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kor Thom + 앙코르 툼, 캄보디아 

이른 아침 먼지 뽀얗게 일어나는 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거대한 도시'라는 뜻을 가진 앙코르 톰 유적지였다. 흔히 앙코르 와트 라고 불리우는 유적지 중에서도 이 앙코르 툼과 앙코르 와트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또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860년 프랑스 고고학자 앙리 무어가 정글 속을 헤매다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앙코르 와트는 15세기 앙코르 제국의 멸망 후 단 한명의 방문자 없이 4세기 동안 톤레삽 호수와 사암 고원인 프놈쿠엔사이의 깊은 정글에 숨겨져 있었다. 앙코르 제국을 지배했던 크메르 족은 당시 동남아 최강의 강대국으로 캄보디아를 지배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힌두교를 중반에는 불교를 믿으며 두 종교가 생활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건축과 조각등에서 빼어난 예술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앙코르 유적에 새겨진 부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힌두와 불교세계가 같이 공존해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크메르 문화는 주변 국가였던 태국, 라오스, 미얀마등으로 전해져 동남아 일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남아에서도 최극빈국에 해당하지만, 그 당시에는 여타 다른 유럽국가 부럽지 않은 인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앙코르 톰은 자야바르만 7세가 지배하던 크메르 왕국의 마지막 수도였는데, 이렇게 웅장한 왕국과 문화를 가진 나라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쉽게 망해갔는지 의문이다. 앙코르 톰 안에는 바푸온, 바이욘, 삐미아나까스, 코끼리 테라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원과 옛 왕궁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바푸온, 바이욘 그리고 코끼리 테라스였다.
누가 그랬던가, 앙코르 와트 유적은 평생을 가도 다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직접 다니면서 보니, 그 말이 지나친 과장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크기- 어떤 말로 해야 실감이 날까. 각 기둥마다 벽면마다 새겨져 있는 역사를 읽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유적들의 조각을 머리속에서 짜맞추다 보면 어느새 해가 바이욘탑 너머로 지고 있는걸...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 남문을 통해 앙코르 톰에 들어서게 된다. 남문 앞에는 양쪽으로 각각 54개의 석상이 착한 신(천사)과 나쁜 신(악마)으로 나뉘어 9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 뱀 바수키의 몸통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띄고 있다. 앙코르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해교반'(일명 젖의 바다 휘젖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유해교반은 신과 악마들이 불로장생하기에 서로 뜻을 같이해, 천년 동안 젖의 바다를 휘저어 암리타를 만든다는 신화다. 
위 사진은 교각 왼쪽에 있는 착한 신들의 모습이다.
 

동쪽에서 해가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개가 약간 낀 날이었지만, 앙코르 톰 구경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교각 오른쪽에 있는 나쁜 신들의 형상. 비슷하면서도 다 제각각인 표정들이 재밌다.
뒤에 보이는 것이 앙코르 톰으로 들어가는 입구, 고푸라 탑문이다.


성벽의 모습. 라테라이트(홍토라고도 불리며 젖었을때는 매우 부드럽지만, 공기와 만나면 철 성분때문에 한결 단단해진다. 대부분의 앙코르 유적이 이 벽돌로 지어졌다) 벽돌로 높게 쌓아올린 성벽이 인상적이다. 이 성벽밑에는 해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매몰되고 남아있는 부분은 얼마 없다고 한다.


신들의 뒤태. ^^  대부분 약탈당하고 훼손돼어 남아있는 신들은 80% 이미테이션. ^^

 
앙코르 톰으로 들어가는 문은 사방으로 하나씩 총 네개의 문과 군인들이 드나들던 승리의 문까지 총 다섯개의 문이 있는데, 각 성문은 고푸라 형식(성벽의 출입구 통로위를 성벽보다 높게 탑처럼 쌓아올리는 것)으로 지어졌다. 커다란 사암 벽돌이 층층이 쌓아 올려지고, 문의 위쪽으로는 사면으로 조각엔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 있다. 각 얼굴마다 각기 다른 표정이라고 하는데, 사면을 다 볼 수 있는 위치가 마땅치 않아 확인은 불가.


바푸온으로 들어가는 길... 햇빛때문인지 왠지 더 신비스러워 보여 두근두근하며 걸어들어갔다. 미지로의 탐험에 꼭 필요한 극적 효과. 하하.


이 바푸온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 톰을 짓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초기 앙코르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바이욘과는 또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은 많이 훼손되고 복원도 아직 미완성이 상태라 마치 짓다가 만 폐허공간같다. 하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부조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싸우는 모습, 일상생활에서의 요리모습, 전쟁터에서 사냥하는 모습등 그 당시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훌륭한 역사서이다.


아직도 복원이 한창이다. 크레르 루즈 내전때 중단됬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파편조각들을 봤을때 복원이 쉽지만은 않을것 같다. ^^


어떻게 아직까지 저렇게 섬세한 조각이 남아있을수 있을까... 그리고 당시엔 컴퓨터도 없어을텐데, 어떻게 저렇게 균형있게 벽한면을 다 채울 수 있었을까? 비례하며, 사람수, 그런것들 미리 밑그림을 그렸다 하더라도 그들의 재능엔 두 엄지 들어줄 수 밖에.



우산을 받치고 가는걸 보니, 높은 사람인가보다. 끌려가는 소의 표정도 비통해보이고, 사람들의 비장함이 깃든 입꼬리는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이 정교함과 재치... 어느 예술가가 따라 갈 수 있을까.



이거 보면서, 챙피한 얘기지만, 난 그녀들의 복근 근육 표현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천상의 요정, 압살라. 제법 흥겹게 추고 있는걸?  여기에 있는 압살라는 많이 마모되지 않고, 변형되지 않은 형태로 남아있다.


한 사내가 불위에 얹은 항아리에 쏟아 붇고 있는것이 옥수수나 쌀일 거라고 했다. 왠지 불편해보이는 모양새의 사내 부조. 재밌다. 당시 사람들의 대부분은 올빽 머리에 길게 늘어진 귀가 특징이었나 보다. ^^


바이푼을 돌아보고 옆에 있는 바이욘으로 고고씽.
정사각형으로 지어진 앙코르 톰의 정 한가운데 세워진 바이욘은 수많은 사면상의 얼굴들로 유명한데 프랑스인 파라망티에에 의해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의 얼굴이라는 걸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사면상에 키스하는 모습도 찍을 수 있어요- 라고 몸소 실행에 옮겨주신 그분. -,.-


바이욘에는 사면상의 탑이 36개(예전엔 54기였다고 한다), 그 외 대략 200개의 얼굴상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얼굴들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얼굴은 온화한 표정으로, 또 어떤 얼굴은 약간 샐쭉한 표정으로, 또 어떤 얼굴은 약간 지루한 듯한 표정이다. 얼굴만 돌리면 이 얼굴들을 마주하지만, 어디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니 흥미롭다.


다른 앙코르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바이욘 사원의 계단들도 좁고 길다. 한 눈 팔고 걷다가 굴러 떨어지기 십상. 발꼬락에 쥐날 정도로 힘주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이층이었던가- 작고 어두운 한 구석방의 중앙에 모셔져 있던 부처님.
처음에 흠칫 놀랬지만, 꽃이나 촛불을 보니 아직까지 찾아와 불공드리는 주민들이 있나보다.



이층 회랑의 모습. 일층과는 달리 이층은 그 층간의 경계가 약간 애매하다. 일층 반이라고 해야할까.


뒤쪽에는 아직도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도대체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있는지... -,.-




땅에 널부러진게 반, 댓돌위에 서있는게 반. 내가 살아있을 때 복원완성된 앙코르 와트를 볼 수 있을까...


코끼리 테라스 가는 길에 만난 한 스님.


저 아이.. 나에게도 달려와 원달러 원달러를 외치며 작은 장신구와 기념품을 사주길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왕의 광장 좌우로 쫙 펼쳐진 코끼리 테라스. 한쪽 끝에서 끝까지 3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테라스 아래를 받치고 있는것이 모두 코끼리여서 코끼리 테라스라고 불린다. 예전엔 왕이 이곳에 나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군대들을 맞이하여 잔치도 벌여주고 공도 치하해주고 했던 곳이라고 한다.




잘 짜여진 부조의 아름다움.


중앙계단 아래로는 사자와 가루다가 떠받들고 있다. 힘들어 보이십니다, 그려.

"솔로몬 신전에나 비교될까. 정글 속에는 그리스나 로마의 어떤 유적도 따를수 없는 놀랍도록 장엄한 사원들이 숨어 있었다"
                                                                                                                - 앙리 무어 '샴,캄보디아, 라오스 여행기'

"달빛이 빛나는 밤에 마주보는 바이욘의 보살상은 정말 신비스롭고 낭만적이다"                                  - 파르망티에
Posted by isy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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