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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경기전

isygogo 2009. 1. 9. 21:41
경기전 + 전주

본의아니게 일 때문에 매달 한번씩 전주에 갈 일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콩나물국밥과 비빔밥의 고장(창피하지만, 학교다닐때 초스피드로 암기만 했던 얄팍한 지식만 있었다)- 이라고만 알고 갔는데, 매달 갈때마다 맛있는 집 리스트도 늘어가고, 늘 그렇고 그런 곳과 똑같겠지 했던 객사, 한옥마을, 경기전, 전동성당도 그 나름의 역사를 알고나니 또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이 경기전은 처음 소개받아 왔을때만해도,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꾹 닫힌 본전도 못보고, 주변 마당만 기웃거리다 와서 그닥 기억에 남는 관광지는 아니었다. 어느 여름 날- 다시 찾은 경기전은 처음 왔을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있었다. 푸릇푸릇한 나무잎들과 울창한 대나무 숲 아래 한가로이 산책하는 아줌마 아저씨들, 그리고 어느 공원에나 있는 장기두는 할아버지들이 계셨고, 그때는 들어가지 못했던 본전의 문도 활짝 열려있어 태조 이성계의 영정까지 볼 수 있었다.
1410년에 지어진 경기전은 전주한옥마을 바로 앞에 위치해있고, 전주 전동성당과 마주해 있다. 태종 11년에 전주, 경주, 평양에 이성계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곳 중의 하나로 세종때부터 경기전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큰 마당이 있고, 왼쪽으로는 동재가 있고, 문을 지나 들어가면 이성계의 영정이 보관되있는 본전이 보인다.


본전 들어가는 길


본전 중앙에는 이성계의 영정이 본전 양 쪽으로는 역대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다들 꽤나 묵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있다. ^^


태조 이성계의 영정


당대에 쓰였던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옛날 가마도 한쪽도 전시돼있다. 페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참 타면서도 힘들었을것 같다. 타고 내리는것도 심히 고역이었을거다. 몸을 얼마나 접어야 했던가!




본전들어가는 입구. 우리나라 단청들을 보면, 참 곱다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참 하나같이 똑같이 잘도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늘 같은 형식으로 지루할만도 한데-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은 없었을까? 이층으로 한다든지, 중간을 뻥 뚫어 바람구멍을 만든다든지 뭐. 그런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곳... 가만히 서 있으면 대나무가 움직이며 서걱서걱 내는 소리로 귀가 간지럽다. 한여름에도 그늘에 있으면 서늘할 정도.



자세히 보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였던 것 같다. ^^;;



본전 옆으로 있는 동재. 경기전에 제 올리러 온 사람들이 묵던 일종의 여관이라고 해야하나, 제실이라고 해야하나...
새로 단장해서 마치 갓 지은 영화세트처럼 너무 깨끗하다.




전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비빔밥, 콩나물 국밥이겠지만, 경기전에 왔다면 한옥마을 중간쯤 성심여고 맞은편에 있는 베테랑 칼국수집에 가볼 것을 권한다. 메뉴는 칼국수, 쫄면, 만두가 다지만, 한번 먹고 나면, 때때로 생각나는 맛이라고 할까.^^  그리고 또 먹을 배가 남아있다면, 전주 소바 먹어보길 바란다. 나 역시 처음엔 전주에 왠 소바? 그랬는데, 이 전주만의 소바맛... 여름마다 간절하게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