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 Nomad

<Canada> 아싸바스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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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아싸바스카

isygogo 2013. 2. 7. 12:31

하나의 산맥이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그 긴. 시간을 어찌 하루 24시간도 모자르다며 쪼깨쓰고 있는 바쁜 현대인들이 감당할수 있을까... 

나름 느긋하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설렁설렁하게 살던 나지만(친구들은 시골할매 라이프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아싸바스카 앞에 서서 얼마나 긴 시간동안 이 자리에 있었을까 생각을 하니 금새 은하철도 999의 멀어져가는 꼬리마냥 아득해진다.  

시간을 쪼개 쓴다고 그것이 시간을 잘 보내는것은 아니다. 아싸바스카 앞에서 시간을 아무리 쪼개 쓴다고 해봐야... 휙 보고 기념사진 찍고, 와... 감탄하다 버스에 올라타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거?

기본적인 나의 여행 방침은 한곳에서 느긋하게 현지인처럼 지내는거지만.. 빠듯한 시간에 정해진 지역을 빙빙도는 단체관광을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한번도 그런 단체관광을 해보지 않았지만...  또 그렇게 온김에 여기도 , 저기도 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아싸바스카에서 머문 시간이 한시간도 되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일행도 있었고, 캔모어까지 기운차게 밟아야 하는 문제도 있었기에... 

마음은 이 곳에서 반나절 이상 머물고 싶었지만 - 잘 짜여진 동선따라 휙 돌아보고 차에 올라타야 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장벽처럼 서있는 로키산맥은 이제 얼마나 높은지 그 높이가 가늠이 되지 않고... 찌를듯이 우뚝 우뚝 서있는 나무들도 5년생, 50년생 - 다 뒤섞여 뭐라 세세한 코멘트를 하기는 어렵다.  그냥. 아.... 소리만 날뿐...  해발 3-4천미터가 된다하는데, 별로 안 높아보이네 하겠지만... 한라산이 이천미터가 안된다고 하니 그 앞에 선 인간은 정말 말 그대로 하.찮.아 보인다. 

맑은 에메랄드 빛의 강물은 때로는 졸졸졸, 때로는 콸콸콸... 성격도 유별나다. 그저 흐르며 근처 바위에, 땅위에, 나무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놓는다. 

이제는 지상으로 올라와 병풍처럼 작은 길 양 옆으로 솟아있는 바위표면을 보면 물이 흐르며 남겨놓은 세월의 나이테가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산과 나무와 강.  보이는 것은 이 세가지가 전부인데... 어째서 매 순간 다른 표정 다른 모습 다른 느낌으로 어우러지는걸까... 

캠핑카 빌려 한달동안 구석구석 누비며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 지내고 싶은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5박 6일...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할수밖에... 

언제고... 나이가 좀 더 들면... 아이폰이 없어도, 아이패드가 없어도, 와이파이가 안잡혀도 조바심나지 않고,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동트는 기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그때가 되면 꼭... 캠핑카 몰고 다시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