살짝 뿌리고, 곁들여져 나온 약간 시큼한맛이 나면서 짭조름한 가루(소금이 기본)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기름이 조금 더 빠졌더라면 좋았을지도...

오픈 키친으로 되있어서, 유리 너머로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을 구경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약간 어수선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럇사이마세',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하이, 도조' 등 바쁜 두 손만큼이나 쉴 새 없이 외치는 소리들이 왠지 기운나게 해준다.

후쿠오카 동쪽에 자리한 하카타가 우리에게 익숙한 돈고츠 라멘의 원조고장이다. 돼지뼈를 우려내어 국물맛을 내는데 느끼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안맞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홍대 앞 '하카타 분코' 라멘집이 이 하카타 라멘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이 흔들려 참- 맛없게 보이지만( ㅡ,-) 국물은 정말 진국이었다. 이제까지 미국에서 먹어봤던 일본 라멘집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뭐랄까, 전통 일본 라멘의 맛에 제일 가깝다고 느꼈다고 해야하나...  다른 라멘집도 물론 맛있었지만, 이 집 육수가 진국이라면, 다른 집은 덜 푹 익힌 맛이라고 해야하겠다. 따로 생마늘과 생강을 주지 않아 좀 아쉬웠지만, 허기진 배 든든하게 채우기엔 모자름이 없던 늦은 점심이었다.

바깥에 나와있는 요란한 입간판들이 없어 어찌 지나다가 쉽게 지나칠 수 도 있으니 유의할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