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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 이시다 이라 (작가정신 9,000 won) 본문

kohmen:::Book (책 소개)

LAST - 이시다 이라 (작가정신 9,000 won)

isygogo 2009. 6. 19. 23:28

- <Last> 연작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보통 사람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압력 속에서, 뻔히 눈앞에서 보이는 절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밀려나가는 이야기다. 피할 수 없는 몰락 앞에 선 절망적인 시선. 타오르는 듯한 그 투명한 시선이 이 이야기들의 주제다. ----- 저자 서문 중...



내 잘못은 아니었다. 아니, 일차적인 잘못은 나였다고 해야겠다. 25일 결제일을 지키지 못해 어딘가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건 얼마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독실한 (생애 첫 카드인만큼, 애착도 남달랐다) 카드 유저였고, 사회 생활이란걸 시작하며 반짝이는 훈장처럼 지갑에 꽂고 다녔던 신용카드였다. 대략 10년이상 사용해온 카드였는데, 그 전까지는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며 콧소리 앙앙대며 쓸데없는 전화까지 자주 하며 나의 용태를 묻더니, 단 몇일 결제일을 넘겼다고 이제는 나를 협박합니다 고객님- 식의 분위기로 전화를 해댔다. 그 사람은 내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십시요" 라고 했다. 매일의 연체이자도 지불하고 있던 나는 짜증이 나서 "지금 저보고 사채쓰라는 말이에요?" 했더니,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라고 했다. 내 잘못만은 아니다. 나 또한 돈 받을 곳에서 돈을 받지 못해 이런 상황이 된것 뿐이었다. 며칠 후, 받아야 할 결제를 받고, 해야할 결제를 하고 나서 드럽고-아니꼽고-짜증나서 그 카드사의 카드를 반으로 쑥딱 잘라 책장앞에 붙여두었다. 그 후 2달 쯤 후... 내 카드 사용이 없어 안달이 났는지, 나를 유혹하기 위해 또 콧소리 앵앵대며 전화를 했길래, 이래저래 해서 평생 안쓰려고 합니다. 했더니 네네 고객님.... 하고 끊어버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린 이사다 이라의 'LAST' 단편집에는 어쩔 수 없이(회사를 살리기 위해,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등) 사채를 쓰고 돈을 빌리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날카로운 기암절벽 끝으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두 손 꽁꽁 묶여 등 떠밀리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처음 몇 편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내 주변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암울하고 갑갑한 현실 속 이야기들인데, 사실 썩 읽기 좋은 소설은 아니다. 굳이 사회의 더럽고 어두운 면을 밝은 곳에서 보기 싫은 기분이랄까.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여러분 앞에 희망과 꿈이 이루어질 그 날이 옵니다! 라는 가슴 훈훈한 결말이 있는것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 옛날 처럼 삼삼오오 모여살며 정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던 시대가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 개인이 이 시스템속에서 '잘'살아남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내 작은 바램은- 사랑받는 고객님 안해도 되니, '특별고객'님만을 위한 보험들라고 귀찮게만 하지 말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