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ibli Museum in Mitaka
                                                                                                                                                     
 처음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의 충격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어려서 봤던 플란더스의 개, 아톰, 빨강머리 앤등의 만화영화는 당연히 미국에서 만든건줄 알았다.
조금 머리가 커서 그 당시의 대부분의 만화영화는 일본에서 만든거란걸 알았고- 뭐. 그런거지.. 하고 지나갈 나이여서 별 관심도 없었더랬다. 대학에 들어가서 였던가, 매주 한번씩 학교로 찾아오는 수입상 아줌마를 통해 토토로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해적판을 보게됐다. 와.... 노트북 보다 조금 큰 티비 화면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화면들은 당장에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문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후 빨간 마녀 키키, 귀를 기울이면,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을 보게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음지에 있던 일본문화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지금까지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드는 설레임은 여전하다.
동심은 비단 어린 아이에게만 허락된 것은 아니라고, 나이가 들어서도 본인이 꿈꾸던 유토피아에 대한 꿈은 영원하다고 믿고싶다. 여느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귀엽고 동글동글한 주인공이나, 해피엔딩의 줄거리뿐이 아니라 내가 특별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것은 그 디테일함에 있다. 주인공의 집, 시대적 배경, 조연들의 옷 차림새, 방 하나하나의 소품들의 배치등... 그 세세함과 정교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좋아하는 영화는 늘상 틀어놓고 작업하는 나로서는 매 회 볼때마다 이번엔 뒤 배경의 가구만을 본다는지, 또 이번엔 거리의 집들의 형태만 본다든지 하나의 테마를 정해놓고 볼때가 많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는걸까... 늘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지브리 박물관에 가보고 나서, 그 자료의 방대함에, 러프 스케치의 꼼꼼함에 두 번 놀랐다. 
사실, 애니메이션 말고는 일본 문화에 그렇게 심취해있지 않았던 나였는데(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늘 불법으로 사보던 논노, 앙앙같은 잡지도 별 관심이 없었다), 최근 일어까지 배우게 만든 열정은 일본 드라마와 음식에 있다고 할수 있다. 뭐 이것과는 좀 먼 이야기지만, 처음 동경을 갔을 때도 별 기대없이, 준비없이 갔었고, 당연히 지브리 박물관이란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최근 완전 심취한 Japan fever(열병이라 할만하다 ㅋㅋ) 때문에, 그리고 어렸을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미타카에 가게된거다.   

지브리 박물관은 도쿄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키치조지 이노카시라코엔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다른 박물관과 다르게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일본 현지 편의점 로손에 있는 전용 단말기로 구입하거나, 우리나라 지정 여행사에서 미리 구입해야한다.
미타카 역까지는 신주꾸 역에서 JR중앙선 쾌속으로 20분정도 걸리고 미타카 역 남쪽 출구에서 타마가와조수이 개천을 따라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린다. 남쪽 출구에는 박물관 전용버스가 있는데 왕복 300엔이나 할뿐더러 걷기에 썩 나쁘지 않은 길이니까 왠만하면 슬슬- 걸어가는 게 좋다. (더운 날- 습도와 짜증이 동반 상승한 날엔, 꼭 버스를 타라고 권하고 싶다)

www. ghibli-museum.jp


토토로 마을에 어서오세요!!!!
너무 귀여운 지브리미술관 로고. 저런 멧돼지라면 키울만 하겠어. ㅋ


Reserved Ticket
로손에서 미리 예약해서 받은 티켓. 이걸 입구에서 내면 입장권으로 바꿔준다.


미타카 역 남쪽 출구로 내려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 순환버스가 있다. 왕복 300 엔.


300엔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좁은 찻길 옆에 난 길로 터벅 터벅 걸어가는 길에 마주친 버스정류장 팻말. 아. 귀여워! 역시 지브리다운 꼼꼼함 이랄까... 미술관 가는 길은 마치 노란벽돌따라 가던 도로시의 기분으로 이렇게 룰루 랄라....
그리고 도착한 미술관 정문에서 나를 맞아준 거대 토토로... 안녕! 토토로.. 반가워... 같이 사진좀 찍어줘...



표를 슥 내밀었더니, 입장권으로 바꿔주었다. 지브리 필름의 조각컷들... 어떤게 걸릴지 몰라 두근두근.. 토토로나 하울이길 바랬지만, 너구리 폼포코의 귀신 거리 행렬장면이 걸렸다. 뭐- 그래도 기념하기엔 딱 좋아.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입장하는 곳. 건물 옥상이랑 곳곳에 온통 풀들이 자라있어서  마치 하울이 좋아하던 비밀 장소같은 느낌이 든다. 둥글둥글한 건물 외벽이랑 초록색 담쟁이 덩쿨이 잘 어우러진 곳... 아름답다.


건물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여서, 밖에 있을 때 열심히 찍었다... 안에는 그 유명한 네코버스(고양이버스)도 있고, 왠지 보는것만으로도 살짝 으스스한 철제 나선계단도 있고, 지브리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작은 극장도 있고, 애니메이터들의 작업실같이 꾸며놓은 상설 전시관도 있다.


이층에서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오면 옥상으로 이어진 작은 철제 나선계단이 있다. 한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듯한 사이즈.
옥상으로 올라가면 약간 너른 공간이 있는데 이 곳에 그 유명한 거인병이 서있다. 책에서 봤을때는 엄청 커보였는데, 왠걸...
직접 가보니 솔직히.. 뭐야... 이게 다야? 라는 허탈함에- 황망히 거인병 다리 붙들고 기념사진 한장 찍고 내려왔다. ^^



음수대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작은 것 하나라도 모든게 지브리 세계에 속한다... 물은 미지근해서 좀.. 그랬지만. ^^


거인병은 대략 이런 느낌... 뒤의 정돈되지 않은 풀들 때문에 왠지 더 운치있어 보인다.


무기와라보시 레스토랑. 전시장을 쭉 돌아보고 나오면 마주치는 곳이 이 레스토랑이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들로 이루어진 카페.
무기와라보시는 밀짚모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재밌는 이름의 메뉴가 많았지만, 가방안의 물만으로도 충분해서 보는걸로 패스.
모든 음식은 유기농으로 만들고, 간단한 음식은 to-go 도 가능하다고 한다.


밤에 이 카페에 들어가면 왠지. 지나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줄 것 같다. ^^  강렬한 빨강색..


어딘가 마녀가 아직 살고 있고, 밤마다 나무에 올라앉아 풀피리를 불어줄 토토로가 있을 것 같아..마법의 숲에서 나오기가 아쉬워.


일본에 있는 내내- 그렇게 찾아다녓던 포르코 로쏘 모기향 꽂이. 아아.. 너무 갖고 싶다!


맘마유토 기념품 샵에서 산 지브리 상설 전시관 페이퍼 워크. 4천원의 행복이랄까. 오랫만에 가위질에 풀칠하며 작은 종이 붙이고 있으니 초등학생 된것 같다. ^^ 진짜. 내부는 딱 저렇게 만들어져 있다. 방금까지 누군가 의자에 앉아 다음번 작품을 구상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듯 한 분위기... 커다란 유리병에 꽉 차있는 몽당연필과 각종 도감들, 그리고 여러장의 러프 스케치들... 



박물관을 나와 공원을 가로질러 키치조지 역으로 가는 길에 강아지와 함께 캐치볼을 하는 사람들, 편을 나누어 간단한 스포츠 게임등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랑 여느 공원과 다르지 않는 풍경... 중간에 잘 차려놓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가도 좋을 듯하다. 일반 관광객이 아닌 한 주민같이- 느긋하게 커피향을 즐기고 슬슬 길게 늘어지는 도시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도 좋겠지요. ^^
Posted by isy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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