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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2002> Oh, my god! Las Vegas* 라스베가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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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2002> Oh, my god! Las Vegas* 라스베가스

isygogo 2009. 6. 23. 00:32
일박이일의 꿈같은 짧은 여행이었다.
2달간의 친지 방문을 겸한 미국 여행의 끝은 할머니가 계신 LA였고, 마지막 도착지에 와서는 이미 난 빈털털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라스베가스 여행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미국에 오기 전에 나는 한달에 50만원-60만원가량 버는 프리랜서였고, 4달간 모은 돈으로 피츠버그(언니)-뉴욕(친구)-샌프란시스코(친구)-엘에이(친척들)행 항공권을 끊어 달랑 현금 백만원을 가지고 두달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왔기에, 몸도 지갑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1999년인가, 친구가 이미 여행중이었던 태국으로 처음 단독여행을 떠난 이후로는 처음이었던 장기간의 여행이었기에, 돈이 대충 얼마가 필요할지- 각종 유혹거리앞에서 내가 얼마나 지갑을 안열고 버틸수 있을지도 전혀 가늠하지 않고 단지 '아껴쓰자'라는 모토만으로 버틴 2달이었다. 물론 -당연히, 돌아다니는 동안 숙박은 해결이 되서 정말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지만(아마, 잘데가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여행이었다), 세일하는 거라서! 이건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거라서! 이만큼 아껴 먹었으니 오늘 하루는 괜찮아서! 서울에 남아 내가 오길 기다리는 친구들을 위해서! 난 결국 카드사용을 해가며 야금야금 현금을 써버리고 엘에이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서두가 길었지만, 암튼. 엘에이에서는 암것도 안하고 있어야지 했는데, 10년만에 미국에 온 조카를 위해 삼촌이 라스베가스에 놀러갔다오라며 룩소르 호텔에 방을 잡아주셨다.
사촌동생 둘과 함께 반은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라스베가스였다. 한시간 정도 엘에이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릴때만해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verprotected, boys를 목이 터져라 합창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양쪽으로 보이는 풍경이 지겨워 지기 시작하더니,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를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지경이 됐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엘에이에서 라스베가스까지 몇시간이 걸렸는지도 기억에 없고, 결국 건조한 사막 풍경만 보다가 결국 잠이 들었던것만 기억난다. 참으로 한심한 뇌용량이렸다.
내가 만약, 이때, 겜블의 재미를 알았더라면, 이 쾌락의 도시에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신나게 누렸을텐데- 그때는 이 도시를 즐기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사실 어디가 맛있는지, 뭐가 재밌는지 말해줄 '꺼리'가 없다.
여행지에서 꼭 아낀다고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그렇게 이것 저것 신나서 하다보면 금방 카드한도 넘어가겠지만, 정말 놀때는 놀아야 한다는게 그동안 내가 뼈져리게 느낀 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일순간 확 오므라드는 이 소심 에이형은 마카오에 가서도 3만원어치 겜블할 때도 벌벌 떨었으니... 누구한테 뭐라 할 자격은 없다. 큰돈 안쓴다고 아무리 작정해도 야금야금 소액 쓰다보면 결국엔 쓴 돈은 마찬가지란걸 한참후에나 깨달았다.

  피라미드 모양의 호텔 룩소르는 그 내부또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여서, 객실의 복도역시 피라미드 방향으로 배치되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밑에 보여야할 아래층 복도들이 보이지 않아 좀 아찔하다. 룩소르 호텔 로비에도 겜블머신이 많았지만, 이때만 해도 25센트짜리 머신게임조차 돈이 아까워서 못했다. 어차피, 없어질 돈- 그냥 20불가지고 신나게 땡겨보기라도 할껄 그랬지...

저 가운데 둥근 것이, 룩소르 호텔의 메인 마스코트(?) 스핑크스의 뒷모습.



다른 호텔 탐방에 나섰던 오후. 너무 더워서 솔직히 낮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화사한 비키니 수영복은 없었기에, 당연히 수영장은 패스.



베네시안 호텔 내부. 이때 이미 한번 그 실내 곤돌라에 놀라서 그랬는지, 얼마전 갔던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은 그저 그랬다. ^^
사실 그저 그런 호텔이 아닌데...


내가 미쳤지... 이렇게 한가하게 스타워즈 아저씨들하고 기념사진이나 찍고 있었을게 아니었는데!!!



너무 다양한 종류의 앤틱 자동차들... 이건 좀 타보고 싶더라... 담에 가면 꼭 한번 렌트해보리라.



팰래스 호텔, 파리스 호텔, 힐튼 호텔, 플라밍고 호텔 등등등... 끝없는 호텔탐방.

라스 베가스에서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엠엔엠즈 스토어.  ^^ 여기서도 한참을 이걸로 친구들 선물을 때울까 말까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나 먹을것만 사 들고 나왔다. 물론 엘에이가서 선물선택에 고심할때 그냥 속편하게 에디션 초콜릿 한봉지씩 사주고 말껄 하고 후회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



신호등앞에 서있다가 깜.짝 놀랐던 문화 충격. 요즘 드라마 라스베가스를 보면 그리 놀랄일도 아니지만,  이때만 해도 신기해서 슬쩍 몇장 기념으로 주워왔다. ^^ 어딘가 있을텐데. 하하.




이상한 강박관념에 휩싸여, 밤거리 촬영을 해야겠다며 말리는 사촌동생들을 뿌리치고 저녁먹고 거리로 나섰는데... 30분만에 넉다운됐다. 저녁이면 시원해질줄 알았는데 낮의 열기를 그대로 다시 뿜어내는 아스팔트와 옥 사우나 맞먹는 숨 턱턱 막히는 공기때문에 호텔 나선지 한시간만에 발바닥에 열불 난채로 컴백. 그 사이 사촌동생들은 시원한 룸안에서 침대에 기대앉아 시.원.한 맥주마시며 유료 벨라지오 호텔 분수쑈를 봤다고 했다. 난 너무 더워서 5분 구경하다가 왔는데. -,.-



더위먹기 직전... 지나가던 맘씨 좋아보이는 청년에게 부탁해 찍은 기념사진... 허리춤에 찬 디카케이스가 보이는가!!!

그래도 나름 볼 만했던 벨라지오 호텔 분수쑈. 매 시간마다 음악 소리에 맞춰 분수가 춤(?)춘다. 조명도 알록달록, 분수도 짧았다 길게- 꽤 잘 짜여진 공연이다. 
 
밤이면 하늘로 레이저불을 쏘아올리는 룩소르 호텔. 인공위성에서 보일까 안보일까로 한참 실랑이를 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답은 모르겠다.


갑자기 뭐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라스베가스 사진을 뒤적이게 된건, 아사다 지로의 "오 마이 갓!"이란 소설때문이다. 서로 출신도 배경도 사연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라스베가스에 모여 잭팟을 터트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대충 이 이야기의 큰 주제는-
하나. 잭팟을 터트렸을 때는 분할이 아니라 일시불로 받아라.
하나. 기부단체들에 시달리겠지만, 비공개가 아닌 공개로 떼부자가 된 사실을 세상에 알려라.

그렇지 않으면.... 돈 주기 싫어하는 호텔과 게임회사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막에 묻어버릴지 모르니까... 

무언가에 당첨되고 뽑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던 그 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면, 라스베가스에서 잭팟이 터질 경우 또한 매우 매우 희박하겠지만, 언제고 다리 한짝 살짝 기계옆에 올리고, 무료 맥주 홀짝이면서 25센트 동전 꽉 찬 돈통끼고 딩딩딩딩... 즐겨보자.헤.. 생각만해도 왠지 겜블러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