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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 Nomad
처음 이 그림을 봤을때(사진이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이힐 굽에 달린 보석들이 그녀가 흘린 눈물같아 한참을 서있었다. 디올 딱지가 박힌 배경따위는 중요치 않았고, 흙이 묻고 빗물이 흘러내리는 채로, 까만 자동차오일(내 추측으로)이 뒤꿈치에 묻을 줄도 모르고, 그녀는 얼마나 길을 내달렸을지가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를, 가장 빛나는 자리에 있어야할 구두를 신고 저리 아픈 마음으로 위태롭게 서 있게 만든것일까. 큰 방울 하나, 똑 떨어져 그녀의 심장을 적시고작은 방울 하나, 뚝 떨어져 그녀의 손등을 흐르고또 큰 방울 하나, 똑 떨어져 그녀의 구두코에 맺히고또 작은 방울 하나, 뚝 떨어져 뿌옇던 그녀의 시야를 트이게 만든다. 아무 일 없이, 오늘은 괜히 울고 싶어지는 밤이다. 문득, 지금은 딱히 울만..
이케아에서 사온 민물가재 녀석. 빨갛고 조그마한것이 꼭 장난감같다. 빨았을 때, 새콤시큼한 딜 향기가 나지 않았다면, 잘 만든 레고인줄 알았을거야. 맛은 있다만 엄마말대로 까먹기가 참 귀찮은 녀석이구나. 속이 비었다면, 이대로 장식장에 올려 내 컬렉션의 하나로 두고 싶지만, 이대로 두면, 이틀만에 상하겠지.
팜스프링스에 도착하자 마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다가 만난 미술관. 산(이라고 하기엔 좀 낮지만) 아래 오도카니 자리한 미술관은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인마냥 자리해있었다. 일단은 카페에 들어가 안내책자와 인터넷을 뒤지며 팜스프링스 시내에 대한 정보를 재빠르게 머릿속에 집어넣고 나오면서 전시중인 프로그램을 보니, 하이힐에 관한 전시가 있어 눈여겨 보았다가 다음날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들렀다. 하이힐을 신고싶지만, 선척적 어려움 ( 발볼에 살이 없어 구두류를 신으면 모든 체중을 엄지발가락이 받아 늘 발톱이 깨지고 유난히 발이 아팠는데, 그게 볼살이 없어서 더 심하다는 걸 얼마전에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발볼로 일단 중심?을 잡아주니 발꼬락에 힘을 주고 걷지 않더구만. 헐..
해가 쨍쨍하던 그 수요일이 몹시 그립다. 좋아하는 라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나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와 마셨던 아주 진한 라떼 한 잔의 향이 코끝에 간지럽게 맴돌았지만, 지도상에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커피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서 발견한 카페테리아에도 다른 종류의 커피샵 커피가 놓여져 있었다. 그 커피 한잔을 위해서 다운타운까지 나온 이유로 충분했는데 결국 마시지 못했다. 인터넷도 되지 않아 구글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상태로, 건물 앞 분수대 앞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아직 코 끝에 남아있는 그 라떼를 조금 햩아마셨다. 할짝. 그 때 작은 종이 버스 티켓을 나눠 쥐고 우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짝. 필모어에서 내릴까 리틀인디아 근처에서 내릴까 머..
살림잘하기 참 힘들다. 집에서 그냥 하는 일인데 뭐가 힘들어. 라고 생각했던 어렸을 적의 나에게 돌아가 두 어깨를 잡고 흔들어주고 싶다. 정신차려!!! 그냥 나가서 일하는게 더 쉽다니까!!! 라고 소리쳐주고 싶다. 그리고 내 방 하나 제대로 안치우고 엄마 일손 도와주지 못한것도 사과하고 싶다. 어제 오늘 미뤄뒀던 일을 다 해치워야지 했는데, 결국 두 가지 밖에 못하고 새해 주말이 갔다. 작업실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급한 작업만 해놓고 바로 방문닫고 나와버리고 -옷방 역시 옷장 하나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도깨비소굴. 부엌도 한 쪽 카운터만 (간신히) 정리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한 곳에 쌓아두고말았다. 아니 왜. 하루종일 바빴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되는걸까. 살림에 요령이 붙으려면 얼마를 더 살아야 할까. 이번달..