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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2009> 프랑스 맛집 - Le Chemin des Peintres in Auvers-Sur-Oise 본문

Crudo:::Restaurants (맛집)

<France 2009> 프랑스 맛집 - Le Chemin des Peintres in Auvers-Sur-Oise

isygogo 2009. 10. 25. 22:41
한번은 그냥 지나쳐갔던 집이었다. 오베르 시청 앞 카페에서 거나하게 점심도 먹었겠다, 오베르 교회와 묘지, 그리고 고흐의 밀밭을 보기 위해 야트막한 언덕길을 올라가던 길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있는 듯 없는 듯한 집이었다.
처음엔 어- 등나무 제법 멋지게 길렀네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밀밭에서 바람 맞으며 오래 앉아있었던 탓인지 살짝 춥기도 해서 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몸을 녹이러 들어갔다.

Le Chemin des Peintres
Restaurant- cafe- salon de the
3 bis, Rue de paris, 95430 Auvers-Sur-Oise
01-30-36-14-15
www.lechemindespeintres.fr

사실, 이런 근사한 등나무를 창문가에 키우고 있는 곳을 쉽게 지나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이미 부른 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오베르 교회를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시야가 좁아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들어서자, 안에서 식사하고 있던(점심시간 후라 대부분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 다 나를 향해있음을 느끼며, 테이블이 치워져 있는 제일 안쪽 창가 자리로 가 앉았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자주가는 카페에서 큰 가방을 들쳐메고 불쑥 들어오는 동양여자애를 보는 계획이 없었던지라 놀랬을수도 있다. 
 
내가 앉을 수 밖에 없었던 주방 앞 창가 자리... 왜냐면 다른 자리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와아- 하고 한판 벌이고 떠난 점심식사의 전리품들이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한명 혹은 두명이서 주방으로 식기 나르랴, 새로 서빙하랴, 주문 받으랴, 좀전까지만 해도 이 작은 카페안은 전쟁터였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마을 곳곳에서 눈에 띄는건 관광객들 뿐이어서 좀 심심했는데- 여기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먹는 소리 들으며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이제 막 시작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약간은 바래고, 약간은 이질감이 들고, 약간은 반갑고, 약간은 멋적고, 약간은 흥분되고...  

사람들이 내가 뭘 할때마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사진기도 소심하게 천장으로... -,,.-

아침에 이미, 기차안에서 커피도 마셨겠다- 점심먹으며 하이네켄 한잔도 했겠다...  몸은 으슬으슬하겠다...
내가 시킨건 쇼콜라쇼...  에스프레소야 원래 그렇다 치지만, 정말- 너무 하다 싶을 정도의 작은 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읽어가며 홀짝이고 있자니, 왠지 시골 가정집 부엌창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안돼, 벌써 이렇게. -_- 아. 너무 슬퍼....  무려 우리나라 돈 7000원이나 주고 시킨건데, 넘 허무하게 사라지네...

나름, 동네에서도 그리고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있는 집인가보다.
가게 한쪽에서 팔고 있던 무화과잼하고 이것 저것 식료품들은 이 근처에서 직접 만드는것 같아 사오고 싶었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 작은 무화과 잼 하나정도 사올걸 그랬나보다.

언젠가... 또 이곳에 오게 된다면...
이 등나무가 보이는 안쪽 창가 자리에 앉아 쇼콜라쇼 한잔이 아닌, 근사한 점심 한끼 하고 싶다.
그리고, 레드 와인한잔을 마시고, 나올땐 꼭 무화과 잼을 하나 사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